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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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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엇이 다른가? 정말로 다를까?|『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깊이 읽기 7편|이명현 × 이미영

인간은 오랫동안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며 다른 동물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믿음을 고수해 왔습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에 따라 이러한 독보적 지위는 끊임없이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칼 세이건은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를 통해 세포의 진화부터 영장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지나온 여정을 살피며 인간의 정의를 새롭게 묻습니다. 특히 영장류의 특성이 인간의 사회적, 정치적 행동과 겹쳐지는 지점을 조명하며, 우리가 진정으로 독립적인 존재인지 아니면 진화의 거대한 흐름 속에 놓인 한 조각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요구합니다. 동물 행동학자들은 동물의 행동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려 시도하지만, 이에 대해 아이젠크와 같은 학자들은 강한 비판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는 동물의 행동을 인간과 유추하여 설명하는 방식이 피상적이며 대중적으로 과장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과학적인 성과는 발견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논쟁과 검증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특정 실험 조건에서의 결과가 보편성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과학자들 역시 각자의 연구 범위 안에서 현상을 판단하기 때문에 때로는 모순된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칼 세이건은 논쟁적인 사안을 다룰 때 결코 한쪽의 의견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견해를 밝기에 앞서 반대되는 주장과 모든 팩트의 가능성을 집요할 정도로 꼼꼼하게 검토합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때로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객관성을 확보하고 비판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까지 설득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객관적으로 자료를 나열한 뒤,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줍니다. 영장류의 세계에서 관찰되는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새로운 지식의 수용 방식입니다. 암컷 원숭이가 모래 섞인 밀을 물에 씻어 먹는 효율적인 방식을 발명했을 때, 어린 개체들과 다른 암컷들은 이를 즉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서열이 높은 수컷들은 자신의 지배적 지위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 끝까지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를 거부하며 모래를 씹는 길을 선택하곤 합니다. 이러한 자존심과 위계에 대한 집착은 인간 사회의 가부장적인 구도와도 묘하게 닮아 있으며, 수컷의 폭력성보다는 교묘하게 설계된 신화와 세뇌를 통해 체제가 유지되어 왔음을 시사합니다. 인간을 다른 종과 구별하려는 시도는 고대 철학자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플라톤은 인간을 털 없는 이족 보행 동물로 정의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사회적 동물이라 일컬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의 시선으로 보면 이러한 정의들은 쉽게 무너집니다. 털이 없는 특성은 영장류 간의 정도 차이일 뿐이며, 개미나 꿀벌의 사회성은 인간의 그것을 능가하기도 합니다. 애덤 스미스가 강조한 교역이나 교환 또한 보노보의 평화로운 상호작용에서 발견되는 등, 우리가 우리만의 고유한 자산이라고 믿었던 특성들이 사실은 자연계에 널리 퍼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지적 특성과 문화의 영역에서도 인간의 독점권은 위태롭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거나 과거를 회상하는 능력은 많은 동물에게서 본능적인 조절 기제로 나타납니다. 죽은 동료를 기리는 듯한 의식이나 고유의 놀이 문화는 고래나 침팬지 집단에서도 관찰되며,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언어 또한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성대의 발달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소통의 본질적 기능은 자연계 곳곳에 존재합니다. 결국 우리가 고수해온 인간다움의 조건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연속적인 선상의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인간이 멸종하더라도 다른 영장류가 그 자리를 대체하여 새로운 문명을 세울 것이라 상상하곤 합니다. 그러나 생태학적으로 인간과 유인원들은 밀접하게 연결된 공동 운명체에 가깝습니다. 대멸종의 역사에서 자원을 독점하던 지배종이 가장 먼저 사라졌듯이, 환경 변화가 닥치면 인간과 유사한 생존 조건을 공유하는 영장류들 역시 무사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을 특별하게 정의하려던 수많은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러한 깨달음은 오히려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인간은 무엇이 다른가? 정말로 다를까?|『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깊이 읽기 7편|이명현 × 이미영
(주)사이언스북스칼 세이건 살롱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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