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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방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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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더 이상 사지 않아도 됩니다

최근 패션 산업은 유행의 주기가 매우 빨라지며 '패스트 패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매일같이 새로운 트렌드가 쏟아지는 만큼, 입지 않고 버려지는 옷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헌 옷 수거함에 넣는 옷들 중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대다수의 폐의류는 제3국으로 수출되거나 자연에 그대로 버려지며, 특히 합성 섬유로 만들어진 옷들은 분해되지 않아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폐의류 재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습니다. 폐의류를 재활용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섬유에 강력하게 결합된 염료 때문입니다. 염료는 세탁이나 마찰에도 색이 빠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 재활용 과정에서는 제거해야 할 이물질이 됩니다. 둘째는 여러 재질이 섞인 혼방 섬유의 특성입니다. 폴리에스터, 나일론, 스판덱스 등 서로 다른 소재가 얽혀 있는 옷을 재활용하려면 이를 각각의 재질로 분리해야 하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공정이 매우 까다로웠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가 그동안 의류 재활용의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습니다. 국내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유일한 폐의류 재활용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핵심은 먼저 섬유에 입혀진 색을 빼내는 '탈염' 과정입니다. 특수 추출제를 사용해 염료를 제거하면, 어떤 색상의 옷이라도 다시 하얀색이나 투명한 상태의 원료로 되돌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이후 혼방 섬유에서 각 섬유의 성질 차이를 이용해 특정 성분만 선택적으로 녹여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섞여 있던 소재들이 액체와 고체 상태로 나뉘어 각각 순도 높은 상태로 회수될 수 있는 준비를 마치게 됩니다. 분리된 섬유는 '해중합'이라는 고도의 화학적 공정을 거칩니다. 해중합은 고분자 형태인 섬유를 합성 이전의 기초 원료인 단량체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입니다. 특수한 촉매와 공용매를 활용해 열을 가하면, 실 형태였던 섬유가 완전히 분해되어 투명한 액체 속에 녹아들게 됩니다. 이를 다시 기화시키거나 여과하는 정제 과정을 거치면 반짝이는 결정 형태의 순수한 단량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재활용을 넘어, 품질 저하 없이 무한히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완벽한 자원 순환 체계를 의미합니다. 의류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이번에 개발된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버려지는 플라스틱과 옷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추출된 원료는 다시 옷을 만드는 데 쓰이거나 페트병과 같은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의 재료로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패스트 패션의 그림자를 지우고, 자원이 끊임없이 선순환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옷을 더 이상 사지 않아도 됩니다
한국화학연구원
  • 화학
  • 지구환경과학
  • 공학·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