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봄 사이언스데이 강연 영상]불편한 정전기를 편리한 전기에너지로 - 조한철 박사(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정전기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겪는 현상으로, 겨울철 문고리를 잡거나 옷을 입을 때 예기치 못한 따끔함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불편한 존재만은 아닙니다. 주유소에서의 정전기는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하늘로 솟구치게 하는 귀여운 장난기가 숨어있기도 합니다. 정전기는 종이를 끌어당기거나 물줄기의 방향을 바꾸는 물리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며, 번개처럼 거대한 빛과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자연의 경이로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인류가 정전기를 처음 인식한 것은 기원전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는 보석인 호박을 양털로 문지르면 먼지가 달라붙는 것을 발견했는데, 여기서 전기(Electricity)라는 단어가 유래되었습니다. 이후 18세기 벤자민 프랭클린은 연날리기 실험을 통해 번개가 전기의 일종임을 증명했고, 쿨롱은 정전기 법칙을 통해 이를 과학적으로 정량화했습니다. 이처럼 정전기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탐구되고 체계화되어 온 우리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전기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물질 사이의 마찰에 있습니다. 고체와 액체, 기체 등 어떠한 물질이라도 서로 부딪히고 떨어지는 과정에서 전자가 이동하며 마찰전기가 생성됩니다. 이때 전자를 잘 주고받는 성질을 나열한 것을 '대전열'이라 부르는데, 이 거리가 멀수록 정전기가 강하게 발생합니다. 우리가 피부 자극이 적은 면 소재의 속옷을 입는 이유도 면이 중성에 가까워 정전기 발생을 최소화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실크와 폴리에스터를 같이 입으면 강한 정전기가 발생하여 큰 통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는 이러한 정전기의 원리를 역이용하여 에너지를 수확하는 마찰 대전 발전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수천 개의 LED 전구에 불을 밝힐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연구진은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를 켜거나,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토끼 모자에 LED를 연결해 움직임만으로 빛을 내는 등 정전기를 실용적인 에너지로 변환하는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버려지는 정전기를 편리한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정전기 에너지 수확 기술은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들도 쉽게 실험할 수 있는 교구재 개발을 통해 과학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같은 소형 전자기기의 구동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풍력이나 화력 발전의 효율을 높이고 다양한 안전 센서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환경 오염 걱정 없이 누구나 손쉽게 에너지를 만들어 쓸 수 있는 세상, 정전기가 만드는 밝은 미래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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