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50년, ETRI를 빛낸 사람들 김명준 전 원장
1986년 ETRI에 입사하여 선임연구원을 시작으로 연구원장까지 역임한 한 연구자의 여정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성장사와 궤를 같이합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술적 기반이 매우 취약했기에, 연구자는 낮은 기술 수준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번듯한 국가 기술력을 갖추겠다는 일념으로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35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꾸준히 성과를 냈으며, 퇴임 후에도 중소기업 지원과 원자력 발전소의 인공지능 도입을 돕는 등 국가 발전을 위한 기술적 조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40여 년간의 기술 개발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쳐 진화해 왔습니다. 1980년대에는 선진국 제품을 분석하여 다시 만드는 역공학이 주를 이루었으나, 90년대에는 국제 표준을 직접 구현하는 단계로 올라섰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시스템 통합을 통해 독자적인 서비스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2010년대에는 새로운 개념을 증명하는 단계를 거쳤습니다. 이제 2020년대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개념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시점이며, 이는 우리 후배 연구자들이 나아가야 할 핵심적인 방향입니다. 연구의 성과는 논문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기술 사업화와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인 국책 사업인 ‘한우리’ 과제를 통해 독립적인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이는 180여 건의 기술 이전과 60여 건의 국제 특허라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특히 연구원들을 독려하여 설립한 벤처 기업 중 세 곳이 상장에 성공하며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생명력을 얻는지 증명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단지 기술적 성공을 넘어 연구와 사업화, 그리고 창업이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연구 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과거 관행적으로 사용되던 부적절한 호칭을 개선하여 수평적인 문화를 정착시켰고, 연구 결과물을 정기적으로 책자화하여 지식을 공유하는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후배들을 마치 자신의 자녀처럼 아끼는 마음으로 연구소 내 도서관을 확충하고 실개천 등 휴게 공간을 조성하는 정서적 환경 개선에도 힘썼습니다. 이는 연구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여 연구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기 위한 진심 어린 노력이었습니다. 국가 연구소의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자부심은 창의적이고 이타적인 업무 특성에서 비롯됩니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국가와 산업계를 위해 헌신한다는 마음가짐은 비록 외부의 엄격한 비판이 있을지라도 연구자들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됩니다. 정직하고 성실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세상 그 어떤 직장보다 큰 보람을 선사합니다. 이제 우리 후배들은 우물 안 개구리식 연구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시각을 갖추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개념으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멋진 연구원으로 성장해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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