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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야생으로의 초대!|『리와일딩 선언』 저자 북토크|김산하

어린 시절 우리는 자연과 호흡하는 법을 책과 놀이를 통해 배웁니다. 동물의 관점에서 서술된 고전들을 탐독하며 생명체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상상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우리와 상응하는 자연이 늘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직접 동물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보냈던 시간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연의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책과 자연이 어우러진 순간들은 생명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했으며, 이는 평생에 걸친 탐구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열대 우림의 한가운데서 보낸 시간은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 아닌 방문자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수십 미터 높이의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긴팔원숭이를 추적하며 보낸 나날들은 때로는 고단하고 패배의 연속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동물의 삶을 온전히 들여다보는 귀중한 통찰을 얻었습니다. 숲은 단순히 나무가 모인 곳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 주체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복잡한 사회였습니다. 최상위 포식자가 존재하는 숲에서 느끼는 경외감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겸허함을 배우게 했으며, 이는 생태계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비와 습지는 생명의 근원이자 변화무쌍한 자연의 속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아래에서 모든 것이 멈추는 순간은 자연의 압도적인 힘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습지는 물과 육지가 만나는 경계에서 수많은 생명이 탄생하고 사라지는 '반쯤 잠긴 무대'와 같습니다. 정형화된 고체성에 집착하는 인간의 시각에서 벗어나, 범람하고 순환하는 물의 속성을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연의 온전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습지는 단순히 보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근원적으로 충족시켜 주는 생명의 보물창고와도 같은 공간입니다. 이제 우리는 자연을 지배하고 통제하던 관습에서 벗어나 '리와일딩(Rewilding)'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멸종 위기 종을 복원하고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생태계가 스스로 조절되는 자율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인간이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이 제 길을 찾아가도록 내버려 두는 '적극적인 방치'는 21세기에 우리가 선택해야 할 가장 창조적인 공존의 방식입니다. 훼손된 생태계가 스스로 온전해질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일이야말로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 우리가 실천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태계에서 특정 종이 차지하는 역할은 때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합니다. 옐로스톤의 늑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상위 포식자의 귀환은 단순한 개체 수 조절을 넘어 숲의 지형과 식생 전체를 변화시키는 연쇄 반응을 일으킵니다. 늑대가 존재함으로써 형성되는 '두려움의 경관'은 초식 동물의 행동 패턴을 바꾸고, 결과적으로 숲이 재생될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처럼 핵심종(Keystone species)의 활동은 생태계의 복원력을 높이고 생물 다양성을 풍성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동력이 됩니다. 동물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서식지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힘, 그것이 바로 우리가 회복해야 할 야생성의 본질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인간과 야생 동물의 관계를 재정의하려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멧돼지나 고라니를 단순히 '유해 야생 동물'로 규정하고 사살하는 방식은 생태계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스라소니와 같은 최상위 포식자를 도입하거나 근연종을 통해 생태적 공백을 메우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자연을 박멸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그들이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국경과 인간의 편의를 넘어 생물학적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공존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태적 권태에서 벗어나 야생의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제인 구달 박사가 보여준 평화와 공존의 비전처럼, 우리 각자는 자연의 대사가 되어 생명 존중의 가치를 확산시켜야 합니다. 리와일딩은 단순한 환경 보호 운동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감수성과 존재론적 감각을 깨우는 자기 혁신이기도 합니다. 자연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도록 신뢰하고 기다려 주는 자세는 우리가 지녀야 할 마지막 미덕입니다. 야생성이 살아 숨 쉬는 세상에서 다양한 생명체들과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삶, 그것이 바로 리와일딩이 꿈꾸는 궁극적인 미래의 모습입니다.

자유로운 야생으로의 초대!|『리와일딩 선언』 저자 북토크|김산하
(주)사이언스북스사이언스북스 북토크&강연
  • 생명과학
  • 지구환경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