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야뉴스의 얼굴 (해양/극지 분야 | 이원상 박사 극지연구소) [인류세 위기를 막아라! - 온라인포럼, 강연3]
인류는 역사적으로 눈부신 성취를 이루어 왔지만, 그 이면에는 자연을 훼손하고 지구에 깊은 흔적을 남긴 어두운 모습이 존재합니다. 서남극의 스웨이츠 빙하는 이른바 '운명의 날 빙하'로 불리며, 이곳의 붕괴 여부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대한 변수로 꼽힙니다. 로마 신화의 야누스가 두 얼굴로 앞뒤를 동시에 보듯, 현대 인류는 문명의 비약적인 성장과 그로 인해 파괴되는 생태계라는 두 가지 현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어떠한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느냐에 따라 거대한 빙벽 너머의 미래가 결정될 것입니다. 1870년대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게 되었으나, 그 대가로 대기 오염과 온실가스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했습니다. 과거 40만 년 동안의 기후 변화를 간직한 아이스코어와 해양 퇴적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오랜 시간 안정적인 범위를 유지해 왔으나 인류세에 접어들어 자연적인 변동 폭을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현재 400ppm을 돌파한 농도는 명백히 인위적인 활동의 산물이며, IPCC 보고서는 이러한 기후 변화의 원인이 인간의 영향임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류가 지구 환경에 남긴 지울 수 없는 흔적입니다. 이산화탄소 농도의 가파른 상승은 기후 변동성을 극대화하여 유례없는 극한 기상 현상을 빈번하게 일으키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가뭄과 대규모 산불 같은 기후 재해는 인류가 초래한 환경 위기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극지방은 전 지구 평균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여 온도 상승 속도가 타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게 나타납니다. 1980년대 이후 지구가 붉게 달아오르는 온난화 지도는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는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곧 전 지구적인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경고 신호입니다. 빙하의 소실은 곧바로 전 지구적인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며 이는 인류의 생존 공간을 직접적으로 위협합니다. 지구 담수의 약 99%가 집중된 그린란드와 남극의 거대한 얼음층이 녹아내릴 경우, 해수면은 최대 수십 미터까지 상승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미 투발루와 같은 저지대 섬나라들은 국토가 바다에 잠기는 비극적인 현실에 직면해 있으며,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도 제주도와 동해안을 중심으로 평균 이상의 가파른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기후 변화는 먼 미래의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우리와 우리 자녀 세대가 당장 맞서야 할 절박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성층권에 물질을 살포하는 지구 공학적 해결책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예기치 못한 부작용의 위험성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실생활에서 탄소 중립을 실천하려는 인류 개개인의 강력한 의지와 행동에 있습니다. 야누스의 얼굴이 본래 문을 지키는 수호신의 의미를 가졌듯이, 인류는 지구에 상처를 입힌 주범인 동시에 다시 지구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편리함에 매몰된 삶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창조적인 지혜를 모은다면, 우리는 비로소 지구의 진정한 수호신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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