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연구장비 활용 캠페인] 9편 DGIST 이현준 교수
반도체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소자의 크기가 나노미터 단위로 미세해지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정확히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도 초미세 공정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나, 실제 소자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의 분포를 나노 수준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기존의 적외선(IR) 카메라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어 미세한 영역의 발열을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실제 측정보다는 시뮬레이션 수치에 의존해 온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기술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그리고 국내 기업이 협력하여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TRM)인 'TRM 250'을 개발했습니다. 이 장비는 샘플의 온도 변화에 따라 광학적 반사율이 달라지는 물리적 특성을 이용합니다. 가시광 영역을 활용함으로써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마이크로미터 및 서브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고해상도 열영상 이미징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특히 공초점 기술을 적용하여 소자의 깊이나 위치에 상관없이 국소 부위의 온도를 정밀하게 산출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실제로 이 장비를 통해 반도체 소자를 분석해 보면, 육안이나 일반 현미경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미세한 결함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설계상으로는 중앙부에서 열이 많이 발생해야 하지만, 실제 측정 결과 소자의 가장자리나 특정 국소 지점에서 비정상적인 고온 현상인 핫스팟(Hotspot)이 나타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러한 이상 발열은 시뮬레이션만으로는 예측하기 힘든 변수로, 향후 소자의 파괴나 오작동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개발 단계에서 이러한 불량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분석하는 과정은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국산 연구 장비의 도입은 단순히 기술 자립을 넘어 연구 환경의 질적 개선을 의미합니다. 외산 장비의 경우 고장이 발생하거나 업데이트가 필요할 때 본사와의 소통 문제로 수개월이 소요되기도 하지만, 국산 장비는 신속한 유지보수가 가능하다는 강력한 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연구자의 특수한 목적에 맞춰 기능을 추가하거나 하드웨어를 최적화하는 맞춤형 제작(Customizing)이 용이하여, 연구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초과학 현장의 요구사항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내 연구진이 독창적인 성과를 내는 밑거름이 됩니다. 기초과학은 정밀한 분석을 통해 자연 현상을 규명하는 학문이며, 이를 지탱하는 핵심은 바로 연구 장비의 성능과 안정성입니다. 과거에는 해외 장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이제는 국내 기술로 탄생한 정밀 분석 장비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며 기초과학의 저변을 넓히고 있습니다. 국산 장비를 활용한 연구 데이터는 기업들이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 나아가 국가 과학기술 전반의 수준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듭니다. 앞으로도 연구 환경의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결과물들이 탄생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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