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호모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 #3.예술활동왜 호모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 #3.예술활동ㅣ이한용(전곡선사박물관장) [2021달작한사이언스_3월]
인류가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예술 활동입니다. 직립 보행과 도구 제작에 이어,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하며 살아남은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습니다. 예술은 단순한 유희를 넘어 상징적 사고의 폭발을 의미하며, 이는 과학관이나 박물관에서 우리가 배우는 창의적 사고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예술적 본능은 수만 년 전 선사 시대 동굴 벽화에서부터 이미 선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선사 시대의 동굴 벽화는 주로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나 생존을 위한 교육적 목적으로 그려졌습니다. 라스코나 쇼베 동굴처럼 깊고 어두운 곳에서 발견된 그림들은 소나 말 같은 사냥감의 특징을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를 위험한 동물을 피하는 법이나 사냥 기술을 전수하는 '교과서' 같은 역할을 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당시 인류가 생존을 위해 자연을 얼마나 치밀하게 관찰하고, 그 지식을 공동체와 공유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증거입니다. 동굴 벽화가 그려진 장소를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화가들은 그리기 편한 곳이 아니라, 수백 미터나 기어 들어가야 하는 깊은 곳이나 소리가 잘 울리는 지점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나 천장화처럼 거룩하고 심오한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던 의도로 풀이됩니다. 기하학적인 문양이나 손바닥 자국, 주술사로 추정되는 반인반수 그림 등은 당시 인류가 이미 복잡한 상징 체계와 정신세계를 구축하고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고고학적 발견은 예술 활동의 기원이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유럽의 벽화보다 더 오래된 약 4만 5천 년 전의 구상화가 발견되어 학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러한 그림들은 동물의 털갈이 시기나 이동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여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인류의 경쟁력이 정밀한 관찰력에 있었음을 증명합니다. 특정 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나타난 이러한 예술적 흔적은 호모 사피엔스만이 가진 보편적인 진화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굴 벽화 외에도 구석기 비너스나 사자 인간 조각상 같은 유물들은 선사 시대의 고도화된 사회 구조를 짐작하게 합니다. 특히 정교하게 깎인 사자 인간 조각상은 공동체가 예술가에게 식량을 제공하며 오직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했음을 암시합니다. 즉, 예술은 개인의 활동을 넘어 공동체의 결속과 문명의 발전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습니다. 직립 보행에서 시작해 도구와 예술로 이어진 이 여정은 우리를 오늘날의 문명인으로 만든 위대한 진화의 발자취이자 인류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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