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특별전' 랜선투어 |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정화 책임연구원
2021년은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지 12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동의보감은 전문 의학서로서는 세계 최초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유네스코 국제 등재 심사 소위원회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지식이 독특하고 귀중하며, 수 세기 동안 동아시아 수백만 명의 건강에 기여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우리 선조들의 의학적 성취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는 인류의 소중한 자산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는 동의보감은 허준 선생이 주도하여 간행한 초간본의 뒤를 잇는 완질 목판본입니다. 특히 한의학의 발전을 염원하며 기증된 특별한 판본들이 포함되어 그 의미를 더욱 깊게 합니다. 동의보감은 국내를 넘어 중국에서 20여 차례, 일본에서 3차례 이상 간행될 정도로 동아시아 전역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현재까지도 한·중·일 3국 모두에서 공인된 문헌으로서 활발히 연구되고 활용되는 이 책은, 한의학의 체계화와 대중화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든 한의학의 실상은 다양한 유물을 통해 생생하게 확인됩니다. 소주를 증류할 때와 유사한 원리를 이용해 약을 추출하던 약고리는 물론, 달인 약을 정교하게 짜내던 약틀은 당시의 섬세한 조제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진료 현장에서 쓰이던 휴대용 약장은 약재가 쏟아지지 않도록 설계된 뚜껑 등 사용자를 배려한 실용적인 지혜가 돋보입니다. 이러한 도구들은 한의학이 관념적인 이론을 넘어 우리 민족의 삶과 밀접하게 호흡하며 발전해 왔음을 증명합니다. 인류의 생존 역사는 끊임없는 질병 및 전염병과의 사투였으며, 조선 시대 역시 체계적인 의료 정책을 통해 이에 맞서왔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백성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한 의학 서적들을 보급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던 기록들이 오늘날까지 전해집니다. 특히 일제강점기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 의생들은 '방역전기산'과 같은 처방을 제안하며 전염병 극복의 전면에 나섰습니다. 이는 전염병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서 백성을 지키고자 했던 선조들의 숭고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인 혼란 속에서 동의보감이 지닌 지혜는 현대 사회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이번 전시는 우리 조상들이 혹독한 역병의 고통을 어떤 방식으로 인내하고 극복했는지를 되짚어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기 극복의 희망을 전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산청과 서울 등 전국 각지의 박물관이 협력한 이번 연합 전시는 우리 의학의 우수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통해 얻은 교훈이 지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