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 이름 붙이기: 그 중요성에 대하여 (대기 분야 | 홍진규 교수 연세대학교) [인류세 위기를 막아라! - 온라인포럼, 강연1]
'인류세'라는 명칭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시작점입니다. 과학의 어원이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듯, 그동안 현대 과학은 세상을 쪼개어 분석하는 환원주의적 방식을 주로 취해왔습니다. 하지만 생태계를 개별 부품으로 해체해서는 결코 전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류세의 핵심은 대자연과 인간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이제는 지구가 인간에게 일방적인 영향을 주던 시대를 넘어, 인간의 활동이 지구 시스템의 거대한 흐름을 바꾸는 새로운 국면을 이해해야 할 때입니다. 약 1만 년 전 시작된 '홀로세'는 인류 문명이 꽃피울 수 있었던 안정적인 기후 토대였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라는 뜻의 홀로세 동안 인류는 온화해진 기후 덕분에 구석기를 벗어나 농경을 시작하고 거대 도시를 건설했습니다. 아라비아반도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달한 고대 문명들은 풍부한 수자원과 적절한 기온에 전적으로 의존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이룩한 위대한 문명의 흥망성쇠는 자연이 허락한 기후의 테두리 안에서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의 기후 변화는 인류의 예술과 건축 양식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예를 들어 중세의 온화한 기후는 창이 넓은 고딕 양식을 탄생시켰으나, 이후 찾아온 소빙하기의 혹한은 창문을 좁힌 바로크 양식을 불러왔습니다. 화가들의 캔버스 속 풍경도 고통스러운 추위와 눈으로 채워지며 자연의 엄혹함을 기록했습니다. 인더스, 이집트, 마야 문명 등이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례들은 인류가 대자연의 힘 앞에 얼마나 취약한 존재였는지를 여실히 증명합니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 '대가속'의 시대가 열리며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화석 연료 사용과 비료 생산이 폭증하면서 이산화탄소 농도는 수천만 년 동안 유례가 없던 속도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제 지구상 야생동물의 질량은 인간과 가축의 질량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매주 130만 명의 인구가 도시로 몰려들며 지구 자원의 75%를 소비하고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배출합니다. 인간은 이제 단순한 생물 종을 넘어 지구의 물질 순환을 주도하는 거대한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인류세의 위기는 특정 지점을 넘으면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사하라 사막이 불과 수백 년 만에 푸른 초원에서 황폐한 땅으로 변했듯, 지구 시스템의 붕괴는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가 경고했듯 인간은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갖췄으나, 그 오만함이 인류를 파멸의 폭포 끝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단순히 머리로 아는 지식을 넘어 가슴으로 느끼고 발로 뛰는 실천이 수반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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