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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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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화학으로 통한다|『여인형의 화학 공부』 저자 강연|여인형

화학은 우리의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어려운 학문이 아닙니다. 주기율표에 나열된 수많은 원소들은 우리 몸의 구성 성분부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배터리,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건물의 철골까지 세상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화학이다'라는 명제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속 헤모글로빈 분자에 철이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듯이, 화학은 삶의 도처에서 우리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생존을 뒷받침합니다. 따라서 화학을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물질 세계의 본질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세상의 수많은 물질은 118개의 원소가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그 성질이 결정됩니다. 이는 마치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합쳐져 무수히 많은 단어와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매우 흡사합니다. 원자들의 결합 방식과 배열에 따라 물질의 특성은 극적으로 달라지는데, 탄소라는 동일한 원소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배열에 따라 부드러운 흑연이 되기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처럼 화학은 원자라는 국제 공통 언어를 통해 물질의 본질을 정의하고,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화학 물질이 전혀 없는 제품'을 선호하지만, 과학적인 관점에서 이는 성립할 수 없는 말입니다. 식물과 동물, 물, 그리고 우리 인간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화학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에서 온 물질이라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것도 아니며, 인공적으로 합성된 물질이라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것도 아닙니다. 독성학의 선구자인 파라셀수스가 강조했듯이, 모든 물질은 잠재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독성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오직 '사용하는 양'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생존에 필수적이라 믿는 물조차 단시간에 과도하게 섭취하면 독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화학의 핵심적인 역할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합성'과 물질의 정체를 밝히는 '분석'으로 나뉩니다. 버드나무 껍질의 성분을 변형해 인류의 고통을 줄여준 아스피린을 만들거나, 버려지는 나무 쓰레기에서 유용한 자일리톨을 추출하는 과정은 화학적 합성이 인류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잘 보여줍니다. 또한 분석 화학은 물질에 빛, 열, 전기와 같은 자극을 주어 그 응답을 해석함으로써 성분의 종류와 양을 정밀하게 알아냅니다. 된장국이 끓어 넘칠 때 가스레인지 불꽃이 노랗게 변하는 현상을 보고 소금 속 소듐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 역시 우리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분석 화학의 한 장면입니다. 물질의 양을 정량적으로 다루는 '몰(mol)' 개념은 화학 세계의 규모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1몰에는 전 우주의 별보다도 많은 수의 입자가 들어있으며, 화학자들은 이 거대한 단위를 통해 미시적인 원자의 세계를 현실의 무게와 부피로 환산합니다. 우리가 마시는 생수병 라벨에 적힌 성분 함량이나 혈액 검사 결과지의 수치들도 모두 이러한 화학적 계량의 결과물입니다. 특히 우리 조상들이 정한 부피 단위인 '한 말'이 공교롭게도 물 1,000몰의 양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은, 화학이 현대 과학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의 오랜 역사와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음을 흥미롭게 증명해 줍니다. 우리의 모든 생명 활동과 산업 발전은 에너지의 전환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태양 에너지를 흡수한 식물이 유기물을 합성하고, 우리가 이를 섭취해 호흡하며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모든 과정은 열역학 법칙의 지배를 받습니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우리 몸의 원자들도 언젠가는 흩어지겠지만,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는 화학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성하고 소비합니다. 알루미늄 캔 하나를 재활용하는 것이 광석에서 새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화학적 사고를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화학은 반도체, 의약품, 신소재 등 현대 첨단 산업을 지탱하는 핵심적인 기초 과학입니다. 우리 몸속 호르몬의 균형을 이해하는 것부터 자외선 차단제의 원리를 파악하는 것까지, 화학적 지식은 우리가 세상을 보다 객관적이고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안경이 되어줍니다. 창의성이란 결국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관찰하는 데서 시작되며, 화학은 물질의 본질을 탐구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강력한 토대를 제공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거대한 화학 반응의 결과물임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느끼게 될 것입니다.

모든 길은 화학으로 통한다|『여인형의 화학 공부』 저자 강연|여인형
(주)사이언스북스사이언스북스 북토크&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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