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모든 생명의 분자생물학] 07강. 유전 | 뇌피셜 | 유전학은 어떻게 발전했을ㄲㅏ
유전의 신비에 대한 탐구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남성이 생명의 근원과 영혼을 제공하고 여성은 물질적인 토대만을 제공한다고 믿었으며, 이러한 생각은 19세기 중반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졌습니다. 17세기 현미경의 발명 이후에는 정자 속에 아주 작은 사람이 들어 있어 그대로 자라난다는 ‘전성설’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초기의 생각들은 현대적 관점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가설에 불과했지만, 자손이 부모를 닮는 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던 인류의 오랜 지적 노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18세기 라마르크는 부모가 자주 사용하는 성질이 자식에게 전달된다는 이른바 ‘획득 형질의 유전’을 제안했습니다.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를 생존을 위한 노력의 결과로 본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독일의 과학자 바이스만은 쥐의 꼬리를 인위적으로 자른 뒤 교배하는 실험을 통해 체세포의 변화가 생식세포로 전달되지 않음을 입증했습니다. 수백 마리의 쥐를 대상으로 세대를 거듭하며 실험했음에도 항상 꼬리가 있는 새끼가 태어난 이 결과는, 후천적으로 얻은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증명하며 유전학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조차 유전의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는 몸의 각 세포에서 생성된 ‘젬뮬’이라는 미세 입자가 혈액을 타고 생식세포에 모여 전달된다는 가설을 세우고, 부모의 성질이 섞여 중간 형태가 나타난다는 혼합 유전설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은 검은 토끼의 피를 흰 토끼에게 수혈하는 실험을 통해 이를 정면으로 반증했습니다. 혈액을 섞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손에게서 오직 흰색 털만 나타난 결과는, 유전이 단순히 체액의 혼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시사하며 보다 근본적인 유전 단위의 존재를 암시했습니다. 19세기 중반, 수도사 멘델은 완두콩 실험을 통해 유전학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그는 특정 형질이 서로 섞이는 현상이 아니라 별개의 단위로 전달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둥근 콩과 주름진 콩의 교배 실험에서 1대 잡종은 모두 둥글게 나타났으나, 이를 다시 자가수분하자 2대에서는 3:1이라는 일정한 수학적 비율로 주름진 콩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는 1대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형질이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가 생식세포 형성 과정에서 분리되어 전달된다는 ‘분리의 법칙’을 증명한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유전학이 과학적 통계를 바탕으로 정립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멘델의 제2법칙인 ‘독립의 법칙’은 서로 다른 형질들이 유전될 때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독립적으로 나뉜다는 원리입니다. 예를 들어 완두콩의 모양과 색깔은 각각 별개의 유전 인자에 의해 결정되며, 9:3:3:1이라는 일정한 비율로 조합되어 나타납니다. 현대 분자생물학은 이러한 현상이 유전자가 특정한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담고 있고, 이들이 서로 다른 염색체상에 위치하기 때문임을 밝혀냈습니다. 비록 멘델의 연구는 당대에는 외면받았으나 20세기 초에 재발견되면서, 생명의 설계도가 염색체 속에 담겨 있다는 현대적 유전학의 시대를 여는 위대한 유산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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