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한 시간의 과학토크 1편|이기화
자연재해 중 지진은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동반하는 가장 치명적인 현상 중 하나입니다. 16세기 중국 산시성 지진은 단 한 번의 발생으로 83만 명의 희생자를 냈을 만큼 그 위력이 파괴적입니다. 우리는 보통 해외 뉴스를 통해 지진의 참상을 접하며 한반도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지진학이 현대 과학으로 자리 잡은 19세기 후반 이후, 지진의 근원이 단층에 있음이 밝혀지면서 한반도 지하에 숨겨진 활성단층의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지진학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모든 지진이 단층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단층은 과거 지구의 지각 변동으로 인해 지층이 깨진 틈을 말하며, 그 규모는 수 미터에서 수천 킬로미터에 이릅니다. 모든 단층이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약 250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진 발생 흔적이 있는 단층은 ‘활성단층’으로 분류하여 특별히 관리합니다. 지진은 지층에 가해진 힘이 한계에 도달해 깨지면서 축적된 탄성 에너지가 파동으로 방출되는 ‘탄성 반발설’으로 설명됩니다. 따라서 활성단층의 규모가 클수록 더 큰 지진을 일으킬 잠재력을 가지게 됩니다. 전 세계 지진은 특정 지역에 띠 모양으로 분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지진대라고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환태평양 지진대와 횡아시아 지진대가 있으며, 이는 1960년대 성립된 판구조론을 통해 명확히 설명되었습니다. 지구 표면은 약 100km 두께의 여러 판으로 나뉘어 있고, 이 판들이 맨틀의 대류에 의해 움직이며 서로 충돌하거나 멀어지는 경계에서 지진이 집중됩니다. 지각에 작용하는 힘의 방향에 따라 정단층, 역단층, 주향이동단층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대부분의 실제 단층은 수평과 수직 운동이 혼합된 사경 단층의 형태를 띱니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하여 판 내부 지진의 특성을 보입니다. 하지만 주변의 판들이 끊임없이 압축력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서남쪽에서는 인도판이 밀어붙이고, 동쪽에서는 태평양판이 일본 해구를 통해 북북서 방향으로 강한 힘을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두 거대한 힘이 한반도 내부의 활성단층에 응력으로 쌓이게 되고, 지층이 견디지 못하는 순간 지진이 발생하게 됩니다. 실제 지진파 분석 결과도 한반도가 동서 방향의 강력한 압축력을 받고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어 지각 활동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의 지진 역사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방대한 사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 2,000년의 기록 속에는 2,000회 이상의 지진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한반도 도처에 수많은 활성단층이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특히 15세기에서 18세기 사이에는 지진 활동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이 기간에 전체 방출 에너지의 3분의 2가 집중되었습니다. 이러한 불규칙한 활동 주기는 전형적인 판 내부 지진의 특징으로, 수백 년간 잠잠하다가도 특정 시기에 강력한 지진이 몰아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대 계기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주목받은 지점은 양산 단층입니다. 과거에는 이 단층이 활성 상태가 아니라고 여겨졌으나, 정밀한 지진 관측과 지층을 직접 파보는 트렌치 조사를 통해 활성단층임이 입증되었습니다. 양산 단층은 경주와 고리 등 원자력 발전소와 인접해 있어 국가적인 안전 논의의 중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경주 지역에서는 서기 779년에 집이 무너지고 1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대규모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습니다. 이는 거대한 단층이 언제든 다시 움직여 인근 지역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경고하는 지질학적 증거입니다. 결론적으로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통계적 분석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 규모는 약 6.7로 추정되는데, 이는 과거 발생했던 홍성지진에 비하면 상상하기 힘든 파괴력을 지닌 수치입니다.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지반 조건의 특성을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단단한 기반암 지역은 지진파의 진폭이 작아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매립지나 하천 퇴적층은 지진파를 증폭시켜 큰 피해를 야기합니다. 따라서 활성단층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정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국가적 차원의 대비만이 예측 불가능한 지진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보호할 유일한 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