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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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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펭귄은 정말 용감한 리더일까?|『물속을 나는 새』 출간 기념 강의|이원영

펭귄 하면 떠오르는 가장 큰 이미지는 단연 '귀엽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갓 부화한 젠투펭귄의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럽습니다. 조류인 펭귄은 알에서 깨어날 때 부리 끝의 '난치'라는 돌기를 이용해 껍질을 뚫고 나오는데, 이 흔적이 남아 있는 어린 새끼들은 온종일 잠을 자고 먹이를 먹으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연구자로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켜봐야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치명적인 귀여움은 관찰자의 심리적 거리를 절로 좁히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생후 한 달 정도가 되면 펭귄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중대한 변화가 찾아옵니다. 보송보송하던 솜털이 빠지고 바다 사냥에 적합한 진짜 깃털이 돋아나는 '털갈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대개 정수리 부분에 마지막까지 솜털이 남아 독특한 외양을 띠기도 하는데, 이 시기를 무사히 거쳐야 비로소 부모처럼 차가운 바다에 들어가 스스로 사냥을 할 준비를 마칩니다. 어린 시절의 안락함을 뒤로하고 독립적인 개체로서 거친 파도에 맞서기 위한 이 과정은 펭귄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 중 하나입니다. 펭귄의 생존 전략은 그들의 외모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등이 검고 배가 하얀 배색은 단순한 무늬가 아니라 포식자와 먹잇감을 속이기 위한 고도의 '은폐색'입니다. 물 위에서 내려다보면 어두운 해저 배경과 겹쳐 보이지 않고, 물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밝은 하늘빛에 가려져 적의 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펭귄은 이빨이 없는 대신 입안에 날카로운 돌기들이 돋아 있어, 미끄러운 크릴이나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목구멍으로 단번에 삼켜 소화시키는 매우 효율적인 신체 구조를 자랑합니다. 흔히 '남극의 신사'라 불리지만, 번식기의 펭귄은 누구보다 치열하고 거친 삶을 살아갑니다. 수컷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의 부리로 쪼며 날개로 치며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격렬하게 싸우기도 합니다. 한편 암컷은 배우자를 선택할 때 상대의 외모를 꼼꼼히 살피는데, 황제펭귄의 노란 무늬나 젠투펭귄의 주황색 부리가 얼마나 선명한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습니다. 색이 진하고 밝을수록 사냥 능력이 뛰어나고 건강하다는 증거이기에, 펭귄의 사랑은 철저히 생존 역량에 근거한 선택의 결과물입니다. 펭귄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이들이 오직 남극의 추운 곳에만 서식한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펭귄은 남반구 전역에 골고루 분포하며, 페루나 갈라파고스 같은 따뜻한 지역에서도 서식합니다. 남극 본토에만 국한되어 사는 종은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 정도이며, 나머지는 아프리카나 호주, 남미 등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북극곰과 펭귄이 함께 있는 그림은 상상일 뿐, 실제로는 지구의 양 끝단에 서로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에 야생에서 두 동물이 만날 일은 절대 없습니다. 경영학에서 리더십의 상징으로 자주 인용되는 '퍼스트 펭귄' 이야기도 실제 생태와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무리를 위해 용감하게 먼저 뛰어드는 영웅적 행동이라기보다, 사실은 포식자의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집단적 생존 전략에 가깝습니다. 혼자 뛰어들면 표범물개의 표적이 되기 쉽지만, 다 함께 뛰어들면 자신이 잡아먹힐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떠밀려 들어가든 눈치를 보다 일제히 들어가든, 이들의 행동은 용기라는 단어보다는 '희석 효과'라는 과학적 생존 논리로 설명됩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의 연구 생활은 고립된 사투보다는 협동하는 사회생활에 더 가깝습니다. 남극의 여름은 영상 기온을 기록할 만큼 온화할 때가 많으며, 연구원들은 기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깊은 유대감을 쌓습니다. 특히 세종과학기지 주변에는 여러 나라의 기지가 모여 있어 장비를 수리해주거나 음식을 나누어 먹는 등 국제적인 교류가 활발히 일어납니다. 과학은 개인의 고독한 탐험이 아니라, 타인과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돕는 과정에서 비로소 큰 가치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남극의 공동체는 잘 보여줍니다.

퍼스트 펭귄은 정말 용감한 리더일까?|『물속을 나는 새』 출간 기념 강의|이원영
(주)사이언스북스사이언스북스 북토크&강연
  • 생명과학
  • 지구환경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