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글로벌기계기술포럼) 오세기 부사장
건물 에너지 관리의 핵심은 냉난방 및 급탕 시스템의 효율화에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의 경우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약 40%가 주거 및 상업용 건물에서 소비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실내 온도를 조절하고 물을 데우는 데 쓰입니다. 탄소 중립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를 직접 연소시키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히트펌프 기술로의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국가적인 에너지 수요 관리와 탄소 발생 저감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적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변화는 가히 파격적입니다. 네덜란드와 같은 유럽 국가들은 장기 대출을 통해 절감된 에너지 비용으로 설비비를 상환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중국은 대기 질 개선을 위해 수년 만에 수백만 가구의 갈탄 보일러를 히트펌프로 교체했습니다. 특히 유럽은 2025년부터 신축 주택의 가스 배관 설치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소규모에 불과했던 공기-물 히트펌프 시장이 수십 배 규모로 급성장하며 새로운 주거 설비의 표준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히트펌프의 핵심은 압축기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있습니다. 과거 에어컨용 압축기는 일정한 온도 차 내에서만 작동하면 되었으나, 난방용 히트펌프는 영하의 혹한에서도 고온의 온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정체되어 있던 압축비가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100Hz 수준이던 운전 주파수가 180Hz까지 높아지는 등 극한의 환경에서도 고성능을 발휘하는 압축기 기술이 개발되면서, 시장의 가파른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기술적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상업용 건물과 산업 현장에서는 열회수 기술이 에너지 절감의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냉방이 필요한 전산실과 난방이 필요한 사무 공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열을 주고받는 열회수형 히트펌프는 이론적으로 효율을 두 배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하수처리수의 폐열을 회수해 지역난방에 재활용하는 방식은 이미 그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다만 한국은 상업용 건물의 열회수기 도입률이 1% 수준에 머물러 있어, 향후 정책적 지원과 설비 설계의 변화를 통해 개선할 여지가 매우 큰 분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한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파격적인 보조금과 규제로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입니다. 200도 이하의 산업용 열 수요를 히트펌프로 대체하고 미활용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산학연이 함께 협력하여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온실가스 저감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