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구자다 - 소프트융합소재연구센터 김희숙 센터장님 편
소프트융합소재연구센터에서 연구하는 과정은 단순히 소재의 특성을 탐구하는 것을 넘어, 연구자로서 가져야 할 유연한 태도를 정립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소프트한 연구자'라고 표현하는 배경에는 부드러운 물성을 지닌 소재를 다룬다는 의미와 더불어, 어떤 편견에도 갇히지 않는 열린 마음을 지향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유연함은 사람의 몸에 자연스럽게 밀착되거나 늘어날 수 있는 차세대 유연 소재 및 에너지 소재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자양분이 됩니다. 연구의 핵심은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물질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새로운 기능을 창출하는 복합 재료 분야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리콘처럼 잘 늘어나는 고분자에 전도성이 뛰어난 금속 입자를 정교하게 배합하면, 신축성을 유지하면서도 전기가 흐르는 혁신적인 전극 소재가 탄생합니다. 성질이 다른 두 물질을 섞을 때 각자의 장점이 퇴색되는 현상을 극복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소재 간의 물리적 간극을 좁히는 일은 연구자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정교한 작업입니다. 연구자로서의 길은 늘 순탄하지만은 않았으며 때로는 개인적인 삶과 연구 사이의 치열한 균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둘째 아이 출산 직후, 새로운 연구 과제의 시작과 필수적인 현장 장비 구축을 위해 쉴 틈 없이 연구실로 복귀해야 했던 시절은 가장 힘들면서도 보람찬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동료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그 고비를 넘기며 얻어낸 성과는 현재 연구 인생의 거대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주제가 되었으며, 이는 고난이 성장의 발판이 됨을 증명합니다. 지금까지의 연구가 소재 자체의 물성을 확보하고 최적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 결과물이 실제 세상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한 갈망을 채워가려 합니다. 물성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재부터 소자, 그리고 최종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소프트 로보틱스 분야로의 확장을 꿈꾸고 있습니다. 기반 지식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신진 연구자들과 협업하며, 새로운 산업의 근간이 될 수 있는 유연 소재 기술의 완성을 향해 도전을 이어고자 합니다. 연구소라는 공간이 모든 연구자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진정한 터전이 되기를 바랍니다. 동료들과는 함께 꿈을 나눌 수 있는 건강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가정에서는 공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한 딸들에게 자랑스러운 롤모델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엄마로서, 그리고 과학자로서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삶의 태도가 주변 동료들과 다음 세대에게도 긍정적인 영감을 주는 이정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