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_곰팡이의 유용성과 번역가의 이모저모ㅣ김은영 역자[달작한사이언스_3월 : 작은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곰팡이는 자연계의 진정한 연금술사로 불립니다. 이들은 지구상의 거의 모든 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심지어 방사능까지 소화해낼 정도로 그 생태적 범위가 광대합니다. 곰팡이는 특정 물질을 분해했던 효소와 대사 과정에 대한 기억을 자신의 게놈 안에 휴면 상태로 보존하는 특이한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처음에는 잠시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이내 게놈 속의 기억을 되살려 효소를 내뿜으며 물질을 분해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천재적인 네트워크 능력은 폐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재창조하는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곰팡이의 특성을 활용해 유해한 쓰레기를 유용한 자원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담배꽁초에 농축된 발암 물질을 제거하며 버섯을 키우거나, 버려진 기저귀를 배지로 삼아 영양가 높은 느타리버섯을 재배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비록 기성세대에게는 심리적인 거부감이 클 수 있으나, 자원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이는 매우 혁신적인 접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발견들이 제도권 안의 정규 과학자들보다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실험하는 시민 과학자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학 서적을 번역하는 일은 단순히 외국어를 옮기는 작업을 넘어, 지식의 씨앗을 우리 사회에 뿌리는 가치 있는 과정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전공 서적과 정신의학 자료를 번역하며 시작된 이 길은, 하룻밤을 꼬박 새워 대학 노트에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던 열정에서 싹텄습니다. 전문 출판사에서의 경험과 수많은 편집자와의 인연은 전업 번역가로서의 단단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수년간 과학의 언어를 우리말로 다듬어 오며 느낀 것은, 번역 작업이 지루한 반복이 아닌 번역가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충전하고 세계관을 확장하는 즐거운 탐험이라는 점입니다. 많은 이들이 번역가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꼽지만, 실제 현장에서 가장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것은 탄탄한 모국어 실력입니다. 외국어 능력은 기본 전제일 뿐, 원문의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여 이를 유려한 한국어 문장으로 구현해내는 문해력이 번역의 질을 결정합니다. 최근 짧은 문장에만 익숙해진 환경 탓에 긴 호흡의 글을 다루는 능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번역을 운동에 비유한다면 외국어 학습은 근육을 만드는 훈련이며, 꾸준한 독서는 그 근육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필수적인 단백질 섭취와 같습니다. 훌륭한 과학 교양서는 본문만큼이나 미주와 에필로그에 풍성한 지적 통찰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 오가노이드나 장내 미생물과 같은 최신 과학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미주는 독자들에게 본문 이상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저자가 곰팡이에 매료된 특별한 환경에서 자라며 과학적 상상력을 키웠듯이, 우리 또한 책을 통해 보이지 않는 작은 세상과 지하 세계의 이야기를 탐구하며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습니다. 지식의 깊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발견을 즐거워하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과학과 책을 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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