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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양자 컴퓨터 뒤처졌다며, 이건 또 왜 잘함?|권석준의 반도체 살롱 6화|권석준 × 강양구

양자 컴퓨터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 기반의 전자 컴퓨터를 직접적으로 대체하기보다, 양자역학적 원리를 이용해 정보를 제어하는 새로운 연산 개념입니다. 디지털의 '비트'가 0과 1로 명확히 구분된다면, 양자의 '큐비트'는 관찰 전까지 상태가 중첩되어 파동처럼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양자적 특징은 단순한 이진법을 넘어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강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현대 반도체 기술이 미세 공정의 물리적 한계인 원자 단위에 도달하면서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를 실질적인 연산 장치로 만들어주는 핵심 원리는 '양자 얽힘'입니다. 여러 개의 큐비트가 실처럼 연결되어 하나의 상태가 변할 때 다른 큐비트들이 동시에 반응하는 이 현상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한꺼번에 연산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얽힘 상태는 외부의 열이나 진동 같은 미세한 노이즈에도 매우 민감하여 쉽게 파괴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수의 큐비트를 배치하는 것만큼이나, 얽힌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발생한 오류를 정밀하게 수정하는 기술이 상용화의 가장 큰 관건이 됩니다. 연산 장치로서의 완성도를 판단할 때는 물리 큐비트와 실제 연산에 유효하게 참여하는 '논리 큐비트'의 비율인 오버헤드를 살펴야 합니다. 과거에는 논리 큐비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백만 개의 물리 큐비트가 필요했으나, 최근 구글과 IBM의 기술적 도약으로 이 비율이 수백 대 일 수준까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양자 컴퓨터가 이론적 연구를 넘어 실질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가시권에 들어왔음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큐비트의 개수를 늘리며 성능을 고도화하는 본격적인 스케일링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양자 컴퓨터의 발전은 기존 보안 체계에 거대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재 널리 쓰이는 RSA 암호 체계는 거대한 수의 소인수분해를 기반으로 하는데, 슈퍼컴퓨터로 우주의 나이만큼 걸리는 이 계산을 양자 알고리즘인 '쇼어 알고리즘'은 단 며칠 만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채택한 타원곡선 암호 역시 논리 큐비트가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되면 무력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보안 및 금융 업계는 양자 내성 암호와 새로운 보안 표준을 마련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 안보와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양자 기술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한 '퀀텀 밸리'를 조성하여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미국이 주력하는 초전도 방식 외에도 광레이저를 이용한 연산 등 다양한 기술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양자 컴퓨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양자 통신과 센싱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도청이 불가능한 양자 통신망 구축은 중국의 기술 패권과 정보 보안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입니다. 양자 컴퓨터의 진정한 경제적 가치는 암호 해독을 넘어 '조합 최적화' 문제에서 창출될 것입니다. 수많은 원소의 조합으로 신소재와 신약을 설계하거나, 복잡한 금융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구성하는 일은 양자 컴퓨터가 가장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영역입니다. 물류 경로의 최적화나 반도체 칩 설계 과정에서의 부품 배치 효율화 등 산업 현장의 난제들을 해결함으로써 기존 공정의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생성형 AI가 물질의 물리적 특성까지 설계하는 혁신적인 시대로 우리를 안내할 것입니다. 현재 글로벌 양자 기술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로 전개되고 있으며, IBM은 2030년대 초반까지 대규모 큐비트 구현을 예고하며 로드맵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연구 인력과 산업 기반 면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더욱 적극적인 국가적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양자 컴퓨터는 단순히 계산 속도를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읽고 기술적 기회를 선점하는 것이 미래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중국 양자 컴퓨터 뒤처졌다며, 이건 또 왜 잘함?|권석준의 반도체 살롱 6화|권석준 × 강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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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막히자 방사광 가속기 꺼낸 중국, 스케일 감도 안 옴|권석준의 반도체 살롱 5화|권석준 × 강양구

최근 한국의 기술력 있는 중견 기업들이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가업 승계 대신 사모펀드에 매각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들이 보유한 독보적인 특허와 기술력이 결국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기술의 해자를 구축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자본을 통한 인수는 그 장벽을 단숨에 뛰어넘게 만듭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과 일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동아시아의 기술 생태계 전반이 중국의 영향권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중국의 기술적 저력은 압도적인 인적 자원에서 나옵니다. 과거와 달리 현재 중국의 젊은 세대는 고도의 교육을 받았으며, 국가적 지원 아래 공학 분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매년 천만 명에 육박하는 대학 졸업생이 배출되며, 그중 최상위권 인재들이 의대가 아닌 공대로 향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기술 전사라는 자부심을 느끼며 첨단 기술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인재 공급의 선순환 구조는 중국이 미래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으며, 이는 실체가 있는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단순한 카피캣을 넘어 독자적인 혁신의 배아를 키우고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서는 공학적 시각이 필수적입니다. 반도체 공정과 기초 과학을 연구하는 전문가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중국의 전략은 단순히 서구 기술을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인공지능과 차세대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갈 저력을 확보하기 위해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와 그 이면에 깔린 기초 과학 역량은 우리가 감정을 배제하고 냉철하게 분석해야 할 중국 기술력의 본질입니다. 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노광 공정은 피자를 만드는 과정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실리콘 웨이퍼라는 도우 위에 감광제라는 치즈를 바르고, 특정한 무늬가 파인 마스크라는 틀을 올린 뒤 빛을 쪼이는 방식입니다. 빛을 받은 영역의 성질이 변하면서 아주 미세한 회로 패턴이 형성되는데, 이때 회로의 크기는 수십 나노미터에 불과합니다. 손톱만 한 면적에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밀도가 요구되며, 이것이 바로 현대 반도체 기술의 정수이자 제조 공정에서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단계로 꼽힙니다. 현재 가장 앞선 기술인 EUV 노광 공정은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EUV 광원은 파장이 매우 짧아 모든 물질을 투과해 버리는 성질이 있어, 이를 반사시켜 웨이퍼에 도달하게 만드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기술입니다. 특수 소재를 수십 층 쌓아 만든 거울을 통해 간신히 70%의 반사율을 확보하는데, 여러 번의 반사를 거치면 실제 웨이퍼에 닿는 빛의 에너지는 급격히 줄어듭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전력이 소모되며 장비 한 대에 수천억 원이 투입됩니다. 이러한 기술적 병목 현상이 ASML을 세계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만듭니다. 미국은 국가 안보와 기술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에 대한 EUV 장비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ASML의 장비에는 미국의 원천 기술과 특허가 포함되어 있어, 네덜란드 기업임에도 미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응하여 중국은 화웨이를 중심으로 '중국판 EUV' 자급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비록 현재 기술 수준은 선두 기업에 비해 뒤처져 있으나,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독자적인 연구 실험장과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중국은 기존의 EUV 기술을 추격하는 동시에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한 파괴적 혁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가속기에서 나오는 고품질의 빛을 직접 노광 공정에 이용하겠다는 이 계획은, 장비 하나에 매달리는 대신 인프라 자체를 구축하여 기술 장벽을 허물겠다는 전략입니다. 가속기를 이용하면 더 짧은 파장의 빛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어 기존 공정의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이처럼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싸우겠다'는 중국의 시도는 기존의 기술 스탠다드를 무너뜨리고 반도체 패권 전쟁의 구도를 완전히 바꿀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ASML 막히자 방사광 가속기 꺼낸 중국, 스케일 감도 안 옴|권석준의 반도체 살롱 5화|권석준 × 강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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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는 한국을 이기지 못한다? 언제까지?| 권석준의 반도체 살롱 1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성과급 논란을 겪을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이 이면에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이 한국과 대만의 추격에 안일하게 대응하다 주도권을 뺏겼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이는 결코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역사는 생각보다 짧은 주기로 산업의 주도권이 변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현재의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다가올 변화를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할 때입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위협적입니다. 일례로 중국의 D램 기업인 CXMT는 불과 한 분기 만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4%에서 8%로 두 배나 끌어올렸습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라는 슈퍼 사이클의 기회를 중국 기업들이 놓치지 않고 포착한 결과입니다. 현재 우리가 집중하는 고성능 메모리뿐만 아니라, 중국이 점진적으로 잠식해 들어오는 하위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고 있습니다. 기술적 격차 또한 빠르게 좁혀지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최근 EUV 노광 장비 없이도 트랜지스터 집적 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패키징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이는 칩과 웨이퍼를 수직으로 쌓는 방식으로, 고성능 메모리인 HBM의 핵심 원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개발된 혁신이 메모리 반도체로 전이될 경우, 우리가 자부하던 기술력의 우위는 생각보다 빠르게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 등의 제재 속에서도 독자적인 기술 노선을 구축하며 기술의 변곡점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커다란 기술적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저력은 어마어마한 자본 동원력에서 나옵니다. 중앙 정부의 보조금은 물론, 7대 공공 은행과 각 성급 정부가 조성한 펀드 규모는 수백조 원에 달합니다. 특히 각 지역 성 정부는 산하 공기관을 통해 벤처 캐피탈처럼 전략적 투자를 감행하며 반도체 기업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 자본은 반도체 제조 공장 확장과 HBM 같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입되어, 한국이 상상하는 이상의 속도로 산업 생태계 전반을 강력하게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자본이 곧 경쟁력인 장치 산업의 특성상, 중국의 이러한 물량 공세는 한국 반도체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반면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있습니다. 국내에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지만, 실제 양산 현장에서 검증된 기록인 '트랙 레코드'를 쌓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장비 교체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안정적인 기존 글로벌 장비사의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제약은 국내 중견 기업들이 글로벌 수준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상생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글로벌 톱 클래스 무대에서 경쟁하기에는 체급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중국은 이 문제를 화웨이 같은 기업의 '그림자 팹'을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기술 독립을 위해 연구개발 전용 라인을 자국 소부장 기업들에 개방합니다. 이를 통해 중국의 소부장 기업들은 양산 레벨에 준하는 테스트 데이터를 확보하고, 단기간에 트랙 레코드를 쌓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됩니다.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인 지원 아래, 중국의 장비 업체들은 뒤에서 밀어주는 강력한 바람을 타고 티어 2에서 티어 1으로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이 소부장 국산화 과정에서 겪고 있는 난관을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우회하여 돌파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의 수익에 취해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위기에 대비한 냉철한 진단과 대응입니다. 반도체는 막대한 투자가 성패를 가르는 장치 산업인 만큼, 중국의 자본 공세와 생태계 구축 전략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위협입니다. 한국 반도체의 영광이 과거의 기록으로 남지 않도록 산업 전반에 걸친 예방 주사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중국의 행보를 보며, 우리 또한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가 차원의 산업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 반도체가 미래에도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 전체의 체질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중국 반도체는 한국을 이기지 못한다? 언제까지?| 권석준의 반도체 살롱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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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와 AI 굴기, 대한민국은 준비되어 있는가?|『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출간 기념 북토크|권석준 × 권순우

반도체와 인공지능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의 산업과 경제, 외교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습니다.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및 AI 굴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한국 산업의 생존과도 직결됩니다. 중국 기술력의 실체를 파악하고 그들의 강점과 취약점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일은 우리 미래를 준비하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기술적 세부 사항과 지정학적 흐름을 동시에 읽어내는 안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과거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가 겪었던 경험은 반도체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초기 한국은 기술적 우위를 자신하며 중국의 저가형 LFP 배터리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강력한 피드백 루프를 통해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고, 결국 시장 점유율에서 우리를 앞지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역전 시나리오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습니다. 상대를 단순히 기술적으로 열위에 있다고 치부하기보다 그들의 성장 속도와 전략을 엄중히 경계해야 합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의 쇠락 역시 우리에게 강력한 경고를 던집니다. 과거 일본은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를 호령했으나, 내부의 경고 목소리를 외면한 채 안주하다가 결국 왕좌를 내어주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성공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산업의 역사는 반복될 수 있으며, 지금의 호황은 동시에 위기의 신호탄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을 외면하는 대신 그들을 거울 삼아 우리 자신의 산업 건강 상태를 냉철하게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중국 반도체 생태계의 강점은 실무적인 '촘촘한 계단'에 있습니다. 한국의 팹리스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단 한 번의 기회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선전과 광저우를 중심으로 저비용의 시제품 제작과 테스트가 가능한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허용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기반이 됩니다. 규모의 경제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중국의 팽창력은 우리 산업 구조가 간과하고 있는 레거시 공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기술 자립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첨단 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 장비 수급이 막히자, 중국은 이를 우회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광원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거 서구권이 비효율적이라고 버렸던 기술들을 끝까지 파고들어 자국만의 독자적인 솔루션을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핵심 부품의 자급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이는 글로벌 시장의 표준을 흔드는 파괴적인 혁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세계 경제는 이제 자유무역의 시대를 지나 블록화된 경제 체제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분절, 즉 디커플링은 글로벌 분업 구조의 최대 수혜자였던 한국과 대만에게 큰 위협입니다. 표준이 다변화되고 호환성이 상실되는 과정에서 개발 비용은 상승하고 수익 구조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상황에 대비하여, 우리는 특정 블록에만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이고 유연한 산업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한국은 이제 한반도라는 지리적 틀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및 AI의 허브로 도약해야 합니다. 단순히 제조 역량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버린 AI를 기반으로 한 풀스택 역량을 강화하여 다른 국가들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세계적인 장비사들이 한국을 부가가치 창출의 중심지로 인식하게 유도하고, 우리만의 독자적인 표준을 주도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제도 혁신과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와 AI 굴기, 대한민국은 준비되어 있는가?|『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출간 기념 북토크|권석준 × 권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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