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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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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000미터 아래 실험실, 예미랩을 가다|『최준석의 과학 열전』 Talk 1|최준석

28년 동안 일반 기자로 활동하다 뒤늦게 과학 저널리즘의 세계에 뛰어든 여정은 우연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스티븐 핑커의 저작이나 『원자폭탄 만들기』와 같은 과학 고전들을 탐독하며 물리학의 역사와 과학사적 성취에 깊은 매료를 느꼈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과연 한국의 과학자들은 지금 무엇을 연구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국내 과학계의 생생한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기록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과학자들과의 만남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받는 과정을 넘어 일반인 대표로서 받는 독점 강의와도 같았습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의 석학들은 자신의 연구실 칠판에 수식을 적어가며 두세 시간, 때로는 다섯 시간 동안이나 열정적으로 연구 내용을 설명해주었습니다. 비전공자로서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는 고통도 있었지만, 녹음된 내용을 수없이 반복해 들으며 기록한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는 과정 또한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님이 중학생 시절에는 장벽이 낮은 안정적인 직업을 꿈꾸었다는 일화는 대중이 느끼는 과학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을 좁혀줍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기초 과학이 특별한 천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누군가가 품었던 호기심과 꿈이 성장하여 이루어낸 결실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강원도 정선의 지하 1,000m 깊은 곳에는 ‘예미랩’이라 불리는 한국의 지하실험 연구 공간이 존재합니다. 이곳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배경 잡음을 피해 암흑 물질과 중성미자를 연구하기 위해 구축된 첨단 과학의 현장입니다. 입자 가속기와 같은 거대 시설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지만, 이는 단순한 비용 투자를 넘어 국가 기초 과학의 인프라를 결정하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기초 연구의 탄탄한 토양이 마련될 때 비로소 노벨상과 같은 세계적 성과도 뒤따릅니다. 현대 물리학의 거대한 미스터리 중 하나인 암흑 물질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 우리가 아는 일반 물질을 제외한 나머지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베라 루빈과 같은 천문학자들은 은하의 회전 속도를 관측하며 보이지 않는 질량의 존재를 증명해냈습니다. 한국의 연구자들 역시 지하 깊숙한 곳에서 ‘윔프(WIMP)’라고 불리는 암흑 물질 후보 입자가 검출기와 충돌하는 찰나의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세계적인 수준의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실험 물리학의 기틀을 마련한 강주상 교수의 헌신은 오늘날 K-물리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론 물리학자로 시작했으나 제자들을 실험 물리학자로 길러내며 학계의 무게 중심을 옮겨놓은 그의 노력은 대한민국 학술원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휘소 박사와의 인연이나 미국 물리학자 스티븐 올슨과의 극적인 만남을 통해 국제 공동 연구인 AMY 실험에 참여하게 된 과정은 한국 과학이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물리 연구는 김선기, 김영덕, 김홍주 교수와 같은 주역들을 중심으로 양양과 정선을 잇는 거대 프로젝트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암흑 물질을 찾는 KIMS 실험과 중성미자 연구를 위한 노력은 전 세계 과학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최전선에 있습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기록한 이들의 생생한 연구 현장과 숨겨진 일화들은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탄생할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미리 만나는 설레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지하 1000미터 아래 실험실, 예미랩을 가다|『최준석의 과학 열전』 Talk 1|최준석
(주)사이언스북스사이언스북스 북토크&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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