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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 「줄기와 가지」로의 여행|가드너 박원순의 DK 『식물』 특강|박원순

식물 세계에서 줄기는 몸체를 지탱하는 중심축이자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통로입니다. 줄기는 대개 땅 위로 솟아 있지만, 환경에 따라 땅속에 숨어 생명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사탕수수처럼 단단한 섬유질로 몸을 지탱하거나 아이비처럼 유연하게 다른 물체를 타고 오르는 등 식물은 저마다의 생태적 지위에 맞춰 줄기의 형태를 진화시켜 왔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식물이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어떻게 최적의 생존 방식을 찾아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줄기 내부를 들여다보면 생명의 정교한 설계도가 나타납니다.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은 관다발의 배열 방식부터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특히 나무의 나이테는 그 식물이 살아온 역사의 기록물과 같습니다. 기후가 좋았던 해의 두꺼운 테와 가뭄을 견뎌낸 좁은 테는 과거의 환경 정보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또한 나무껍질인 '수피'는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비늘이나 종이 같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며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을 증명합니다. 식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줄기와 잎을 변형시켜 가시라는 무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줄기가 변한 경침, 잎이 변한 엽침, 표피가 튀어나온 피침 등 그 종류와 기원이 매우 다양합니다. 또한 상처를 치료하고 해충을 막기 위해 분비하는 끈적한 수지는 시간이 흘러 호박이라는 보석이 되기도 합니다. 용혈수처럼 피와 같은 붉은 수지를 내뿜거나 규칙적으로 가지를 치며 우산 모양을 만드는 독특한 성장 방식은 식물이 지닌 놀라운 생체 리듬과 방어 체계를 잘 보여줍니다. 우리가 흔히 나무라고 부르는 식물 중에는 실제로는 풀에 불과한 것들이 많습니다. 바나나는 줄기처럼 보이는 부분이 사실 잎이 겹쳐진 형태이며, 실제 줄기는 땅속에 뿌리줄기 형태로 숨어 있습니다. 대나무 역시 이름과 달리 풀의 일종으로, 속이 비어 있지만 마디 구조를 통해 강한 지지력을 얻습니다. 이들은 씨앗보다 눈이나 뿌리줄기를 통한 번식에 능숙하며, 히아신스의 비늘줄기나 감자의 덩이줄기처럼 땅속에 양분을 저장해 다음 세대를 기약하는 치밀한 생존 전략을 구사합니다. 식물의 줄기는 단순한 지지대를 넘어 15가지 이상의 감각을 지닌 예민한 기관입니다. 덩굴식물은 주변의 화학물질 냄새를 맡거나 그늘을 파악해 타고 올라갈 물체를 찾아내고, 사막의 거대한 사구아로 선인장은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아주 느리게 자라며 생태계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루에 1미터씩 자라는 대나무부터 수천 년을 견디는 소나무까지, 줄기와 가지가 보여주는 경이로운 생명 현상은 자연이 설계한 가장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강 「줄기와 가지」로의 여행|가드너 박원순의 DK 『식물』 특강|박원순
(주)사이언스북스가드너 박원순의 『식물』 특강
  • 생명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