#3_질병을 예방하는 백신_마취제와 항바이러스제, 그리고 백신ㅣ정승규 작가[달작한사이언스_11월 :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의 끊임없는 투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를 강타한 역병은 당시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갔지만, 동시에 인류에게 '면역'이라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습니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당시 기록을 통해 전염병에서 회복된 사람이 환자를 돌볼 수 있었으며, 다시 걸리더라도 가볍게 지나갔다는 사실을 포착했습니다. 이는 특정 병원체에 노출된 신체가 스스로 방어 체계를 구축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최초의 기록으로, 현대 백신 과학의 철학적 토대가 된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인류가 의학의 힘으로 완전한 박멸에 성공한 유일한 바이러스는 천연두입니다. 초기에는 딱지를 가루 내어 코에 흡입하는 인두법이 사용되었으나, 에드워드 제너가 소의 우두를 이용한 안전한 접종법을 개발하며 대전환을 맞이했습니다. 이후 파스퇴르와 코흐를 거쳐 과학적 백신 개발 체계가 확립되었으며, 메치니코프는 불가사리 유충 관찰을 통해 이물질에 반응하는 세포의 방어 기전을 밝혀냈습니다. 이는 체액성 면역과 세포성 면역이라는 두 축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오늘날 정교한 백신 설계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20세기 중반, 어린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소아마비는 조나스 소크와 앨버트 세이빈의 노력으로 정복의 길에 올랐습니다. 소크는 죽은 바이러스를 이용한 사백신을 개발했고, 세이빈은 먹는 형태의 생백신을 선보이며 예방 접종의 편의성을 극대화했습니다. 특히 소크는 백신 개발법의 특허를 포기하며 "태양에도 특허를 낼 것인가"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와 같은 과학적 성취와 인류애적 결단 덕분에 전 세계 아이들은 경제적 장벽 없이 질병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었으며, 이는 과학 기술이 사회에 기여하는 숭고한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백신 기술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뤄냈습니다. 화이자와 모더나로 대표되는 mRNA 백신은 유전자 정보를 지질 나노 입자에 담아 몸속에 전달하는 최첨단 방식입니다. 이 백신은 우리 몸의 세포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스스로 생성하게 유도하고, 이를 통해 B세포가 항체를 형성하도록 돕습니다. 과거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유전 공학을 결합한 이 기술은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유도할 수 있어, 변화무쌍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델타 변이와 같은 바이러스의 진화는 백신 효과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하지만, 과학적 관점에서 백신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변이가 발생해도 백신은 중증으로 이어지는 확률을 획기적으로 낮춰주며, 이는 우리 몸의 T세포가 여전히 바이러스를 기억하고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항체 수치가 낮아지는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부스터 샷이 권장되기도 하지만, 향후 세포성 면역을 더욱 강화하는 차세대 백신이 개발된다면 변이으로부터 더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과학은 인류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멈추지 않고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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