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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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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고객사도 없이 7년을? TSMC는 진짜 보법부터 달랐네|권석준의 반도체 살롱 3화|권석준 × 강양구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 태동기부터 메모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거두는 동안,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는 설계 인력 확보와 기술적 난도로 인해 상대적으로 진출이 늦었습니다. 당시에는 인텔처럼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수행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이 주류였기에, 제조만 전담하는 파운드리라는 개념 자체가 업계에서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1987년 모리스 창이 설립한 TSMC는 초기에는 대만 정부의 자본이 투입된 공기업 형태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파운드리라는 업종은 업계에서 정의조차 불분명했고, 설계 자산이 없는 회사가 제조만 전담한다는 발상은 무모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국가적 자원을 동원해 이 불확실한 도전을 7년 넘게 지원하며 파운드리 산업의 기틀을 닦았고, 이것이 오늘날 대만을 먹여 살리는 거대한 산업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TSMC의 성공에는 과거 이건희 회장과 모리스 창의 단판이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막대한 자본 투입과 치열한 치킨 게임의 위험성을 경고한 한국 측의 조언을 받아들여, 대만은 메모리 시장 대신 시스템 반도체 제조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대만이 메모리 시장의 소모적인 출혈 경쟁을 피하고, 전 세계 모든 팹리스의 칩을 만들어주는 독보적인 제조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만은 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실리콘 섬'으로 구축하며 반도체 제조의 수직 계열화를 이루었습니다. TSMC가 최첨단 미세 공정을 주도하면, UMC나 PSMC 같은 후발 기업들이 이전 세대의 장비와 노하우를 물려받아 자동차나 가전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계층적 분업 구조를 완성한 것입니다. 이러한 체계는 대만이 첨단 칩부터 범용 칩까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모든 스펙트럼을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강력한 국가적 경쟁력을 갖추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TSMC가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으로 급성장한 배경에는 애플과 엔비디아라는 두 개의 거대한 성장 엔진이 있었습니다. 아이폰과 맥북에 탑재되는 애플 실리콘의 전량 생산을 맡으며 미세 공정의 수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렸고, 최근에는 인공지능 열풍과 함께 엔비디아의 GPU를 독점 생산하며 기업 가치를 극대화했습니다. 챗GPT로 대표되는 AI 시대의 도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위상을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수준으로 격상시켰습니다. TSMC는 디자인 하우스와 같은 협력사들을 통해 팹리스들이 자사 공정에 최적화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설계 툴부터 라이브러리까지 촘촘하게 엮인 이 시스템은 고객들이 한 번 발을 들이면 다른 파운드리로 옮기기 어렵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됩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TSMC는 단순한 하청 업체를 넘어 고객사들보다 우위에 서는 '슈퍼 을'의 지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기술력 면에서 TSMC와 비등한 수준에 도달했으나, 종합 반도체 기업(IDM)으로서 가지는 구조적 한계와 생태계의 부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자체 칩을 설계하는 부서와 외부 고객의 칩을 위탁 생산하는 부서가 공존하다 보니, 경쟁 관계에 있는 고객사들의 기술 유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파운드리 부문의 독립성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디자인 하우스 육성을 통한 생태계 확장이 삼성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

고객사도 없이 7년을? TSMC는 진짜 보법부터 달랐네|권석준의 반도체 살롱 3화|권석준 × 강양구
(주)사이언스북스권석준의 반도체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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