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되어 있기에 중요한 우리ㅣ유재현교수(서울성모병원) [토요과학강연#4-3부]
인간은 태생적으로 타인과 연결되어 있을 때 존재의 의미를 찾습니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맺고 있는 사회적 연결망의 구조는 우리 뇌 속 신경세포들의 복잡한 연결 방식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뇌의 특정 영역이 다른 영역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정보를 주고받듯, 우리 또한 여러 단계를 거쳐 거대한 사회적 연결망의 일부로 살아갑니다. 누군가와 기쁨을 나누고 슬픔을 위로받는 과정은 단순히 감정적인 교류를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결이 원활할 때 우리는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며, 비로소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건강한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끊어진 연결 고리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많은 청소년이 학교라는 울타리를 떠나고 있는데, 그 가장 큰 이유로 '학교생활의 의미 상실'을 꼽습니다. 이는 단순히 학업이 싫어서라기보다 따돌림이나 학교 폭력, 혹은 기댈 곳 없는 대인 관계 등 심리적 고립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의 무관심이나 부모님의 성적 지상주의 속에서 아이들은 마음의 병을 얻고 점차 소외됩니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자신의 아픔에 공감하고 손을 잡아주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단절된 관계는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신호가 됩니다. 최근 팬데믹 상황은 우리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넓히며 정서적 단절을 가속화했습니다. 비대면 소통이 일상이 된 시대에 가족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집 안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서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많이 힘들겠구나" 혹은 "외로울 수 있겠다"라는 따뜻한 격려 한마디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심리적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가족이 함께 작은 성취를 경험하는 과정은 불안을 감소시키는 훌륭한 처방전이 됩니다. 타인의 감정을 온전히 수용하는 대화법이야말로 정신 건강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인생의 시련은 때로 한꺼번에 몰려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기도 합니다. 학업 스트레스와 친구 관계의 갈등, 부모님과의 불화가 겹치면 청소년들은 자해나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잘못된 탈출구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비판 없는 경청입니다. 거창한 조언이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주고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라고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짐은 가벼워집니다. 만약 주변에 신뢰할 만한 사람이 없다면 전문적인 상담 센터나 위기 상담 전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가장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사회의 건강함은 가장 강한 부분이 아닌,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 결정됩니다.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배척한다면, 우리 사회라는 체인의 강도는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약한 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그들이 다시 일어설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려 주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치료를 시작했다고 해서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단계별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과정을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의 약함을 포용하고 연결의 끈을 단단히 조여갈 때, 비로소 모두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하고 튼튼한 공동체가 완성될 것입니다.
![연결되어 있기에 중요한 우리ㅣ유재현교수(서울성모병원) [토요과학강연#4-3부]](https://i.ytimg.com/vi/vGBYV4TwtuY/maxresdefaul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