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쿔테이블]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이런 일도 한다고?
2023년 6월, 중국 상하이에서 국제표준화기구 전통의학 기술위원회(ISO/TC 249)의 정기 총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정기 총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대면 방식으로 열려 전 세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온라인 회의의 한계를 넘어 그동안 미뤄졌던 수많은 안건이 쏟아져 나왔으며, 각국은 자국의 전통의학 기술을 국제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일주일간의 긴 일정 속에서 한국 대표단은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회의에 임했습니다. 이번 정기 총회에서 한국은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제안한 10개의 안건이 모두 국제 표준 개발 과제로 채택되는 쾌거를 이룬 것입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경혈 전자약 분야의 표준화 제안은 미래 의학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평가받습니다. 이외에도 한약재 실험의 신뢰성을 높이는 표준물질 제조 방법과 한의 진단의 핵심 기기인 맥진기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 표준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한국의 한의학 기술이 세계 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었음을 입증하는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례없는 성과는 단순한 운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과 소통의 결과였습니다. 대표단은 회의 참석 전부터 각 안건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일 국가와 전문가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또한 한의계 전체를 아우르는 민관 합동 대표단을 구성하여 회의 현장에서 각국 대표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며 전략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온라인 환경에서 해소하기 어려웠던 기술적 쟁점들을 대면 소통을 통해 하나씩 해결해 나간 것이 10개 안건 전원 통과라는 기록적인 결실로 이어진 것입니다. 한국의 역할은 단순히 안건 통과에 그치지 않고 국제 기구 간의 협력과 리더십 확보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번 정기 총회를 통해 ISO/TC 249와 전기 의료기기 표준을 다루는 IEC/TC 62 간의 공식적인 협력 관계가 체결되었습니다. 현대 한의 의료기기가 대부분 전자기기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두 기구의 협력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에 매우 필수적인 조치입니다. 특히 한국인 전문가가 두 기술위원회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조율하는 담당관(Liaison Officer) 역할을 맡게 되면서, 국제 표준화 무대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게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국제 표준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길입니다. 국가마다 상이한 의료법과 규제를 조율하는 과정에는 인내와 끈기가 요구됩니다. 특정 국가의 기준이 다른 국가에서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어, 이를 세심하게 조정하고 문서화하는 작업은 매우 까다로운 일입니다. 앞으로도 한국한의학연구원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발맞춰 새로운 영역의 표준 로드맵을 수립하고, 더 많은 전문가와 협력하여 우리 전통의학의 가치를 세계 시장에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꾸준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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