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모든 생명의 분자생물학] 03강. 생명의 기계 : 단백질, 영양소 이상의 의미
단백질은 우리에게 영양 성분으로 매우 친숙하지만, 생물학적 관점에서 단백질을 단순한 영양소로만 평가하는 것은 큰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세포가 여러 부품으로 이루어진 정교하고 복잡한 기계라면, 단백질은 이 기계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생명 활동은 단백질에 의해 수행됩니다.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 또한 결국 특정 아미노산 서열을 만들기 위한 설계도에 불과하며, 단백질을 생성하기 위해 유전 정보가 존재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만큼 생명 현상에서 단백질의 위치는 절대적입니다. 화학적인 의미에서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단위체가 모여 만들어진 중합체입니다. 자연계에는 주로 20가지의 아미노산이 존재하며, 각각의 아미노산은 곁사슬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화학적 특성을 지닙니다. 어떤 아미노산은 전하를 띠어 전기를 유도하기도 하고, 어떤 아미노산은 물을 좋아하는 극성을 가지거나 반대로 물을 몹시 싫어하는 성질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DNA가 단 4종류의 염기 조합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단백질은 20여 종의 다채로운 아미노산을 조합하여 무궁무진한 화학적 성질과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생체 내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작동합니다. 단백질의 형태를 결정하는 첫 번째 단계인 1차 구조는 아미노산들이 펩타이드 결합을 통해 일정한 순서로 나열된 아미노산 서열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연결된 아미노산 사슬은 인접한 분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소 결합을 통해 특정한 모양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바로 2차 구조입니다. 대표적으로 용수철처럼 꼬인 알파 나선 구조와 병풍처럼 펼쳐진 베타 병풍 구조가 있으며, 이러한 구조들은 단백질이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게 돕습니다. 우리가 단백질 음식을 섭취하면 몸속에서 모두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뒤 다시 우리 몸에 맞는 아미노산 서열로 재조합되는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고유한 구조를 갖추게 됩니다. 단백질이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접힘' 과정을 거쳐 완전한 3차 구조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물을 피하려는 성질을 가진 아미노산들이 단백질 내부로 뭉치려는 소수성 상호작용입니다. 마치 기계 부품의 정교한 생김새가 그 역할을 결정하는 것처럼, 단백질이 어떤 입체 모양으로 접히느냐에 따라 효소가 될지 혹은 세포의 골격이 될지가 결정됩니다. 더 나아가 여러 개의 폴리펩타이드 사슬이 결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단위 부품을 이루는 4차 구조에 이르기까지, 단백질은 그 모양 자체가 곧 기능이라는 원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세포 내에서 단백질은 생화학 반응을 조절하는 촉매제인 효소부터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는 구조물까지 안 하는 일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게 활동합니다. 외부 침입자를 무력화하는 면역 항체나 세포 내부의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 심지어 유전 정보를 복제하고 전달하는 과정 자체도 단백질의 주도하에 이루어집니다. 일부 RNA 촉매를 제외하면 생체 내 거의 모든 화학 반응은 단백질 효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생명 현상의 90% 이상은 단백질의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고 볼 수 있으며, 단백질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곧 생명의 신비를 푸는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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