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형 x KERI]우리는 EMP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까?💣 with 바리스터(Varistor)
1962년 7월 9일, 하와이의 밤하늘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태양이 다시 떠오른 것처럼 눈부신 빛이 번쩍인 뒤, 도시의 가로등이 일제히 꺼지고 전자기기들이 마비되는 대혼란이 찾아왔습니다. 이는 하와이에서 약 1,300km 떨어진 고도 400km 상공에서 실시된 '스타피시 프라임' 고고도 핵실험의 여파였습니다. 핵폭발로 발생한 강력한 전자기 펄스(EMP)가 광범위한 지역의 전기망을 순식간에 초토화시킨 것입니다. 이 사건은 인류가 EMP의 파괴적인 위력을 처음으로 실감하게 된 역사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고도 핵폭발이 전자기 펄스(EMP)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매우 정교한 물리 법칙을 따릅니다. 핵폭발 시 방출된 감마선이 대기 중의 원자와 충돌하면 고속 전자가 튀어나오고, 이 전자들이 지구 자기장과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며 강력한 전자기파를 생성합니다. 이렇게 발생한 펄스가 전기 회로를 통과하면 회로 내부에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의 과전압을 유도합니다. 마치 폭우로 인해 제방을 넘어선 강물이 주변을 모두 쓸어버리는 것처럼, 과도한 전류는 정밀한 전자 부품들을 순식간에 태워버리거나 오작동을 일으켜 도시 전체를 마비시킵니다. 현대 사회에서 EMP의 위협은 핵무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자연 현상인 낙뢰나 태양 흑점 폭발 역시 강력한 전자기파를 발생시켜 지구상의 통신 장비와 전력 시스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고도로 정보화된 오늘날, 단 몇 시간의 통신 단절만으로도 국가 기능이 멈추고 사회적 대혼란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만약 전력 공급이 완전히 차단되고 수도와 난방 등 필수 기반 시설의 작동이 중단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수준일 것이기에, 이에 대응하는 방어 기술은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MP로부터 주요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장치 중 하나가 바로 '바리스터'입니다. 산화아연 반도체로 제작되는 바리스터는 일종의 안전 밸브와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평상시에는 높은 저항을 유지하여 전류를 차단하지만, EMP 공격이나 낙뢰 등으로 인해 갑자기 전압이 높아지면 순식간에 저항이 낮아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유입된 과도한 전류를 안전한 경로로 방출함으로써 전자기기의 정밀한 회로를 보호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호 소자는 고도의 세라믹 공정과 설계 기술이 필요하여 제조 난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MP 방어 기술은 국가 보안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가 간 기술 공유가 엄격히 제한되는 분야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 50kA급 대용량 바리스터 제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기술은 기존 외국 제품보다 에너지 견딤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며, 동일 면적에서 훨씬 많은 전류를 처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성과입니다. 전 세계 바리스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이번 기술 확보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를 튼튼히 다지는 데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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