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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 보물] 1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초석! 킬로그램 원기 39번

질량은 물질의 고유한 양으로, 장소와 상태에 관계없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닙니다. 인류는 100년 넘게 이 질량의 기준을 정의하기 위해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제작된 '국제 킬로그램 원기'라는 인공물을 사용해 왔습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에서 시작된 미터법은 초기에는 물의 부피를 기준으로 했으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금속 원기로 발전했습니다. 1889년 제1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채택된 이 원기는 전 세계 질량 측정의 유일한 표준이 되었습니다. 당시 40여 개의 복제품이 제작되어 각국에 배포되었는데, 그중 킬로그램 원기 39번은 대한민국 질량 표준 역사의 서막을 알리는 특별한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킬로그램 원기 39번의 도입 과정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공식 기록상 킬로그램 원기 39번은 1894년 일본에 배포되었다가 해방 후인 1947년에야 한국으로 이양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측 기록과 구전은 다른 이야기를 전합니다.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 시절 일본을 통해 구입하여 보관하던 중, 일제 강점기 물자 동원령으로 일본에 빼앗겼던 것을 되찾아왔다는 주장입니다. 비록 현재로서는 일본의 공식 기록에 대응할 만한 추가 사료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킬로그램 원기 39번이 척박했던 대한민국 과학 기술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도입된 국가적 보물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고국으로 돌아온 킬로그램 원기 39번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6·25 전쟁과 같은 격동기를 거치며 원기 표면에는 수많은 상처가 남았고, 이는 정밀한 질량 측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원기는 극도로 미세한 무게 변화조차 허용하지 않는 극한의 정밀함을 요구하지만, 당시에는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전문가나 시설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제 교정 시 질량 변화가 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1993년 새로운 원기인 킬로그램 원기 72번이 도입될 때까지 킬로그램 원기 39번은 국가 질량 표준을 확립하고 산업 발전을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그 소임을 다했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영원할 것 같았던 인공물 원기의 시대를 마감하게 했습니다. 2018년, 킬로그램의 정의는 인공물에서 물리 상수인 '플랑크 상수'로 재정의되었습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보관해도 원기의 질량이 공기와의 반응이나 마모로 인해 미세하게 변한다는 점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특정 장소에 보관된 원기에 의존하지 않고, 전 세계 어디서나 보편적인 자연 법칙을 통해 질량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측정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였으며,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질량 표준 실현 장치인 키블 저울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기술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이제 킬로그램 원기 39번은 국가 표준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 역사적 가치는 여전히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과거 우리는 선진국의 기준을 받아들이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제는 자체 기술로 질량 표준을 세울 수 있는 측정 강국으로 성장했습니다. 킬로그램 원기 39번은 나라를 빼앗겼던 시절 표준조차 지키기 어려웠던 역사를 잊지 말라는 교훈을 주며, 한 나라의 표준이 곧 기술 수준과 자존심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과거의 고난을 딛고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대한민국의 과학 기술은, 이 작은 금속 덩어리에 새겨진 흉터와 열정적인 연구자들의 땀방울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KRISS 보물] 1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초석! 킬로그램 원기 39번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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