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생물학의 상식을 파괴한 초파리의 정자
여름철 흔히 볼 수 있는 초파리는 아주 작지만, 그 정자의 길이는 무려 5cm에 달해 인간 체격으로 환산하면 30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인간 정자보다 1,000배나 긴 꼬리를 가진 이들이 좁은 몸속에서 엉키지 않는 비결은 매우 독특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정자들은 꼬리가 길어 엉키기 쉬운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움직임을 통해 충돌을 피합니다. 꼬리를 휘둘러 앞으로 나아가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서로를 밀어내는 파동을 이용해 질서 있게 이동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초파리 정자는 개별적으로 돌진하는 대신 단체로 서로를 밀어내며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이러한 정자의 신비로운 구조와 움직임은 스콧 피트닉 교수의 끈질긴 연구 끝에 밝혀졌습니다. 1992년 처음 거대 정자의 존재를 보고한 이후, 그는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왜 초파리가 자신의 몸보다 훨씬 긴 정자를 가지게 되었는지 그 미스터리를 추적했습니다. 이는 작은 동물이 거대한 정자를 엉키지 않고 제 기능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초파리 정자가 거대해진 진화적 이유는 치열한 생존 전략에 있습니다. 먼저 들어간 긴 정자는 암컷의 몸속을 가득 채워 다른 수컷의 정자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철벽 방어하는 바리케이드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암컷 초파리의 정자 보관 기관이 8cm 이상의 복잡한 미로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결국 수컷은 이 험난하고 가혹한 경로를 끝까지 통과하여 난자에 도달하기 위해, 정자의 길이를 늘리고 튼튼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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