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연구장비 활용 캠페인] 4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방정규 책임연구원
신약 개발의 세계에서 펩타이드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핵심적인 화합물로 평가받습니다. 당뇨병 치료제로 유명한 인슐린이나 옥시토신처럼 연간 수십조 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는 펩타이드 기반 약물은 현대 의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물질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라는 정밀 분석 장비가 필수적입니다. 연구 초기에 직면한 막대한 예산의 장벽은 오히려 국내 기술로 제작된 국산 HPLC 장비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기초 과학 연구의 자립을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연구 현장에서 활용된 국산 HPLC는 세계적인 학술 성과를 도출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습니다. 세계 5대 우수 저널로 꼽히는 ‘저널 오브 메디시널 케미스트리’의 표지 논문을 장식한 화합물들이 모두 국산 장비로 정제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재 미국 국립암연구소나 일본 오사카 대학 등 해외 유수의 기관과 진행하는 공동 연구에서도 우리 기술로 추출한 물질들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국산 과학 장비가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정밀도와 신뢰성을 갖추었음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산 장비의 실질적인 강점은 우수한 경제성과 신속한 유지보수 환경에 있습니다. 외산 대비 부품 가격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연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으며,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몇 시간 내에 유지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연구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다만 펩타이드 합성기나 분리 정제의 핵심인 컬럼 기술 분야는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실정입니다. 앞으로 장비의 본체뿐만 아니라 핵심 소모품까지 국산화가 완성된다면, 대한민국은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우리 기술로 주도하는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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