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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50년, ETRI를 빛낸 사람들 김채규 전 소장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여정은 197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전자계산센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컴퓨터조차 없던 척박한 환경이었으나, 선구적인 연구원들은 소프트웨어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평생을 헌신했습니다. 이후 국가적 조직 개편을 거쳐 ETRI로 소속이 바뀌는 과정 속에서도 연구의 맥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86 아시안 게임과 88 서울 올림픽의 전산화 작업은 한국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전 세계에 증명하며 국가적 위상을 높인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1977년 의료보험 제도의 실시는 병원 행정에 거대한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당시에는 모든 청구 업무를 수작업으로 처리했기에 수많은 인력이 투입되어도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국산 병원 전산 패키지인 'MEDIOS'입니다. 병원 현장에서 밤낮없이 매달린 끝에 탄생한 이 시스템은 수작업의 비효율성을 완전히 걷어냈습니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다시 보게 만드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으며, 우리 스스로 컴퓨터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습니다. 86 아시안 게임과 88 서울 올림픽의 성공 뒤에는 보이지 않는 전산 시스템의 힘이 컸습니다. 수천 명의 기자들에게 경기 흐름과 기록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이는 '또 하나의 금메달'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성공은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이후 삼성SDS나 LG CNS와 같은 대형 전산 기업들이 설립되는 기반이 되었으며, 아무것도 없던 맨땅에서 일궈낸 성과들이 모여 오늘날 IT 강국의 기초를 형성하게 된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가정 내부로 이어져 정보가전과 디지털 홈네트워크 시대를 열었습니다. 사용자의 음성이나 동작에 반응하는 스마트 가전과 셋톱박스 중심의 홈네트워크 기술은 우리 연구진의 땀방울이 맺힌 결과물입니다. 특히 관객이 영화 속 주인공과 소통하는 인터랙티브 무비나 4D 극장 기술의 시초는 한국의 혁신성을 세계에 알린 사례입니다. 이러한 융합 연구의 성공은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말보다 실천을 앞세우는 솔선수범의 자세를 가졌기에 가능했습니다. 국가출연연구소의 연구원으로서 가장 큰 보람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일상에 뿌리내린 모습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과거 연구자들이 직접 기술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열정은 이제 후배들에게 이어져 다음 50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R&D 환경 속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ETRI라는 이름 아래 형성된 끈끈한 유대감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모든 연구원이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될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기술 강국으로서 세계 무대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입니다.

ETRI50년, ETRI를 빛낸 사람들 김채규 전 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50주년 특별 기념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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