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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초고속 현상 연구를 위한 극한의 빛, 아토초 펄스_by 김경택 | 고등과학원&카오스재단 '2023 노벨상 해설강연' | 2강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은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 단위인 '아토초'의 세계를 연 과학자들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아토초는 100경 분의 1초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찰나의 순간으로, 물질 내부에서 전자가 움직이는 역동적인 과정을 포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대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밀리초나 마이크로초를 넘어, 분자의 회전을 관측하는 펨토초보다도 천 배나 더 짧은 이 극한의 시간은 현대 물리학이 미시 세계를 탐구하는 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초고속 현상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관찰하려는 현상보다 더 짧은 시간 폭을 가진 도구가 필요합니다. 19세기 에드워드 마이브리지가 말의 달리는 모습을 촬영해 네 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했듯이, 과학자들은 셔터 스피드를 높이는 대신 아주 짧은 빛의 펄스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기계적 셔터나 전기 신호로는 도달할 수 없는 나노초 이하의 영역을 탐구하기 위해, 빛의 결이 일정한 레이저 기술이 도입되면서 초고속 측정의 역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레이저의 발명은 빛의 위상을 정렬하여 강력하고 짧은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펨토초 레이저는 여러 주파수 성분의 위상을 하나로 맞추는 '모드 잠금' 기술을 통해 분자의 화학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원자 내부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찰나를 보기에는 펨토초조차 너무 긴 시간이었고, 과학자들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더 높은 주파수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빛을 생성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아토초 과학의 결정적인 단초는 안 륄리에 교수가 발견한 '고차 조화파' 현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강력한 레이저를 기체 원자에 조사했을 때, 원자에서 튀어나온 전자가 다시 결합하며 원래 레이저 주파수의 수십 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 과정은 이온화, 가속, 재결합이라는 세 단계를 거치며 매 반 주기마다 반복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빛은 펨토초보다 훨씬 넓은 주파수 대역을 가지고 있어 아토초 단위의 짧은 펄스를 생성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고차 조화파가 발견된 이후에도 이를 실제 아토초 펄스로 증명하는 데는 정밀한 측정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피에르 아고스티니 교수는 양자 간섭 효과를 이용해 이 빛들의 위상이 일치하는지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서로 다른 경로를 거친 전자의 확률 함수가 간섭하는 현상을 분석함으로써, 인류는 마침내 250아토초라는 극도로 짧은 빛의 펄스가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이론적 가설을 넘어 실험적으로 아토초의 영역에 발을 들인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연속적인 펄스 열 중에서 단 하나의 아토초 펄스만을 골라내는 기술은 페렌츠 크라우스 교수에 의해 완성되었습니다. 레이저 전기장의 절대 위상을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단일 아토초 펄스를 생성하고, 이를 통해 레이저 빛 자체의 파형을 직접 측정하거나 원자 내 전자의 이온화 지연 시간을 계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아인슈타인의 광전 효과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시간 차이를 실제로 측정하는 등 양자 역학의 근본적인 질문들에 답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은 단순히 짧은 빛을 만든 것을 넘어, 전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현미경'을 인류에게 선사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펨토초 수준에 머물러 있던 인류의 관측 능력을 아토초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반도체 공정의 고도화나 생명 현상의 근원적 이해 등 미래 과학 기술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극한의 짧은 찰나를 지배하려는 과학자들의 도전은 이제 물질의 성질을 자유롭게 제어하고 새로운 물리 법칙을 발견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강연] 초고속 현상 연구를 위한 극한의 빛, 아토초 펄스_by 김경택 | 고등과학원&카오스재단 '2023 노벨상 해설강연'

김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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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

[강연] 양자역학의 두 역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_by 정현석 / 2023 가을 카오스강연 'INCREDIBLE QUANTUM' 7강 | 7강

고전역학은 초기 조건만 완벽히 안다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합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등장은 이러한 상식을 뒤흔들었습니다. 동일한 조건에서도 실험 결과가 확률적으로 나타나며, 측정이라는 행위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연의 본질이 비결정론적인지, 아니면 우리가 아직 모르는 숨은 변수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 중 하나는 양자 중첩입니다. 미시 세계의 입자는 관측되기 전까지 여러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 중첩 상태에 머물 수 있습니다.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전자가 어느 슬릿을 통과했는지 확인하지 않을 때, 전자는 마치 두 경로를 동시에 지난 것처럼 스크린에 간섭 무늬를 남깁니다. 이는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지니고 있음을 의미하며, 고전적인 직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전자의 경로를 확인하려 시도하는 순간 간섭 무늬가 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직접적인 관측뿐만 아니라, 양자 얽힘 상태의 입자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경로 정보를 얻으려 해도 양자 중첩 상태는 붕괴됩니다. 우주의 그 누구라도 경로 정보를 알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양자적 간섭은 사라지고 고전적인 통계 분포만 남게 됩니다. 이는 정보의 유출 자체가 양자 상태에 물리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시사하며 측정의 특별한 지위를 보여줍니다. 양자 얽힘은 두 입자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상태처럼 연결되어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유령 같은 원거리 상호작용'이라 부르며 비판했습니다. 그는 물리적 실재가 측정과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하며, 빛보다 빠른 영향력은 불가능하다는 국소적 실재론을 고수했습니다. EPR 역설은 양자역학이 이러한 상식적인 가정을 만족하지 못하므로 불완전한 이론일 수 있다는 의구심에서 제기된 사고 실험이었습니다. 존 벨은 국소적 실재론이 맞다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수학적 부등식을 제안하며 이 논쟁을 실험의 영역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이후 클라우저, 아스페, 차일링거 등의 물리학자들은 정교한 실험을 통해 벨의 부등식이 위배됨을 증명했습니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믿음과 달리 자연이 국소적 실재론을 따르지 않음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들의 공로는 2022년 노벨 물리학상으로 인정받으며 양자역학의 비국소성을 확고히 했습니다. 양자역학의 기묘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다세계 해석이나 드브로이-봄 이론 같은 다양한 해석들이 존재합니다. 다세계 해석은 측정이 일어날 때마다 우주가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고 보며 결정론을 복원하려 합니다. 반면 드브로이-봄 이론은 비국소적인 숨은 변수를 도입하여 국소적 실재론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해석들은 양자역학의 수학적 결과는 동일하게 예측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입니다. 과거에는 철학적 논쟁에 머물렀던 양자 역설은 오늘날 첨단 기술의 핵심 자원이 되고 있습니다. 양자 얽힘과 양자 중첩 원리는 도청이 불가능한 양자 암호 통신과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양자 컴퓨팅 구현의 토대가 됩니다. 벨의 부등식은 이제 실험실에서 도청 여부를 확인하는 실용적인 도구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된 탐구가 인류의 기술 문명을 혁신하는 강력한 동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강연] 양자역학의 두 역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_by 정현석 / 2023 가을 카오스강연 'INCREDIBLE QUANTUM' 7강

정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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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

[석학 인터뷰] 의식의 탄생과 인간의 진화의 관계🧬 | 2022 카오스강연 '진화'

우리는 우주를 날거나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도 중력의 영향권 아래 있듯이, 인간의 의식 또한 생물학적 진화라는 거대한 법칙 안에서 움직입니다. 의식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형태로 나타난 신비로운 현상이 아니라, 아주 미세한 단계들을 거쳐 점진적으로 발달해 온 진화의 산물입니다. 마치 초기 생명체의 시각 장치가 단순히 빛과 그림자를 구분하는 수준에서 시작해 오늘날의 정교한 눈으로 발전했듯, 의식 또한 생존에 유리한 아주 작은 이득들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퀄리아'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로 여기곤 합니다. 내가 느끼는 빨간색의 강렬함이 타인의 것과 같은지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대 인지신경과학은 의식을 해결 불가능한 난제가 아닌, 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봅니다. 의식은 뇌의 여러 신경 회로가 정보를 공유하는 일종의 '칠판'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무수한 무의식적 신경 작용들 사이에서 특정한 정보를 통합하고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의식의 출현을 인간만의 고유한 특권으로 보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이는 생물학적 연속성을 간과한 것일 수 있습니다. 영장류나 유인원, 심지어 다른 동물들도 각자의 수준에서 의식이라 부를 수 있는 인지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인간은 고도로 발달한 언어와 문자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의 의식을 기록하고 표현할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의식은 인간과 함께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니라, 자연 선택의 과정에서 복잡성이 증대되며 여러 생명체에게서 단계적으로 발전해 온 공통의 형질입니다. 의식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분자 수준의 물리적 작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경세포와 그 내부의 분자들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결과가 바로 의식이라는 가설은 현대 과학의 중요한 축을 이룹니다. 이는 개별 요소에는 없던 새로운 성질이 전체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창발적 특성'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아직 의식의 모든 기전을 완벽히 규명하거나 재현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의식은 결국 생물학적 토대 위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의 일부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현대 인류는 문화적, 기술적 진화를 통해 생물학적 진화의 속도를 앞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때로는 저출산과 같이 생물학적 본능에 역행하는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진화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고도화된 뇌 활동과 그에 따른 논리적 행동들 역시, 거대한 관점에서는 유전자가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한 복잡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결국 의식은 생물학적 뿌리를 부정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뿌리 위에서 피어난 가장 정교한 적응의 결과물입니다.

[석학 인터뷰] 의식의 탄생과 인간의 진화의 관계🧬 | 2022 카오스강연 '진화'

김상욱, 김영준, 김유섭, 박정재, 이준호, 장대익, 장이권, 전중환, 최재천, 한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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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과학

[강연] 우주 얼음과 유기 분자 by 이정은 ㅣ 대학과 함께하는 2022 UN 세계기초과학의 해 한국 선포식 특별강연

우주에서 별과 행성이 탄생하는 과정은 생명의 기원을 찾는 여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별이 만들어지는 물질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를 분석하여, 지구 생명체의 필수 요소인 물과 유기 분자의 존재를 추적합니다. 우주의 물질을 직접 채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원자와 분자가 내뿜는 고유한 '지문'을 읽어내는 과정입니다. 전자기파와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만 광년 떨어진 곳의 성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별은 영하 260도에 달하는 차가운 성간 분자 구름이 중력으로 수축하며 태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회전 원반 구조인 '원시행성계 원반'이 형성되며, 그 중심에는 아직 핵융합을 시작하지 않은 원시별이 자리 잡습니다. 가시광선으로는 두꺼운 먼지 층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적외선이나 전파 영역의 빛을 이용하면 이 신비로운 탄생의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 원반 속의 물질들이 서로 뭉치고 충돌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같은 행성계가 서서히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원시행성계 원반은 크기가 작고 온도가 낮아 매우 미약한 빛을 내뿜기에, 이를 관측하려면 여러 개의 안테나를 하나로 묶어 사용하는 전파 간섭계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대표적인 시설인 칠레의 '알마(ALMA)'는 66개의 안테나를 통해 놀라운 분해능을 제공하며 행성 탄생의 생생한 현장을 포착합니다. 실제로 관측된 원반의 나이테 모양 구조는 행성이 궤도를 돌며 주변 물질을 청소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러한 첨단 기술 덕분에 인류는 우주의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행성 형성의 비밀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반 내부의 온도 차이는 행성의 성격을 결정짓는 '스노우 라인'을 형성합니다. 별과 가까운 곳에서는 지구형 행성이, 먼 곳에서는 얼음과 가스가 뭉친 거대 목성형 행성이 만들어집니다. 메마른 환경에서 태어난 지구가 생명체를 품게 된 배경에는 외곽에서 형성된 혜성들이 물과 유기 분자를 얼음 형태로 배달해준 역할이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로제타 미션과 같은 탐사를 통해 혜성에 다양한 유기 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는 우주가 생명의 씨앗을 품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최근에는 '폭식'하듯 물질을 흡수하며 밝아지는 원시별을 통해 유기 분자 탐사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습니다. 별의 급격한 활동으로 스노우 라인이 확장되면 얼어붙어 있던 유기 분자들이 기체로 승화하여 관측 가능한 스펙트럼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스피어엑스(SPHEREx)는 이러한 우주의 화학 지도를 더욱 정밀하게 그려낼 것입니다. 기초과학은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진리를 발견하는 기쁨을 선사하며, 이는 한 국가의 과학적 역량과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소중한 지표가 됩니다.

[강연] 우주 얼음과 유기 분자 by 이정은 ㅣ 대학과 함께하는 2022 UN 세계기초과학의 해 한국 선포식 특별강연

이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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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문학

[인터뷰] 송충의_과학자는 질문으로 농사짓는 사람

화학의 세계에서 분자를 합성하는 과정은 우리 실생활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자연계의 원리를 모방하거나 특정 원소를 활용해 화학 반응을 조절해 왔지만, 최근에는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촉매 기술이 등장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기술은 복잡한 실험 장치나 막대한 비용 없이도 효율적인 분자 합성을 가능하게 하여 기초 과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화학자들이 분자 구조를 더욱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새로운 촉매의 발견은 단순히 실험 기법의 변화를 넘어, 우리가 원하는 성질의 분자를 만드는 제3의 고속도로를 건설한 것과 같습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특정 구조의 분자를 생성하기 위해 제한적인 방법론에 의존해 왔지만, 유기 촉매는 물리적, 화학적, 의학적 성질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이는 마치 목적지로 가는 기존의 두 갈래 길 외에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새로운 경로를 발견한 것과 같으며, 화학자들이 분자 구조를 더욱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한국의 과학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발상과 이를 뒷받침하는 전폭적인 지원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과거 콜럼버스가 신항로를 개척할 때 이사벨라 여왕의 지원이 있었기에 아메리카 대륙 발견이 가능했듯, 과학자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도 믿음을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또한, 단순히 새로운 발견에 그치지 않고 많은 연구자가 그 길을 따라가며 연구의 즐거움을 공유할 때 비로소 노벨상과 같은 세계적인 성과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학계에서는 '카이랄 분자'의 자기 복제와 진화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분자가 스스로를 복제하며 진화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것은 지구가 탄생한 초기 단계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태동했는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리는 작업입니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생명 탄생의 초기 단계를 과학적 가설로 증명해 나가는 과정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이러한 연구는 분자 수준에서의 진화를 이해함으로써 생명의 근원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과학자의 본질적인 역할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를 위한 '질문'을 심고 가꾸는 농부가 되는 것입니다. 농부가 씨앗을 뿌려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두어 사람들을 배부르게 하듯, 과학자는 엉뚱해 보일지라도 가치 있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류의 발전에 기여해야 합니다. 좋은 질문은 그 자체로 새로운 연구의 씨앗이 되며, 이를 통해 얻은 해답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집니다. 끊임없이 질문을 농사짓는 자세야말로 미래의 과학자들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모습입니다.

[인터뷰] 송충의_과학자는 질문으로 농사짓는 사람

송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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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학

[인터뷰] 외계(지적)생명체가 존재할까?ㅣ스페이스오페라_릴레이 인터뷰 | 우가궁5

우주의 광활함을 고려할 때,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통계적으로 매우 희박한 일입니다. 우리 은하에만 수천억 개의 별이 존재하며, 대부분의 별이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이 현대 천문학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갖춘 행성이 우리 은하 내에만 수십억 개에 달한다는 관측 결과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합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을 통해 계산해 보더라도,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이는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존재가 있을 것임을 시사합니다.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의 과정은 적응과 진화의 연속입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명체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과정에서 지적인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인류가 스스로를 지적 생명체라 정의하듯, 우주 어딘가에는 우리보다 훨씬 앞선 지능을 가진 존재가 있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진화라는 보편적인 메커니즘이 우주 전역에서 작동한다면, 외계 지적 생명체의 탄생은 지구만의 특별한 사건이 아닌 우주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먼 우주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것과 별개로, 우리 태양계 내에서도 생명체의 흔적을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화성의 지표면 아래나 엔셀라두스, 타이탄과 같은 위성의 얼음층 밑에는 액체 상태의 물과 유기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해저 열수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위성들은 지구의 심해 생태계처럼 화학 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살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러한 곳에 탐사선을 보내 직접적인 생명 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남극의 얼음 호수 등에서 잠수정 테스트를 진행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직 그들과 조우하지 못한 이유는 거리와 시간의 장벽 때문입니다. 광속이라는 물리적 한계는 광대한 우주에서 소통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설령 우리 은하 내에 수많은 문명이 존재하더라도,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동시대에 존재할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인류가 전파 통신을 시작한 지 불과 백 년 남짓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만 광년 단위로 떨어진 문명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명의 존속 기간(L)은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입니다. 고도의 기술을 갖춘 문명은 핵전쟁, 환경 파괴, 전염병 등 스스로 초래한 위기로 인해 예상보다 빨리 소멸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들려오는 신호가 없다는 사실은 어쩌면 문명의 존속 기간(L)이 우주적 시간 단위에서 매우 짧다는 것을 암시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탐사를 지속하는 것은, 우주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고 인류 문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성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인터뷰] 외계(지적)생명체가 존재할까?ㅣ스페이스오페라_릴레이 인터뷰 | 우가궁5

권우진, 김용철, 박성찬, 박창범, 신지혜, 이명현, 이석영, 이성재, 이영욱, 이유경, 임명신, 임채호, 정애리, 조중현, 최기운

카오스재단릴레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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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빛의 한계를 뛰어넘는 분자의 슬기로운 감빵생활 _ by심상희 ㅣ 2021 가을 카오스강연 '과학의 희열' 5강 | 5강

현미경의 역사는 생물학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해 왔습니다. 17세기 로버트 훅은 직접 고안한 현미경으로 코르크 마개를 관찰하던 중, 작은 방들이 조밀하게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수도원의 독방이나 감옥 같다고 느껴 '세포(Cell)'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후 레벤후크는 미생물을 발견하여 미생물학의 토대를 닦았고, 카할은 신경 세포의 정교한 구조를 그려내며 뇌과학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처럼 현미경은 보이지 않는 미세 세계를 시각화함으로써 인류가 생명의 기본 단위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광학 현미경은 물리적인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19세기 에른스트 아베는 빛의 파동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회절 현상을 수식으로 정리하며 회절 한계를 규명했습니다. 가시광선을 사용하는 한, 약 200~300 나노미터보다 작은 물체는 서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수 나노미터 크기에 불과한 단백질이나 바이러스는 현미경 아래에서 실제보다 훨씬 거대한 빛의 점으로 뭉개져 보일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오랫동안 광학계의 깨지지 않는 법칙처럼 여겨졌습니다. 전자 현미경은 짧은 파장의 전자빔을 사용하여 이 한계를 극복했지만, 세포를 아주 얇게 자르고 고정해야 하기에 살아있는 상태를 관찰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반면 형광 현미경은 특정 분자에만 빛을 내는 표지를 붙여 복잡한 세포 환경 속에서도 원하는 대상만을 선명하게 골라낼 수 있는 '분자 특이성'을 가집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현대 생물학에서 형광 현미경은 세포 내 특정 분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있어 대체 불가능한 도구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초고해상도 현미경은 형광 분자가 '반짝이며' 켜지고 꺼지는 스위칭 현상을 슬기롭게 활용하여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모든 분자가 동시에 빛을 내면 회절 무늬가 겹쳐 형체를 알 수 없게 되지만, 확률적으로 아주 적은 수의 분자만 번갈아 가며 빛을 내게 조절하면 개별 분자의 정확한 중심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어두운 밤하늘에서 수많은 반딧불이가 한꺼번에 빛날 때는 형체를 알 수 없다가, 하나씩 번갈아 빛날 때 그 위치를 정확히 찍어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렇게 측정된 수만 개의 분자 위치 정보는 컴퓨터를 통해 하나의 정밀한 이미지로 재구성됩니다. 미술의 점묘화 기법처럼 수많은 점을 찍어 전체 형상을 만드는 이 방식은 기존보다 10배 이상 정밀한 나노미터 단위의 해상도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과거에는 뭉개져 보이던 세포 내부 구조를 실타래처럼 가느다란 가닥 하나까지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으며,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생명 활동의 사생활을 직접 목격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초고해상도 기술은 기존에 알지 못했던 생명의 비밀들을 속속들이 밝혀내고 있습니다. 신경 세포의 축삭 돌기에서 발견된 정교한 액틴 고리 구조나, 정자 꼬리에 배열된 칼슘 채널의 입체적인 모습은 이 기술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베일에 싸여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미토콘드리아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소포체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함으로써,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연구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은 정립된 이론에 의문을 던지고 이를 극복하려는 끈기 있는 노력에서 비롯됩니다. 20년 넘게 해상도 한계에 도전한 슈테판 헬이나, 소속도 없이 거실에서 현미경을 조립했던 에릭 베치히의 사례는 과학적 탐구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99%의 좌절 속에서도 단 1%의 희열을 위해 나아가는 과학자들의 열정은, 빛의 한계를 넘어 분자들의 세계를 탐험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슬기로운 탐구 정신은 앞으로도 우리가 생명의 신비를 풀어나가는 데 가장 강력한 등불이 될 것입니다.

[강연] 빛의 한계를 뛰어넘는 분자의 슬기로운 감빵생활 _ by심상희 ㅣ 2021 가을 카오스강연 '과학의 희열' 5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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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심상희_과학연구 99% 좌절 | 2021 가을 카오스강연 '과학의 희열'

뚜렷한 목표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심상희 교수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오며 다양한 분야를 탐색해 온 과정을 담담하게 고백합니다. 학부 시절부터 대학원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는 한 우물만 파기보다 화장품 동호회 활동이나 밀라노 박람회 방문 등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러한 방황은 결국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을 찾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과학자의 길 역시 99%의 좌절과 1%의 희열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찰나의 성취감이 주는 중독성이 그를 계속해서 연구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갈망은 그를 유학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학위를 따기 위한 목적보다는, 평생 가는 공부인 만큼 가장 어렵고 재밌어 보이는 분야를 선택하는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박사후연구원(포닥) 과정을 거치며 기존 지식이 통하지 않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펨토초 펄스를 이용한 복잡한 분광학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연구 영역을 구축해 나갔습니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고 헤매는 과정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기에, 결국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법이라는 독자적인 분야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화학은 흔히 '중심 과학(Central Science)'이라고 불리며 다양한 기초 학문의 중심점 역할을 수행합니다. 심상희 교수의 연구 역시 분자와 빛의 상호작용을 이용해 현미경의 물리적 해상도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기술을 다룹니다. 이는 단순히 물질을 섞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전통적인 화학의 범위를 넘어, 생명 현상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공학적이고 생물학적인 측면까지 아우릅니다.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를 시각화하여 남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생명 영상을 얻어내는 과정은 화학이 가진 무한한 확장성과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일상 속의 과학은 거창한 발견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세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육아의 과정은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과학 연구와 닮아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의 의중을 파악하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일은, 마치 실험실에서 고장 난 레이저를 수리하거나 컴퓨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매일 주어지는 사소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게임 속 퀘스트를 깨는 것과 같은 성취감을 줍니다. 이러한 일상의 반복은 과학자로서의 끈기와 문제 해결 능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어린 시절 탐독했던 만화적 상상력은 현재의 과학적 탐구와 맞닿아 있습니다. 만화가 글과 그림을 결합해 허구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과학은 이미지와 데이터를 통해 자연 현상이라는 실재하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입니다. 비주얼한 측면에 매료되었던 소년의 호기심은 이제 현미경을 통해 세포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이를 서사로 구성하는 과학자의 시선으로 진화했습니다. 매일 새로운 이미지를 찍고 재구성하며 대중에게 소개하는 작업은 결국 만화적 감수성과 과학적 엄밀함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상희_과학연구 99% 좌절 | 2021 가을 카오스강연 '과학의 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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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뭐하지?] 김빛내리 교수_서울대학교 'RNA 생물학 연구실' | RNA의 모든 것을 연구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RNA 생물학 연구실은 유전자 조절의 핵심인 RNA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의 장입니다. 마이크로RNA와 mRNA, 그리고 바이러스 RNA가 어떻게 생성되고 기능하는지 그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복잡한 생명현상 속에 숨겨진 명확한 질서를 찾아내어, 궁극적으로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질병을 극복하고 생명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과학적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곳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질량 분석기를 포함한 최첨단 실험 설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생화학부터 세포 생물학까지 폭넓은 실험이 가능한 인프라는 연구원들이 RNA의 특성을 다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매년 모든 구성원이 국제 학회에 참석하여 세계적인 석학들과 토론하며 최신 지견을 나누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연구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동기를 부여받으며 스스로를 재충전합니다. RNA 생물학 연구실만의 특별한 점은 연구 대상인 RNA의 연약함을 배려하는 세심한 문화에 있습니다. RNA는 아주 작은 외부 자극이나 RNA 분해 효소에도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실험 중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를 자제하며 극도의 정숙을 유지합니다. 동료가 실험 중일 때는 뒤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도 되는지 먼저 물어봐야 할 정도로, RNA의 무결성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일상 속에서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연구실의 분위기는 이른바 '생물 덕후'라고 불릴 만큼 학문에 깊이 몰입하는 이들의 열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식사 시간조차 연구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질 정도로 구성원 간의 학술적 교류가 활발하며, 이는 단순한 업무를 넘어 진심으로 탐구를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결과를 함께 나누는 '생각의 놀이터'로서의 환경은 연구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치고 실험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됩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독립적인 연구자들에게 이곳은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교수님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실험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며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거대한 생명의 신비 중 작은 부분을 탐구하는 과정일지라도, RNA라는 핵심 고리를 통해 생명과학의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여정은 미래 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입니다.

[연구뭐하지?] 김빛내리 교수_서울대학교 'RNA 생물학 연구실'  |  RNA의 모든 것을 연구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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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읽었니?#9] 송기원 교수_ '종의 기원', 지성에서 영성으로 가는 여정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단순한 고전을 넘어 현대 생명과학의 근간을 이루는 정수입니다. 많은 이들이 처음에는 이 방대한 기록을 지루하게 느낄 수 있지만, 생명의 원리를 깊이 탐구하다 보면 다윈이 보여준 집요함에 경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는 수많은 사실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생명 현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논리를 세웠습니다. 연구가 막히거나 힘든 순간, 다윈의 집요함을 떠올리며 다시금 과학적 탐구의 힘을 얻게 되는 것은 그가 남긴 학문적 태도가 오늘날의 과학자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다윈 이전의 생물학은 단순히 생명체를 분류하고 수집하는 박물학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윈은 모든 생명체가 동일한 원리에 의해 존재하게 되었다는 혁신적인 논리를 제시하며 근대 생물학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 핵심은 바로 '자연선택'입니다. 무작위적인 변이 속에서 자연 환경에 더 잘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주 단순한 생명체로부터 오늘날의 다양하고 복잡한 생태계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지구상의 모든 종이 같은 방법으로 탄생했음을 증명한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진화에는 정해진 방향이나 목적이 없다는 점은 다윈이 강조한 또 다른 중요한 개념입니다. '생명의 나무' 비유처럼 진화는 공통 조상으로부터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우연의 산물이며, 만약 지구가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생명체들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다윈은 생존에 불리해 보이는 화려한 특징들이 왜 나타나는지를 '성선택'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포식자의 눈에 띄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번식을 위해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형질이 선택됨으로써 생명의 다양성은 더욱 풍성해질 수 있었습니다. 현대 과학은 다윈이 미처 알지 못했던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의 발전을 통해 진화의 과정을 더욱 정밀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발생 과정에서의 유전자 발현 차이가 어떻게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를 만드는지 연구하는 '이보디보(Evo-Devo)' 분야는 다윈의 이론을 현대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아주 단순한 유전자 세트가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경이로울 정도로 다채로운 생명체가 탄생한다는 사실은, 다윈이 '종의 기원' 말미에서 언급했던 생명의 장엄함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며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오늘날 우리는 인위적인 유전공학과 합성생물학의 시대를 살아가며 자연의 섭리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다윈이 강조한 '자연은 도약하지 않는다'는 원리와 생태계의 '공진화'를 되새겨볼 때, 인간에 의한 급격한 변화와 멸종의 가속화는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과학이란 결국 남들이 던지지 않은 질문을 찾아 답을 해나가는 영적인 여정입니다. 다윈이 보여준 자연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겸허한 태도는,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생명 윤리와 환경 문제에 대해 중요한 혜안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정말 읽었니?#9] 송기원 교수_ '종의 기원', 지성에서 영성으로 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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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TALK-10] 코로나시대 빌게이츠가 주목한 분야, 앞으로 노벨상이 유력한 분야_석차옥 교수 | 10강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단백질과 핵산 같은 분자들의 집합체입니다. 계산화학자는 실험 가운 대신 컴퓨터를 이용해 이러한 원자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합니다. 특히 물 분자와의 관계인 친수성·소수성 상호작용은 바이러스의 형태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힘입니다. 바이러스가 비말이나 에어로졸 상태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이유도 물이 없으면 그 정교한 구조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원자 수준의 이해는 치료제 개발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가 됩니다. 효과적인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N 단백질에 결합하여 바이러스가 세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에는 타미플루가 효과가 없는데, 이는 유전체 구조상 해당 표적 단백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서열이 3차원 구조로 접히면서 고유한 기능을 갖게 되는데, 약물은 이 구조의 틈새에 정확히 들어맞아야 합니다. 따라서 바이러스마다 다른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치료제 설계의 핵심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가 코로나19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도 단백질 구조의 차이에 있습니다. 두 바이러스 모두 프로테아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 입체적인 모양이 너무나 달라 약물이 제대로 결합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렘데시비르는 RNA 복제 과정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바이러스의 RNA 중합효소를 속여 가짜 부품을 끼워 넣음으로써 유전체 합성을 중단시키는 전략입니다. 이처럼 치료제 개발은 원자 단위에서 벌어지는 정교한 속임수와 결합의 싸움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에 돋아난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간 세포 침투의 첫 관문입니다. 이 단백질의 핵심인 RBD는 평소에는 아래로 향해 면역 체계의 공격을 피하다가, 결합 시에만 위로 올라오는 영리한 전략을 사용합니다. 사스 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코로나19는 RBD의 아미노산 변이를 통해 인간 수용체와 훨씬 더 강하게 결합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와 변이를 원자 수준에서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하는 작업은 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연구 분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 컴퓨터를 이용한 구조 예측 기술은 실험적 한계를 보완하며 신약 개발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습니다. 비록 현재의 정확도가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수백만 개의 후보 물질 중 가능성 있는 것들을 추려냄으로써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줍니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의 도입은 이러한 계산화학의 지평을 더욱 넓히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산화학은 바이러스의 변이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그에 최적화된 진단제와 치료제를 설계하는 데 있어 인류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코로나TALK-10] 코로나시대 빌게이츠가 주목한 분야, 앞으로 노벨상이 유력한 분야_석차옥 교수

석차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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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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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뭐하지?] 정연준 교수 _서울대학교 '계산 나노바이오 화학 연구실' | 정말 아까워서 이번만 알려드립니다!! 나만하기 아까운 분야!!

화학은 분자 세계의 다양성을 탐구하며 물질의 본질을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그중에서도 계산 화학 혹은 이론 화학은 컴퓨터를 활용해 물질의 성질을 규명하는 독특한 분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정 시스템에 국한되지 않고 방법론적인 접근을 통해 액체, 고분자, 신소재 등 광범위한 대상을 연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실험실에서 직접 물질을 다루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달리, 가상의 공간에서 분자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예측하는 현대 화학의 핵심적인 연구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구의 핵심 도구로는 양자 화학 방법론과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이 주로 활용됩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발맞추어 머신러닝을 연구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론들은 열역학, 양자역학, 통계역학이라는 탄탄한 이론적 토대 위에서 작동합니다. 복잡한 수식과 알고리즘이 진입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현상을 가장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렌즈가 되어줍니다. 계산 화학의 가장 큰 매력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로운 연구가 가능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실험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물리적인 한계나 위험 요소 없이, 연구자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설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실험으로는 관찰하기 어려운 찰나의 순간이나 미세한 분자 구조의 변화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세히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은 계산 화학만이 가진 독보적인 장점입니다. 이러한 환경은 연구자에게 무한한 탐구의 기회를 제공하며 창의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합니다. 연구실의 분위기는 매우 개방적이며 연구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자유롭게 제안하고, 이에 대해 교수님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도를 받으며 연구를 수행합니다. 특히 최근 계산 화학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풍부한 연구 자원이 확보되어 있으며, 이는 학생들이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인격적인 존중과 학문적 성장이 공존하는 공동체 속에서 연구자들은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갑니다. 현재 계산 화학은 재료 과학, 생명 공학 등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유망한 분야입니다. 실험 재료비에 대한 부담이 적고 컴퓨터라는 효율적인 도구를 사용하기에 연구의 효율성이 높으며, 데이터 과학과의 접목을 통해 미래 산업 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분자 수준에서 물질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이들에게 계산 화학은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며, 앞으로도 미래 과학 기술의 발전을 견인할 것입니다.

[연구뭐하지?] 정연준 교수 _서울대학교 '계산 나노바이오 화학 연구실'  |  정말 아까워서 이번만 알려드립니다!! 나만하기 아까운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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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생명의 음표, RNA _김빛내리|2019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공개강연 '과학 선율' | 4강

과학자가 되는 과정은 거창한 계기보다 배움과 깨달음의 즐거움을 느끼는 찰나의 순간에서 시작되곤 합니다. 어린 시절 우연히 접한 과학사 책을 통해 자연의 원리를 궁금해하던 고대 학자들의 열정에 감동하며 과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생명과학은 수많은 암기 사항이 존재하는 복잡한 학문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모든 생명체를 관통하는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과학자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며, 이는 곧 평생의 탐구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됩니다. 생물학의 세계는 겉보기에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태초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시작된 생명의 역사는 일관된 법칙을 공유합니다. 특히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는 생명의 설계도 역할을 하며 우리 몸의 모든 형질을 결정하는 핵심 물질입니다. 하지만 21세기의 생명과학은 단순히 정보를 읽어내는 단계를 넘어, 그 정보가 어떻게 해석되고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복잡한 생명 현상 속에서 단순한 원리를 찾아내는 일은 지적 희열을 선사하며,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지배하는 근원적인 원리를 이해하게 해줍니다. DNA가 유전 정보를 안정적으로 보관하는 창고라면, RNA는 그 정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역동적인 매개체입니다. RNA는 DNA와 달리 단일 가닥으로 존재하며, 스스로 꼬이거나 다른 물질과 결합하여 매우 복잡한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유연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학적 특성 덕분에 RNA는 정보 전달자뿐만 아니라 효소로서의 촉매 작용을 하거나 유전 물질 그 자체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생명의 음표라고 불리는 RNA의 다양한 변주는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생명의 하모니를 완성합니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크기가 작은 RNA들을 실험 과정에서 버려지는 불필요한 물질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마이크로RNA의 발견은 유전자 조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이 작은 분자들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거나 단백질 합성을 조절함으로써 세포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RNA가 얼마나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신경 세포나 혈액 세포처럼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는 생명의 신비로움을 보여주는 가장 핵심적인 기제 중 하나입니다. RNA 연구는 현대 의학에서 진단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질병을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물론, 환자 맞춤형 핵산 치료제를 통해 희귀 유전 질환을 극복할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RNA 치료제는 기존의 화합물 의약품보다 개발 기간이 짧고 특정 유전자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백신 개발이나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에서도 RNA는 핵심적인 도구로 활용되며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견인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과학적 발견이 실제 치료제로 이어지기까지는 수십 년에 걸친 기초 연구와 수많은 실패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꼬마선충이나 초파리와 같은 모델 동물을 이용한 호기심 기반의 연구가 결국 인류를 구하는 기술의 토대가 됩니다. 과학자에게 실패는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가설을 수정하고 새로운 사실을 배우는 소중한 과정입니다. 따라서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눈앞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낙관적인 태도와 끈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러한 인내의 시간이 모여 인류의 지식은 진보합니다.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과학 지식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포함한 폭넓은 시야가 요구됩니다. 현상을 보이는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그 이면의 원리를 통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고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생명은 DNA, RNA, 단백질 등 수많은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연주하는 거대한 교향곡과 같습니다. 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해하려는 열정과 건강한 신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때, 우리는 생명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으며 새로운 과학적 발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강연] 생명의 음표, RNA _김빛내리|2019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공개강연 '과학 선율'

김빛내리

카오스재단서울대자연과학공개강연
  • 생명과학

[노벨상 강연] 윌리엄 케일린_ 2019 노벨상 수상자|카오스재단 x 고등과학원 '2019 노벨상 해설 강연' | 3강

윌리엄 케일린 교수는 임상 의사로 수련을 받던 중 유전적 결함으로 발생하는 암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는 폰 히펠-린다우 병(VHL)이라는 희귀 질환에 주목했습니다. 이 질환은 뇌나 망막, 척수 등에 비정상적인 혈관 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종양을 유발하며, 신장암의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약 3만 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 이 질환은 단순한 희귀병을 넘어, 우리 몸이 암에 걸리는 근본적인 기전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우리 몸의 설계도인 DNA는 단백질을 만드는 청사진 역할을 합니다. VHL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이 청사진에 잘못된 지시가 담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생성됩니다. 30억 개의 염기 중 단 하나만 잘못되어도 단백질의 기능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이는 환자에게 생과 사를 가르는 중대한 사안이 됩니다. 이러한 유전적 변이는 암 발생 위험을 비약적으로 높이며 세포의 정상적인 제어 기능을 마비시키게 됩니다. VHL 환자의 종양은 신생 혈관 형성이 매우 활발하여 마치 혈관 덩어리처럼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신체가 너무 많은 적혈구를 생성하게 만드는 독특한 현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이는 세포가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소가 부족하다고 착각하여 계속해서 산소 부족 신호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이 과정에서 혈관 내피 성장 인자(VEGF)와 에리스로포이에틴 호르몬이 과도하게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산소 감지의 핵심은 저산소 유도 인자(HIF)와 VHL 단백질의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산소가 충분할 때 VHL 단백질은 저산소 유도 인자(HIF)를 포착하여 파괴하는 역할을 하지만, 산소가 부족하면 이 과정이 중단되어 HIF가 축적됩니다. 축적된 HIF는 혈관을 더 만들라는 지시를 내리게 됩니다. 만약 VHL 유전자에 결함이 생기면 산소 농도와 상관없이 HIF가 계속 쌓이게 되어, 암세포가 멈추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저산소 유도 인자(HIF)의 특정 아미노산에 산소 원자가 붙는 과정을 규명함으로써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 메커니즘을 조절하는 억제제는 빈혈 환자의 적혈구 생성을 돕거나, 심장마비 및 뇌졸중 환자의 산소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신장암 치료를 위해 비정상적인 신호를 차단하는 약물들이 개발되어 승인을 받았으며, 이는 다양한 고형암 치료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윌리엄 케일린 교수는 과학 연구에 있어 논리적인 사고 체계와 좋은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는 실패를 일상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예상치 못한 결과에서 새로운 배움을 얻는 창의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알려진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자연의 섭리를 밝혀내기 위해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과학의 본질입니다. 이러한 탐구의 즐거움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임할 때 위대한 발견이 뒤따르게 됩니다. 미래의 과학자들에게 노벨상이라는 결과보다 연구 과정 자체를 사랑할 것을 권합니다. 과학적 발견은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유전자 편집 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에 대해서는 엄격한 윤리적 책임감이 요구됩니다. 과학자는 자신이 답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는 합리성을 갖추어야 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술 속에서도 본질적인 기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노벨상 강연] 윌리엄 케일린_ 2019 노벨상 수상자|카오스재단 x 고등과학원 '2019 노벨상 해설 강연'

William G. Kaelin Jr(윌리엄 케일린)

카오스재단노벨상/필즈상 해설강연
  • 생명과학

[석학인터뷰] 류형돈_인간은 왜 늙고 노화할까요? | 2019 가을 카오스강연 '도대체 都大體'

생물학적 관점에서 노화는 엔트로피에 의해 신체 부속품이 망가지는 속도와 이를 수리하는 속도 사이의 균형으로 설명됩니다. 불로장생하거나 장수하는 생물들은 대개 뛰어난 수리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수리보다는 다른 기능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생명체들은 상대적으로 빨리 늙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말미잘은 손상된 부위를 완벽하게 고치며 노화를 억제하지만, 그 대가로 뇌나 근육 같은 복잡한 기관을 발달시키지 못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성장과 노화의 상관관계는 생물 종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박테리아처럼 성장이 노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포유류를 포함한 많은 유성생식 생명체에서는 성장이 빠를수록 노화도 촉진되는 특성을 보입니다. 같은 종 내에서도 덩치가 큰 개체들이 더 빨리 늙는 사례가 많으며, 인간의 경우에도 과도한 성장을 유발하는 거인증 환자들이 젊은 나이에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반면, 저신장증을 가진 이들은 노화 관련 질병의 빈도가 낮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합니다. 현재 인류의 최대 수명은 약 120세 정도로 추정되며, 이는 통계적으로 벨 커브 형태의 분포를 보입니다. 사회가 건강해짐에 따라 120세에 도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차 늘어날 수 있겠지만, 생물학적 한계 자체가 단기간에 확장될 징후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명의 한계를 무리하게 늘리는 것보다는 주어진 시간 동안 얼마나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며 노화 관련 질병을 예방하느냐가 현대 과학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과학적 발견의 과정은 때로 스릴러 영화처럼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제임스 왓슨의 저서 '이중나선'은 DNA 구조를 발견하기까지의 치열한 경쟁과 갈등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많은 젊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기록들은 발견이 단순히 실험실 안의 정적인 작업이 아니라, 때로는 타인의 데이터를 참고하거나 경쟁하는 것과 같은 인간적인 욕망과 열정이 뒤섞인 역동적인 과정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중에게 과학적 원리를 전달하는 것은 연구만큼이나 가치 있는 일입니다. 전문적인 논문을 쓰는 것에서 나아가, 일반인들이 노화의 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적인 일화와 옛날이야기를 곁들인 서적을 집필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학적 지식이 상아탑 안에만 머물지 않고 대중의 흥미와 결합할 때, 비로소 더 많은 이들이 과학적 사고의 즐거움을 느끼고 건강한 삶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게 되며 연구자 또한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석학인터뷰] 류형돈_인간은 왜 늙고 노화할까요? | 2019 가을 카오스강연 '도대체 都大體'

류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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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과학

[2019전국과학송경연대회] (중등) 기도, The elements

과학은 많은 학생들에게 높은 벽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특히 복잡한 원소 기호와 화학 반응식을 마주할 때면 막막함과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과학을 단순히 암기해야 할 과목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로 받아들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어려운 이론도 리듬과 멜로디에 실어 즐겁게 학습하다 보면, 어느덧 과학은 기피의 대상이 아닌 흥미로운 탐구의 영역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물질의 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소, 원자, 분자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소는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는 물질의 기본 성분을 의미하며, 세상의 모든 만물을 구성하는 기초가 됩니다. 원자는 이러한 원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입자이며, 분자는 물질의 고유한 성질을 유지하는 가장 작은 입자입니다. 이들의 관계를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 화학 공부의 첫걸음이자, 복잡한 화학 현상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가 됩니다. 전하를 띤 입자인 이온의 세계 또한 흥미롭습니다. 중성 상태의 원자가 전자를 얻거나 잃으면서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들은 서로 강하게 끌어당기며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특정한 양이온과 음이온이 만나 물에 녹지 않는 고체를 형성하는 과정을 앙금 생성 반응이라 합니다. 이러한 반응은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화학적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론으로만 배우던 과학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해줍니다. 많은 이들이 과학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추상적인 개념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차근차근 원리를 파악하고 나면, 흩어져 있던 지식들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시험 점수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과학적 사고방식을 기르는 데 집중한다면, 어느 순간 스스로의 실력이 몰라보게 향상된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야말로 학문적 성취를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결국 과학 공부의 목적은 정답을 맞히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깊이 있게 바라보는 데 있습니다. 원소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우주를 이루듯, 작은 지식들이 쌓여 세상을 보는 넓은 시야를 만들어줍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학문이 친숙하게 다가오는 순간, 학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닌 새로운 발견의 기쁨이 됩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탐구의 세계에 발을 내디딘다면, 누구나 기대 이상의 놀라운 성취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2019전국과학송경연대회] (중등) 기도, The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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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학

[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의 변신 by김상욱 | 2019 카오스콘서트 '변신, 기원이야기' 변신 (2) | 2부

우주의 탄생과 초신성의 폭발을 거쳐 만들어진 원소들은 주기율표라는 질서정연한 체계를 이룹니다. 이 원소들은 마치 레고 블록처럼 서로 결합하여 물이나 소금 같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며, 더 나아가 생명이라는 정교한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물리학적 관점에서 생명은 결국 원자들의 변신과 조합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입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아주 오래전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져 지구로 온 것이기에, 우리는 모두 별에서 온 후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리학자가 생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양자물리학의 거장 슈뢰딩거는 이미 1944년에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생명체 또한 원자로 구성되어 있기에 그 본질을 이해하려면 원자의 세계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생명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들인 수소, 탄소, 질소, 산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생명이 우주의 보편적인 질서 속에서 탄생했음을 의미하며, 물리학적 법칙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풀어낼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우리 몸의 97%를 차지하는 네 가지 원소는 각기 독특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수소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풍부한 원소로 에너지를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하며, 탄소는 네 개의 팔을 이용해 복잡한 유기물의 뼈대를 형성합니다. 질소는 생명 현상의 병목 구간을 담당하고, 산소는 전자를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성질을 통해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방출하게 합니다. 이러한 원소들의 화학적 결합과 상호작용이 모여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의 기초가 마련되는 것입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우주의 무질서도는 항상 증가하지만, 생명체는 에너지를 사용하여 자신의 질서를 유지합니다. 생명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여 끊임없이 자신을 보수하고 정돈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우리가 숨을 쉬는 호흡 과정은 사실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천천히 타오르는 연소'와 같습니다. 산소가 전자를 가져오며 발생하는 에너지는 생명체가 무질서로 향하는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고 고유한 질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됩니다. 세포 내부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화학 반응들은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분자들의 무작위적인 움직임과 충돌을 통해 일어납니다. 물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분자들은 적절한 시기에 서로를 만나 반응을 일으키며 생명 활동을 이어갑니다. 이는 마치 수많은 망치가 공중에 날아다니다가 필요할 때 손에 잡히는 것과 같은 확률적인 과정입니다. 따라서 생명체는 영양분을 섭취하여 분자의 농도를 유지하고, 적절한 체온을 유지함으로써 이러한 분자들의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최초의 생명체는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기 어려운 환경에서 탄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심해의 열수 분출구는 수소 이온 농도 차이가 자연적으로 존재하여 외부의 도움 없이도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이곳의 작은 기포들은 오늘날 세포의 크기와 유사하며, 초기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고 복제를 시작할 수 있는 요람이 되어주었습니다. 생명은 이처럼 척박해 보이는 환경에서도 물리학적인 에너지 구배를 활용하여 그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생명의 또 다른 본질인 복제는 DNA라는 정교한 정보 체계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DNA는 원자 수준에서 정보를 저장하며, 10억 개당 단 하나의 오류만을 허용할 정도로 놀라운 정확성을 자랑합니다. 이러한 복제 시스템은 완벽을 지향하지만, 때때로 발생하는 변이는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며 다양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됩니다. 결국 생명은 원자로 만들어진 정교한 화학 기계이며, 물리 법칙에 따라 자기를 유지하고 복제하며 진화해 온 우주의 경이로운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의 변신 by김상욱 | 2019 카오스콘서트 '변신, 기원이야기' 변신 (2)

김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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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

[강연] 분자세계 게임의 법칙을 찾아서 _ by석차옥|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9강 | 9강 ①

단백질은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분자로, 20가지 아미노산이 특정 순서로 연결되어 고유한 입체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물을 좋아하는 친수성 아미노산은 표면으로,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아미노산은 안쪽으로 모이려는 성질이 작용합니다. 아미노산 서열에 담긴 정보가 복잡한 물리적 상호작용을 거쳐 하나의 안정한 구조로 접히는 현상을 단백질 폴딩이라 부르며, 이는 생명체의 기능을 결정하는 가장 기초적인 설계도와 같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안정성은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고 고유의 생리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토대가 됩니다. 단백질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생명 과학과 의학의 발전에 필수적입니다. 산소를 운반하는 마이오글로빈이나 에너지를 합성하는 단백질의 기작은 모두 그 형태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암 치료제인 글리벡이나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처럼 특정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하는 의약품 개발은 정밀한 구조 정보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합니다. 세포 밖의 신호를 내부로 전달하는 단백질군인 GPCR 연구가 수많은 노벨상을 배출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구조적 중요성 때문입니다. 구조를 아는 것은 곧 생명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것과 같습니다. 전통적으로 단백질 구조는 X선 결정학이나 극저온 전자현미경과 같은 실험적 방법으로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구조를 결정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실험이 까다로운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차세대 염기서열 해독 기술의 발달로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적 구조 결정과 서열 정보 사이의 거대한 격차를 메우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이 현대 과학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는 실험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명 정보의 활용도를 높이는 핵심 기술입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의 정확성을 겨루는 올림픽이라 불리는 CASP 대회는 2년마다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열립니다. 예측의 기본 원리는 열역학적으로 가장 안정한 상태를 찾는 것입니다. 아미노산 서열이 주어졌을 때 자유 에너지가 최소가 되는 지점을 찾아내는 과정은 바둑의 경우의 수보다 훨씬 복잡한 탐색을 요구합니다. 자연 법칙이라는 정답을 찾아가는 이 과정은 수많은 국소 최솟값들 사이에서 전역 최솟값을 발견해야 하는 고도의 계산 과학적 도전입니다. 정확한 에너지 함수를 정의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이 분야의 핵심적인 목표입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은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는 방대한 서열 데이터에서 진화적으로 연관된 정보를 추출하고, 딥러닝을 통해 아미노산 사이의 거리를 정밀하게 예측하며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존의 물리 법칙을 계산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 속에 숨겨진 복잡한 패턴을 학습하여 정답에 접근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이제 화학자가 자연의 비밀을 푸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으며, 기존의 이론적 접근 방식과 결합하여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구조 예측을 넘어 새로운 기능을 가진 단백질을 직접 설계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서열을 조합하여 특정 구조를 유도함으로써 난치병 치료나 신소재 개발에 활용하려는 시도입니다. 또한 일반인들이 게임을 통해 단백질 구조를 찾는 '폴딧' 프로젝트처럼, 집단 지성과 컴퓨터 계산을 결합한 형태의 연구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단백질이 단순한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인류가 목적에 맞게 설계하고 제어할 수 있는 영역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생명 공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인 변화의 시작입니다. 미래의 화학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결합하여 실험과 계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모습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반복적이고 방대한 계산 업무를 수행하면, 과학자는 더 창의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화학은 이제 물리, 생물, 컴퓨터 공학 등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는 중심지 역할을 하며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멋지게 융합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연의 미스터리를 풀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융합적 사고는 미래 과학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입니다.

[강연]  분자세계 게임의 법칙을 찾아서 _ by석차옥|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9강

석차옥, 이주용

카오스재단카오스강연
  • 화학

[강연] 분자 관람 : 공학의 미학 _ by이동환|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7강 | 7강 ①

화학은 단순히 반응식의 양쪽 숫자를 맞추는 학문이 아닙니다. 원자들이 모여 새로운 성질을 갖는 분자를 만들어내는 '분자 공학'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공학이란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기술을 넘어, 공간(空間)에 대한 깊은 탐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합니다.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에서 원자들이 어떤 위치에 놓이고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계하는 과정은 마치 정교한 건축물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화학은 물질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공간의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해 보이는 분자 구조 속에는 의외로 단순한 규칙과 패턴이 숨어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예술가 에셔의 작품이나 알함브라 궁전의 테셀레이션처럼, 기본 단위의 반복과 대칭을 통해 무한한 공간을 채워나가는 원리가 화학 세계에도 적용됩니다. 1억 개가 넘는 방대한 화학 물질 데이터베이스 속에서도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분자를 설계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대칭의 미학을 이해하고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복잡함은 결국 패턴을 읽어내는 눈을 통해 질서 정연한 아름다움으로 변모합니다. 분자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차원 평면을 넘어 3차원 공간의 대칭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점, 선, 면을 기준으로 물체를 회전시키거나 반사했을 때 전후가 구별되지 않는 상태를 대칭적이라고 합니다. 눈 결정의 육각형 구조에서 볼 수 있듯이, 자연은 고도의 규칙성을 통해 안정과 미학을 동시에 달성합니다. 화학자들은 이러한 대칭 요소를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분자가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상호작용하는지를 정밀하게 예측하고 설계합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과 실제 모습이 겹쳐지지 않는 '카이랄성'은 화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왼손과 오른손처럼 구조는 같아 보이지만 공간적 배열이 다른 이 분자들은 우리 몸속에서 전혀 다르게 작용합니다. 어떤 분자는 달콤한 맛을 내지만 그 거울상 이성질체는 쓴맛을 내기도 하며, 때로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물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DNA와 아미노산이 특정한 방향성을 갖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러한 현상은 생명의 신비와 화학적 정교함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최근 화학계는 원자와 원자가 전자를 공유하는 전통적인 결합을 넘어, 고리와 고리가 기계적으로 얽힌 '기계적 결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분자 매듭이나 카테네인처럼 서로 빠져나올 수 없게 연결된 구조는 외부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분자 기계의 기초가 됩니다. 이는 화학 결합의 개념을 확장한 사고의 전환이며, 전자의 움직임을 제어하여 분자 수준에서 회전이나 직선 운동을 구현하는 혁신적인 시도입니다. 이러한 기계적 결합은 분자가 단순한 물질을 넘어 기능을 수행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복잡한 분자를 합성하는 과정은 목적지를 향해 거꾸로 길을 찾아가는 '역합성 분석'에서 시작됩니다. 최종 생성물을 만들기 위해 어떤 중간 단계가 필요한지, 가장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경로는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은 고도의 논리적 사고를 요구합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합성 경로를 제안하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실패 속에서 새로운 반응을 발견하고 원리를 깨닫는 것은 여전히 인간 화학자의 몫입니다. 합성은 단순한 제조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철학적 훈련이기도 합니다. 합성 화학의 거장 우드워드는 분자 합성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예술(Art)'의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복잡한 비타민이나 엽록소를 실험실에서 재현하려는 노력은 물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연의 원리를 깊이 이해하고 인간의 창의성을 시험하기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화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분자 세계의 건축가이자 예술가로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생명의 신비를 밝히는 아름다운 구조물을 만들어갑니다. 결국 화학은 공간을 이해하고 생명을 따라 그리며 지식을 공유하는 학문입니다.

[강연] 분자 관람 : 공학의 미학 _ by이동환|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7강

이동환, 이윤호

카오스재단카오스강연
  • 화학

[강연] 분자운동과 화학반응, 그 역동의 세계 _ by윤완수| 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5강 | 5강 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지폐는 셀룰로스라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폐에 불을 붙여도 타지 않게 만드는 비결은 아이소프로판올과 물을 섞은 용액에 있습니다. 불을 붙이면 알코올 성분인 아이소프로판올이 먼저 연소하며 열을 내지만, 지폐에 흡수된 물은 증발하면서 온도를 낮추고 지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셀룰로스에 질산과 황산을 반응시켜 만든 니트로셀룰로스는 산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재도 남기지 않고 순식간에 타버리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줍니다. 화학 반응은 본질적으로 '원자의 재배열'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반응물 속의 원자들이 서로의 결합을 끊고 새로운 조합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입니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바로 에너지입니다. 모든 분자는 고유의 위치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마치 높은 산을 넘듯 일정한 에너지 장벽을 통과해야 합니다. 이를 '활성화 에너지'라고 부르며, 이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분자들만이 새로운 생성물로 변화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분자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역동적으로 움직입니다. 상온의 산소 분자는 초속 약 500m라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니는데, 이는 제트기의 속도보다도 빠릅니다. 하지만 모든 분자가 동일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맥스웰-볼츠만 분포'에 따르면, 분자들은 아주 느린 것부터 매우 빠른 것까지 다양한 에너지 상태를 가집니다. 이렇게 다양한 상태의 분자들이 모여 있는 집단을 '앙상블'이라 부르며, 이 중 극히 일부의 에너지가 높은 분자들이 사고를 치듯 반응을 주도합니다. 화학 반응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화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온도를 높이면 분자들의 운동이 활발해져 충돌 빈도가 높아지고 반응 속도가 빨라집니다. 또한 '촉매'를 사용하면 반응이 넘어야 할 에너지 산의 높이를 낮추어 도로를 닦아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우리 몸속의 효소 역시 이러한 촉매 역할을 수행하며, 평소라면 수천 년이 걸릴 소화 과정을 단 몇 초 만에 끝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화학적 조절 장치입니다. 매우 빠르게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과거 에드워드 마이브리지가 달리는 말의 다리가 공중에 뜨는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했듯이, 현대 과학은 레이저를 이용해 찰나의 순간을 기록합니다. 1조 분의 1초인 피코초나 그보다 더 짧은 펨토초 단위의 레이저 펄스를 플래시처럼 사용하면, 분자가 진동하거나 결합이 끊어지는 역동적인 과정을 정지 화면처럼 잡아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분자들의 '화양연화'와 같은 순간을 영화처럼 관찰하게 됩니다. 최근의 물리화학 연구는 수많은 분자의 평균적인 거동을 보는 것을 넘어, 단 하나의 분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앙상블 수준의 관찰이 오케스트라의 합주를 듣는 것이라면, 단일 분자 관찰은 특정 연주자의 독주를 감상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무질서해 보이는 분자 운동 속에서도 정교한 규칙과 조화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시 세계의 탐구는 나노 기술과 생명 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지며 인류의 지식 지평을 넓히고 있습니다. 화학 반응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우리 삶의 본질을 이해하는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처음과 끝이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에너지를 얻어 장벽을 넘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그 중간 과정에 진정한 묘미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에너지 상태를 가진 분자들이 조화를 이루어 앙상블을 만들어내듯, 우리 인생 역시 수많은 찰나의 과정들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완성합니다. 화학은 단순한 물질의 변화를 넘어,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세계의 질서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강연] 분자운동과 화학반응, 그 역동의 세계 _ by윤완수| 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5강

윤완수, 이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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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학

[강연] 주기율표의 탄생과 화학의 역사 _ by김경택| 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3강 | 3강 ①

손난로의 따뜻함은 화학적 원리인 '상전이'에서 비롯됩니다. 아세트산 나트륨 과포화 용액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존재하다가, 작은 자극만으로도 고체로 변하며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응고열이 우리에게 온기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물질이 하나의 상에서 다른 상으로 변할 때 에너지가 전환된다는 사실은 화학의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일상 속의 작은 도구에도 이처럼 정교한 과학적 메커니즘이 숨어 있습니다. 화학을 뜻하는 '케미스트리'의 어원은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키미아'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는 광물을 제련하거나 약을 만드는 행위를 의미했으며, 이후 아랍의 관사가 붙어 '연금술'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비록 연금술이 금을 만들려는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된 다소 어리석은 시도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된 다양한 실험 기법과 물질에 대한 이해는 현대 화학이 탄생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물질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시대를 넘어 계속되어 왔습니다. 근대 과학의 기틀은 데카르트의 회의적 방법론과 로버트 보일의 정의를 통해 마련되었습니다. 보일은 화학을 '물질의 조성에 관한 과학'으로 정의하며,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기본 구성 요소인 '원소'의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혼합물과 화합물을 명확히 구분하며 연금술의 신비주의에서 벗어나 실험적 재현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철학적 기반은 화학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 체계적인 학문으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과학적 사고의 표준을 세웠습니다. 라부아지에는 정밀한 질량 측정을 통해 화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입니다. 그는 당시 지배적이었던 플로지스톤설의 오류를 증명하고, 화학 반응 전후의 질량이 보존된다는 '질량 보존의 법칙'을 확립했습니다. 또한 원소를 '분석 가능한 가장 단순한 물질'로 재정의하며 최초의 원소 분류표를 작성했습니다. 그의 노력 덕분에 화학은 정성적인 관찰에서 벗어나 정량적인 측정이 가능한 진정한 근대 과학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으며, 이는 화학 혁명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돌턴의 원자설과 아보가드로의 분자 가설은 물질의 미시적 구조를 이해하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돌턴은 모든 원소가 고유한 질량을 가진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으며, 아보가드로는 기체 반응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이원자 분자의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입자들의 결합과 재배열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려는 이러한 시도들은, 이후 화학자들이 복잡한 화합물의 구조를 시각화하고 예측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으며 현대 원자론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1869년 멘델레예프가 발표한 주기율표는 화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찰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는 당시 알려진 56개의 원소를 원자량 순서대로 배열하며 성질의 주기성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그는 규칙성을 근거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들의 자리를 비워두고 그 성질을 예언했는데, 이는 훗날 갈륨과 게르마늄의 발견으로 완벽히 증명되었습니다. 주기율표는 단순한 표를 넘어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들이 조화롭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지도와 같으며, 오늘날까지도 화학의 핵심 지표로 활용됩니다. 현대 화학은 양자역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118개의 원소를 정의하며 미시 세계의 비밀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화학은 단순히 공식을 외우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오감으로 느끼고 이해하며 새로운 물질을 창조하는 로맨틱한 과정입니다. 멘델레예프의 통찰이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빛나는 이유는 그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방법으로 얻어낸 위대한 성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관능적인 학문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의 본질에 가가가며,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강연] 주기율표의 탄생과 화학의 역사 _ by김경택| 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3강

김경택, 윤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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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학

[강연] 세상을 만드는 원자는 동그랄까, 길쭉할까, 우글쭈글할까? _ by이영민| 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2강 | 2강 ①

양자역학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거시 세계와는 전혀 다른 미시 세계의 법칙을 다룹니다. 흔히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불연속성이나 불확정성 같은 개념을 떠올리며 어렵게 느끼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무작위적인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 도출되는 파동 함수는 입자가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을 수학적인 확률로 보여주며, 이를 통해 물질의 근본적인 성질을 규명합니다. 이러한 양자역학적 관점은 현대 화학이 원자와 분자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토대가 됩니다. 불확정성 원리는 측정이 부정확하다는 한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이 파동 함수의 형태에 의해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 파동 함수가 특정 지점에 집중될수록 위치는 명확해지지만 운동량의 범위는 넓어지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입자가 어느 한 곳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공간상에 넓게 퍼져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양자역학은 확률이라는 언어를 빌려 미시 세계의 역동적인 질서를 가장 정교하게 기술하는 방법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자의 모양에 대한 질문은 양자역학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수소 원자의 경우 가장 안정한 상태에서는 구형의 대칭적인 모습을 띠지만, 외부에서 빛과 같은 에너지를 가해 전자의 상태를 변화시키면 길쭉하거나 우글쭈글한 다양한 형태로 변할 수 있습니다. 즉, 원자의 모양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전자가 처한 에너지 상태와 파동 함수의 결합 방식에 따라 결정되는 역동적인 결과물입니다. 이러한 이해는 원자들이 어떻게 서로 결합하여 복합한 분자를 형성하는지 설명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분자의 형성은 원자들이 서로 다가가 에너지가 가장 낮은, 즉 가장 안정한 상태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원자핵 사이의 거리가 적절히 유지될 때 전자들은 두 핵 사이를 공유하며 결합을 형성하는데, 이는 마치 견우와 직녀가 까마귀 다리를 밟고 만나는 오작교의 원리와 비슷합니다. 너무 멀면 결합이 일어나지 않고 너무 가까우면 핵끼리의 반발력으로 인해 불안정해지므로, 분자는 전자의 분포가 만들어내는 가장 '행복한 거리'에서 그 고유한 구조를 유지하게 됩니다. 우리가 실제로 관측하는 분자의 모양은 원자핵의 위치보다는 전자의 분포에 의해 결정됩니다. X선 산란 실험 등을 통해 분자를 들여다보면, 전자가 밀집된 영역이 분자의 실질적인 외형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 분자와 나트륨 이온은 전자 수가 같아 겉모습이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데, 이는 화학적 성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전자의 배치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분자의 세계에서 형태란 전자가 그리는 확률의 지도와 같습니다. 화학 반응은 본질적으로 결합의 재구성이며, 이는 에너지를 통해 전자의 분포를 변화시킴으로써 일어납니다. 빛이나 열을 가하면 안정한 상태에 있던 전자가 불안정한 상태로 전이되면서 기존의 결합이 끊어지고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자외선이 인체에 해로운 이유도 강한 에너지를 가진 빛 입자가 DNA 속의 전자 배치를 강제로 바꾸어 화학적 변형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에너지가 물질과 상호작용하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화학의 역동성을 상징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화학 물질'이라는 단어는 종종 공포의 대상이 되곤 하지만, 사실 우리 주변의 모든 물질은 화학적 원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천연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고 합성물이라고 해서 위험하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과학적 사실과 거리가 멍니다. 물조차도 과도하게 섭취하면 치명적일 수 있듯이, 중요한 것은 물질의 본질이 화학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독성과 위험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있습니다.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물질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낼 수 있습니다.

[강연] 세상을 만드는 원자는 동그랄까, 길쭉할까, 우글쭈글할까?  _ by이영민| 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2강

박재우, 이영민

카오스재단카오스강연
  • 화학

[강연] 2018 노벨상 해설 강연 (KAOS, 고등과학원) _ 신의철, 이상민, 김석희 교수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면역 항암제 분야에 수여되었습니다. 기존의 항암 치료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었다면, 제임스 앨리슨과 혼조 다스쿠 교수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스스로 공격하도록 만드는 길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면역 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이른바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CTLA-4와 PD-1을 발견하고, 이를 차단함으로써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면역 관문 억제제로 불리는 이 치료법은 말기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특정 면역 관문을 차단하면 억제되어 있던 T세포가 다시 활성화되어 암세포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이 방식은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한 번 반응이 나타나면 장기간 효과가 지속되는 '기억 반응'이라는 면역계의 특성 덕분에 완치에 가까운 결과를 얻기도 합니다. 이는 기초 과학 연구가 어떻게 인류의 생명 연장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노벨 물리학상은 레이저 물리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도구를 발명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아서 애슈킨 박사는 빛의 압력을 이용해 미세한 입자를 포획하고 이동시킬 수 있는 '광학 집게'를 발명했습니다. 이 기술은 살아있는 세포나 바이러스, 박테리아를 손상시키지 않고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생물학 및 의학 연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아주 작은 세계를 다루는 정밀한 도구로서 레이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것입니다. 제라르 무루와 도나 스트릭랜드 교수는 '처프 펄스 증폭(CPA)' 기술을 통해 극초단, 고출력 레이저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레이저 펄스를 시간적으로 늘려 증폭한 뒤 다시 압축하는 이 방식은 장비의 손상 없이 레이저의 세기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게 했습니다. 펨토초라 불리는 1000조분의 1초라는 찰나의 시간 동안 태양빛보다 수백만 배 강한 에너지를 집중시킴으로써, 이전에는 관찰할 수 없었던 물질의 미세한 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고출력 레이저 기술은 우리 일상과 산업 현장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펨토초 레이저는 열에 의한 손상이 거의 없이 물질을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어 라식 수술과 같은 의료 분야나 반도체 공정에서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에너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주변 조직에 영향을 주지 않고 목표 부위만을 정확하게 깎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기초 물리학의 발명이 실질적인 기술 혁신으로 이어진 훌륭한 본보기입니다. 노벨 화학상은 자연의 진화 원리를 실험실로 가져온 '유도 진화' 연구에 수여되었습니다. 프랜시스 아널드 교수는 단백질의 설계도인 DNA에 무작위적인 변이를 일으키고, 그중 유용한 기능을 가진 단백질만을 선택하여 다시 변이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최적의 효소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인간의 지적 설계 능력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자연의 선택 방식을 모방하여 효율적으로 찾아낸 성과로, 바이오 연료와 의약품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조지 스미스와 그레고리 윈터 교수는 '파지 디스플레이' 기술을 통해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대량으로 찾아내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바이러스의 일종인 파지를 이용해 수억 개의 단백질을 동시에 테스트함으로써, 질병 치료에 효과적인 항체를 신속하게 선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기술은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암 치료를 위한 항체 의약품 개발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2018년 노벨상은 이처럼 기초 과학의 원리가 인류의 건강과 미래를 어떻게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강연] 2018 노벨상 해설 강연 (KAOS, 고등과학원) _ 신의철, 이상민, 김석희 교수

김석희, 신의철, 이상민

카오스재단노벨상/필즈상 해설강연
  • 물리학
  • 화학
  • 생명과학

[강연] H ψ = E ψ _김상욱 교수_3강 | 2018 여름 카오스 마스터 클래스 '물리' | 1강 ③

20세기 현대 물리학의 여정은 전자기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탐구하며 시작되었습니다. 맥스웰이 전자기파를 예측하고 헤르츠가 이를 실험으로 증명하면서 인류는 무선 통신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빛이 파동이라는 사실을 확신하며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확신은 곧 거대한 혁명의 파도에 직면하게 됩니다. 전자기학의 발전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에 그치지 않고, 물질의 근본을 파헤치는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빛이 입자일지도 모른다는 파격적인 가설을 제시하며 광전 효과를 설명했습니다. 당시 물리학계는 빛을 파동으로 정의하고 있었기에, 뉴턴의 고전적인 입자설을 다시 꺼내든 그의 주장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빛의 에너지가 양자화된 덩어리인 광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으며, 이는 훗날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를 안겨주었습니다. 이 발견은 고전 역학의 틀을 흔들기 시작했고, 빛의 이중성이라는 현대 물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원자의 내부 구조를 밝히려는 노력은 러더퍼드의 알파 입자 산란 실험을 통해 결실을 맺었습니다. 그는 금박에 알파 입자를 쏘아 보내는 실험을 통해 원자의 중심에 아주 작고 단단한 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원자가 텅 비어 있으며 대부분의 질량이 핵에 집중되어 있다는 현대적 원자 모형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자가 핵 주위를 도는 태양계 모델은 전자기학적으로 불안정하여 곧 붕괴해야 한다는 모순에 부딪혔습니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고전 역학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규칙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닐스 보어는 전자가 정해진 궤도에서만 존재하며, 궤도를 이동할 때만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한다는 '정상 상태'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원자가 왜 붕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를 설명하는 획기적인 가정이었습니다. 보어의 모형은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을 완벽하게 설명해냈지만, 왜 전자가 특정 궤도에만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이후 드브로이가 전자를 파동으로 바라보는 물질파 이론을 제안하면서, 원자 세계를 이해하는 시각은 입자에서 파동으로 다시 한번 확장되었습니다. 1920년대 중반,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는 각각 행렬 역학과 파동 역학이라는 서로 다른 수학적 체계를 통해 양자역학을 완성했습니다. 하이젠베르크는 관측 가능한 양들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여 불연속적인 변화를 설명했고, 슈뢰딩거는 전자의 파동적 성질을 기술하는 방정식을 세웠습니다. 겉보기에 전혀 달라 보였던 두 이론은 수학적으로 동일함이 증명되었으며, 이를 통해 물리학자들은 미시 세계를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인류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이 연속성에서 불연속성으로 전환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막스 보른은 슈뢰딩거의 파동 함수를 확률적으로 해석하며 결정론적 세계관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전자의 위치는 확정된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만 존재하며,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함이 밝혀졌습니다. 측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결정론적 특성은 객관적 실재를 믿었던 아인슈타인과 같은 과학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은 실험적 증명을 통해 현대 과학의 가장 견고한 토대로 자리 잡았습니다. 양자역학은 단순히 이론에 머물지 않고 현대 문명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반도체의 원리를 규명하여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었으며, 화학 결합의 본질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분자 생물학과 신소재 공학의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 결합부터 우주의 별들이 내뿜는 빛에 이르기까지, 양자역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은 거의 없습니다. 비록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잇는 통합의 과제가 남아 있지만, 양자역학은 여전히 우리가 우주의 신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강연] H ψ = E ψ  _김상욱 교수_3강 | 2018 여름 카오스 마스터 클래스 '물리'

김상욱

카오스재단마스터클래스
  • 물리학

[강연] 분자사용설명서 (1) _ 김지환 교수 | 2017 겨울 카오스 마스터 클래스 2017 겨울 카오스 마스터클래스 '화학' | 1강

화학은 우리 일상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대중에게는 종종 위험하거나 난해한 학문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많은 이들이 화학을 단순히 주기율표를 외우거나 실험실에서 물질을 섞는 요리와 같은 과정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화학자가 바라보는 세계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정교합니다. 화학은 단순히 유해물질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물질이 어떻게 구성되고 변하는지를 탐구하는 기초과학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오해를 넘어 화학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현대과학을 바라보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화학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첨단산업의 근간이기 때문입니다. 물리학이 하나의 방정식으로 세상을 정의하려 노력한다면, 화학은 수많은 분자가 얽힌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수만 개의 방정식을 동시에 풀어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분자의 크기가 커질수록 물리 법칙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이 나타나며, 화학자들은 이를 통해 새로운 물질의 특성을 규명합니다. 이는 기초과학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현대 화학 연구의 핵심은 '3M 원칙'이라 불리는 세 가지 원칙, 즉 합성(Make), 측정(Measure), 모델링(Model)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화학이 단순히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요리에 가까웠다면, 오늘날에는 만들어진 물질의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실험이 불가능한 영역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론적으로 예측합니다. 이러한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화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의 법칙을 현실의 기술로 구현해냅니다. 이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논리적 추론과 첨단기술이 결합된 고도의 지적 활동입니다. 화학 연구의 대부분은 분자의 구조와 그에 따른 반응성을 탐구하는 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분자는 그 구조가 어떻게 생겼느냐에 따라 성질과 활동 방식이 결정되는데, 이를 '분자공학'의 관점에서 설계하고 조절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신약개발 과정에서는 수만 개의 후보 물질 중 최적의 구조를 찾아내기 위해 15년 이상의 긴 시간을 투자하기도 합니다. 또한 디스플레이나 배터리 분야에서도 원하는 색상이나 효율을 얻기 위해 분자 구조를 미세하게 조정하며, 이러한 노력은 우리 삶을 바꾸는 혁신적인 제품들로 이어집니다. 분자가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적인 물리 법칙인 쿨롱 법칙과 에너지 안정성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양전하와 음전하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은 원자와 분자를 결합시키는 근본적인 동력이 되며, 모든 물질은 에너지가 높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에너지가 낮은 안정한 상태로 변하려는 성질을 가집니다. 화학자들은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바탕으로 물질의 자발적인 변화를 예측하고 제어합니다. 복잡해 보이는 화학 반응의 이면에는 이처럼 단순하고 명쾌한 물리적 원리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원자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핵, 그리고 그 주위를 도는 전자가 존재합니다. 과거에는 전자가 행성처럼 일정한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했지만, 현대물리학과 현대화학은 이를 '전자 구름'인 오비탈로 설명합니다. 아주 작은 미시세계의 입자들은 고전역학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오직 확률적으로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양자역학적 이해는 화학이 단순한 물질의 조합을 넘어 우주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임을 보여줍니다. 오늘날의 화학은 벤젠 고리와 같은 단순한 분자 구조를 넘어 그래핀, 리튬 배터리, 생체 분자 등 거대하고 복잡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문제 해결부터 난치병 치료를 위한 신약설계에 이르기까지, 화학자의 시선은 인류가 직면한 거대 담론들을 향해 있습니다. 식물을 키우며 생명 현상을 연구하거나 새로운 에너지저장장치를 개발하는 등 화학의 경계는 이미 다른 학문들과 밀접하게 융합되어 있습니다. 결국 화학은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에서 시작해 가장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연] 분자사용설명서 (1)  _ 김지환 교수 | 2017 겨울 카오스 마스터 클래스 2017 겨울 카오스 마스터클래스 '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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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에너지와 엔트로피: 세상은 무엇으로 굴러갈까? _ by김성근| 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1강 | 1강 ①

화학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다루는 아주 중요한 학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화학을 어렵고 복잡하게 느끼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오묘하고 흥미로운 미스터리가 가득 숨겨져 있습니다. 물질의 구조가 기능을 결정하고, 그 구조를 인위적으로 설계하여 만들어내는 과정은 마치 건축가가 정교한 집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원리를 깨닫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첫걸음이 됩니다. 모든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동력은 바로 에너지입니다. 에너지는 물질의 상태를 바꾸고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유도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특히 화학 결합 내부에 잠재적으로 저장된 에너지를 엔탈피라고 부르는데, 이는 자극을 주면 언제든 밖으로 뿜어져 나올 준비가 된 에너지입니다. 대부분의 반응은 에너지 장벽을 넘어야 일어나며, 이 과정을 통해 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안정한 상태를 찾아갑니다. 화학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자연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합성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력한 항암제인 택솔은 원래 희귀한 나무에서 추출했으나, 화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인류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화학의 힘을 보여줍니다. 유기화학자는 복잡한 분자를 설계하고 조립하는 분자 건축가로서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물질들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많은 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눈물 한 방울에 담긴 물 분자의 개수는 약 10의 21승 개에 달하며, 이를 전 인류가 밤낮없이 센다고 해도 수만 년이 걸릴 정도입니다. 이처럼 거대한 숫자의 입자를 다루기 때문에 화학은 개별 원자의 움직임을 넘어 통계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러한 인식의 격차를 이해할 때 비로소 거시적인 화학 현상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자연계의 변화에는 일정한 방향성이 존재하는데,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엔트로피입니다. 향수 냄새가 방 안으로 퍼지거나 잉크가 물속에서 확산하는 현상은 에너지가 보존됨에도 불구하고 결코 스스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는 자연이 어떤 의지를 가진 것이 아니라 순전히 확률의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 즉 경우의 수가 가장 많은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 우주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이를 열역학 제2법칙이라 합니다. 루트비히 볼츠만은 엔트로피를 통계적으로 정의하며 비가역성의 원리를 규명했습니다. 입자의 개수가 무수히 많아지면 특정 상태로 다시 돌아올 확률은 수학적으로는 존재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0에 수렴하게 됩니다. 공기 입자들이 우연히 방 한구석으로 몰려 우리가 숨을 쉬지 못하게 될 확률이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적 필연성은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시간의 화살'을 만들어내며 거시 세계의 질서를 유지합니다. 생명체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우주의 흐름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독특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섭취하고 대사 과정을 거침으로써 내부의 무질서도를 낮추고 정교한 구조를 유지합니다. 이는 열역학 법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대가로 국소적인 질서를 창조하는 과정입니다. 결국 에너지와 엔트로피를 이해하는 것은 생명의 탄생과 우주의 운명을 관통하는 거대한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가 됩니다.

[강연] 에너지와 엔트로피: 세상은 무엇으로 굴러갈까? _ by김성근| 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1강

김성근, 성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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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인터뷰] 김유수_ 분자의 기원, 정말 미스터리하지 않나요? | 2018 가을 카오스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표면 화학은 물질의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을 탐구하는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분자가 특정 표면에 흡착될 때 발생하는 물리적, 화학적 변화는 물질의 성질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특히 기존의 용액이나 기체 상태에서는 관찰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반응 경로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 과학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세한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과정은 물질 세계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흥미로운 여정입니다. 연구자로서의 길은 끊임없는 자기 증명과 학문적 호기심의 연속입니다. 낯선 환경에서 연구를 수행하며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오히려 학자로서의 정체성을 견고하게 다지는 계기가 됩니다. 또한, 분자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여 생명체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은 과학자가 평생을 바쳐 탐구할 가치가 있는 거대한 미스터리입니다. 이러한 본질적인 탐구 정신은 직업적인 고뇌를 넘어 연구를 지속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됩니다. 학문의 길에서 개인의 성취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연구 환경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연구자로서 쌓아온 전문 지식과 지혜는 후배 과학자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야 합니다. 직접적인 탐구 활동을 넘어 다음 세대를 육성하고 그들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헌신적인 자세야말로, 과학자로서의 생애를 가치 있게 마무리하는 가장 고귀한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석학인터뷰] 김유수_ 분자의 기원, 정말 미스터리하지 않나요? | 2018 가을 카오스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김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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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술술과학] 분자空학

화학은 흔히 분자를 다루는 학문으로 정의되지만, 그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면 공간의 미학을 탐구하는 과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분자공학이라 하면 무언가를 만드는 기술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여기서 '공(空)'자를 공간을 의미하는 한자로 바꾸어 생각하면 화학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납니다. 분자는 단순히 나누어지는 대상이 아니라, 특정한 공간 안에서 어떻게 배치되고 구성되느냐에 따라 그 성질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건축학이 공간을 설계하듯, 화학자들 역시 분자들이 차지하는 기하학적 공간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복잡해 보이는 사물이라도 그 안에 일정한 규칙성과 패턴이 존재하면 우리는 그것을 훨씬 명확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에셔의 그림이 물고기 문양으로 평면을 빈틈없이 채우듯, 화학의 세계에서도 육각형의 벤젠 고리가 반복되며 놀라운 구조물들을 만들어냅니다. 흑연은 이러한 육각형 단위가 층층이 쌓인 평면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이를 한 겹 떼어내면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이 됩니다. 같은 탄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공간상에서 어떤 기하학적 구조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흑연이 되기도 하고 단단한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합니다. 분자 세계에서 구조와 대칭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거울상 이성질체입니다. 구성하는 원자의 종류와 배열은 완벽하게 같지만, 마치 오른손과 왼손처럼 서로를 거울에 비춘 모습인 두 분자는 전혀 다른 성질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를 '카이랄성(Chirality)'이라고 부르는데,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한쪽 방향의 분자는 설탕보다 수백 배 강한 단맛을 내는 반면, 그 거울상 이성질체는 쓴맛을 냅니다. 이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과 아미노산 역시 특정한 한쪽 방향의 카이랄 구조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의 수용체들이 특정한 방향의 분자만을 인식한다는 사실은 화학적 합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악수를 할 때 서로 같은 손을 내밀어야 제대로 맞잡을 수 있듯이, 우리 몸의 시스템은 자신과 맞는 기하학적 구조를 가진 분자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만약 우리가 비대칭적인 구조를 정교하게 제어하여 원하는 한쪽 방향의 분자만을 만들어낼 수 없다면, 생명체 내에서 의도치 않은 반응이 일어날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현대 화학에서 비대칭 합성 기술은 단순한 연구를 넘어 인류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핵심적인 영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분자의 공간적 배치가 생존과 직결됨을 보여준 가장 비극적인 사례는 탈리도마이드 사건입니다. 1950년대 입덧 방지제로 판매된 이 약은 한쪽 거울상 이성질체는 뛰어난 약효를 보였으나, 다른 쪽 이성질체는 치명적인 기형을 유발하는 독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과학계는 분자의 입체 구조가 생체 내에서 얼마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화학에서 공간이란 단순히 분자들이 머무는 빈 무대가 아니라, 분자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입니다. 화학은 분자를 통해 공간의 예술을 완성해가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카오스 술술과학] 분자空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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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인터뷰] 김석희_ 넓게 공부하라! | 2018 노벨상 해설강연

어린 시절의 호기심은 과학자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질문이 많아 주변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했던 소년은 자라나 생화학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생화학은 생물학과 화학의 경계에 있는 학문이지만,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 매몰되지 않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물리학이나 수학처럼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기초 학문이라 할지라도 이를 배제하지 않고 폭넓게 섭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학문적 저변은 훗날 생명현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질병 치료를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있어 단단한 토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생명과학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의 신비를 밝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분자 수준에서 물질을 다루고 이를 활용하는 연구는 필수적입니다. 특히 앞으로의 연구 과제는 진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분자 단위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다룰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진화 과정을 분자적 관점에서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찾는 일은 현대 과학이 마주한 흥미로운 도전입니다.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지식의 확장을 넘어, 생명 시스템을 보다 정교하게 제어하고 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학계에 몸담은 교육자로서의 보람은 자신의 연구 성과를 넘어 다음 세대와의 교감에서 비롯됩니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끊임없이 유입되는 학생들과 대화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경험입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이들이 만나 공통의 주제로 소통할 때, 선배 과학자의 경험은 학생들의 미래를 설계하는 이정표가 됩니다.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학생들로부터 배우며 성장하는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학문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힘입니다. 지식의 전달을 넘어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교육적 가치는 과학자가 추구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사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석학인터뷰] 김석희_ 넓게 공부하라! | 2018 노벨상 해설강연

김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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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술술과학] 만물의 기원(수정본)

빅뱅 직후의 초기 우주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물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무한히 작은 공간에 무한대에 가까운 에너지만이 응축되어 있었으며, 그 온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웠습니다. 마치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듯, 극도의 고온 상태에서는 모든 물질이 에너지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주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면서 온도가 낮아지기 시작했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인 E=mc² 원리에 따라 거대한 에너지는 비로소 물질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주가 팽창하며 온도가 더욱 떨어지자 소립자들이 결합하여 양성자와 중성자가 만들어졌습니다. 빅뱅 후 단 3분 만에 최초의 원자핵이 형성되었고, 약 38만 년이 흐른 뒤에는 전자와 결합하여 온전한 원자가 탄생했습니다. 138억 년이라는 우주의 장대한 역사 속에서 이는 찰나에 불과한 순간이었지만, 만물을 구성하는 위대한 재료가 준비된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충분히 낮아진 온도 덕분에 원자들은 서로 충돌하는 것을 넘어 결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원자들이 서로 결합하여 최초의 분자가 탄생한 것은 생명의 역사에서 성의 탄생과 비견될 만큼 중요한 변화입니다. 암수가 만나 새로운 개체가 태어나듯, 서로 다른 원자가 만나면 본래의 성질은 사라지고 전혀 새로운 특징을 가진 분자가 나타납니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 생명의 근원인 물이 되고, 탄소와 만나 이산화탄소가 되는 식입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118종의 원소들은 이러한 조합을 통해 1억 종이 넘는 다양한 분자를 만들어내며 우주의 풍요로움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원소들이 조합되어 분자를 만드는 방식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키보드와 매우 흡사합니다. 키보드 자판 하나하나가 글자 하나를 의미하듯, 원소 주기율표의 각 원소는 우주의 기본 단위입니다. 낱글자가 모여 단어가 되어야 비로소 구체적인 의미가 생기는 것처럼, 원자들 역시 정교하게 조합되어 분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과학적인 질서와 생명력을 갖게 됩니다. 약 100여 개의 원소만으로 온갖 정보를 담아내는 키보드처럼, 우주는 최소한의 재료로 무한한 가능성을 창조해낸 것입니다. 우주의 보편적인 원리 중 하나는 물질의 크기가 작을수록 그들을 묶어주는 힘이 강력하다는 점입니다. 이 강력한 결합력 덕분에 우주의 온도가 점차 낮아짐에 따라 에너지로부터 소립자, 원자, 분자가 차례대로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 힘의 균형이 달랐다면 만물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만물의 기원은 빅뱅의 거대한 에너지이며, 점진적인 냉각 과정을 통해 에너지가 물질로 응축되면서 지금의 아름답고 복잡한 우주가 완성되었습니다.

[카오스 술술과학]  만물의 기원(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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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술술과학] 분자는 얼마나 작을까?

분자는 물질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는 가장 작은 단위입니다. 예를 들어 물 분자인 H2O를 더 쪼개면 수소와 산소가 되어 물의 성질을 잃게 됩니다. 분자의 세계는 매우 다양하여, 수소처럼 아주 작은 것부터 헤모글로빈처럼 원자가 만 개나 포함된 거대한 고분자까지 존재합니다. 특히 고분자는 단백질이나 DNA 같은 생체 분자뿐만 아니라 인간이 발명한 나일론, 플라스틱, 합성 고무 등 우리 주변의 수많은 물질을 구성하며 현대 문명의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분자는 10의 -9승 미터 단위인 나노 세계에 속해 있어 육안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작습니다. 가장 흔한 물 분자의 크기는 약 4 옹스트롬에 불과한데,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그 어떤 물체보다도 미세한 수준입니다. 이처럼 극도로 작은 입자들이 모여 거대한 물질을 이룬다는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분자의 크기를 실감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치를 나열하는 것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거시적인 대상들과 비교해 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물 한 컵에 담긴 분자의 수를 상상해 보면 그 미세함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물 분자를 3억 배 확대하면 테니스공 크기가 되는데, 같은 비율로 테니스공을 확대하면 지구 크기가 됩니다. 즉, 테니스공 표면에 놓인 물 분자 하나는 지구 표면에 놓인 테니스공 하나와 같은 비중인 셈입니다. 또한 70억 인구가 매초 5개씩 분자를 센다 해도 물 한 컵 분량을 다 세는 데 1억 년이 걸릴 정도입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작은 단위들이 모여 우리 삶의 모든 화학적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카오스 술술과학] 분자는 얼마나 작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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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술술과학] 과학의 중간계, 다양성의 제왕!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정교한 레고 작품보다 훨씬 복잡하고 아름다운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레고가 부품에서 곧장 완성품이 되는 것과 달리, 우리 세계는 세 단계의 정교한 과정을 거쳐 형성됩니다. 가장 먼저 기본 입자들이 모여 원자를 구성하고, 이 원자들이 다시 결합하여 분자를 만들며, 최종적으로 우리가 보는 만물이 탄생합니다. 이때 기본 입자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표준 모형의 17종 기본 입자와 118종의 원소를 정리한 주기율표는 우주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열쇠가 됩니다. 화학은 바로 이러한 원소들이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무한한 분자의 세계를 다루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물의 크기를 기준으로 세계를 탐험해 보면 놀라운 미시 세계가 펼쳐집니다. 인간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한계인 0.1mm 수준에는 머리카락 굵기나 유글레나 같은 세포 생물이 존재합니다. 현미경의 도움을 받아 더 깊이 들어가면 미세먼지와 세균이 활동하는 영역을 지나,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나노미터 단위에 도달하게 됩니다. 여기서 더 작아지면 본격적인 분자와 원자의 세상이 시작되는데, 원자의 크기인 10⁻¹⁰m는 인간이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와 같습니다. 그 너머에는 크기를 가늠하기 힘든 양성자와 점과 같은 전자, 쿼크의 영역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학문의 체계에서 화학은 단순함을 탐구하는 물리학과 복잡성을 다루는 생물학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합니다. 매우 단순한 기본 입자로부터 어떻게 이토록 복잡한 생명 현상이 출현했는지는 인류 최대의 수수께끼 중 하나이며, 화학은 그 변화가 시작되는 핵심 지점에 위치합니다. 흥미롭다는 뜻의 영어 단어 '인터레스트(Interest)'가 '사이에 존재한다'는 라틴어 어원에서 유래했듯, 물질계와 생명계를 이어주는 화학의 위치는 그 자체로 매우 매력적입니다. 단순한 물리 법칙이 생명의 경이로움으로 변모하는 그 경계에서 화학은 우주의 신비를 푸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우리를 더 깊은 탐구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카오스 술술과학] 과학의 중간계, 다양성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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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인터뷰] 이동환_ 궁극적인 이해는 창작이기에 나는 분자를 만든다 | 2018 가을 카오스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과학자의 길은 끊임없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지만,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작은 해결의 순간들은 연구를 지속하게 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됩니다. 실험이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하나씩 풀어갈 때 느끼는 순수한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닙니다. 이러한 탐구 정신은 일상 속 취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종이 위에 만년필로 생각을 정리하며 느끼는 편안함이나,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를 통해 일상의 특별한 찰나를 포착하는 즐거움은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자만의 섬세한 시선을 완성해 줍니다. 화학자에게 분자 합성은 단순히 물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자연의 섭리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시도와 같습니다. 미세한 화학 결합의 변화를 거대한 구조적 변화로 증폭시키거나, 화학적 신호를 빛이나 전자 스핀 같은 물리적 신호로 변환하는 과정은 세상의 규칙을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복잡한 자연계의 현상을 단순화하여 설명하려는 화학자들의 노력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어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적이고 직관적인 접근 방식이 어떻게 이토록 정교하게 작동할 수 있었는지는 화학 분야가 지닌 흥미로운 미스터리 중 하나입니다. 인생 또한 하나의 물질이 다른 물질로 변하는 화학 반응과 닮아 있습니다.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개인이 수많은 학생 앞에서 강연하는 사람으로 변화한 과정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화학적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자신이 걸어온 길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마치 미술관의 도슨트처럼 대중에게 분자 세계를 친절하게 안내하고자 합니다.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화학 분자들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더 흥미로운지 제시함으로써, 많은 이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번 강연의 핵심적인 목표입니다.

[석학인터뷰] 이동환_ 궁극적인 이해는 창작이기에 나는 분자를 만든다 | 2018 가을 카오스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이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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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인터뷰] 박태현_ 냄새와 맛, 그것이 미스터리하다! | 2018 가을 카오스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서울대학교 교수직을 비롯하여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책을 맡아온 학자의 삶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입니다. 수많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자신이 맡은 일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태도에 있습니다.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그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는 마음가짐은 단순한 업무를 넘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에너지가 됩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에너지는 개인의 성취를 넘어 사회 전반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으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일상 속에서 작은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감사함으로 승화시키는 태도는 현대인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일상의 문화 콘텐츠 속에서는 과학적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과거에는 만화 영화 속 과학자 캐릭터를 보며 꿈을 키우던 아이들이 많았으나, 최근의 대중 매체는 자극적인 갈등 구조나 관계 중심의 서사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과학적 호기심과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드라마나 영화 제작자들이 과학 기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대중적인 프로그램 속에 과학적 요소가 스며들 때, 비로소 학생들은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창의적인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화학의 영역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은 거대한 미스터리 중 하나는 바로 인간의 후각과 미각입니다. 시각이나 청각, 촉각을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는 기술은 이미 고도로 발달하여 카메라나 녹음기 같은 장치로 구현되었지만, 후각과 미각을 완벽하게 포착하는 장비는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후각과 미각을 유발하는 화학 분자의 구조와 크기가 매우 다양하여 이를 하나의 명확한 화학적 정의로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진 물질들이 동일한 단맛을 내는 현상은 화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신비로운 영역입니다. 이러한 감각의 원리를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은 향후 후각과 미각 기능을 구현하는 스마트폰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석학인터뷰] 박태현_ 냄새와 맛, 그것이 미스터리하다! | 2018 가을 카오스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박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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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학

[카오스 술술과학] 화학의 수수께끼, CheMystery

우리가 흔히 접하는 화학이라는 학문의 이름 속에는 세상의 이치를 관통하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화학을 그림이나 불과 관련된 학문으로 오해하곤 하지만, 한자 '화(化)' 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본질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자는 본래 변화를 뜻하며, 영어 단어인 'Chemistry'의 어원인 'Chem' 역시 변화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마치 풀이 자라나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는 신비로운 과정처럼, 화학은 세상의 모든 존재가 겪는 근본적인 변화를 탐구하고 그 원리를 밝혀내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학은 단순히 변화만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우러지는 합성의 과정을 깊이 있게 연구합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118가지 원소는 주기율표라는 정교한 질서 속에서 수천만 종의 분자를 만들어내며, 이것들이 다시 조화롭게 섞여 우리가 살아가는 거대한 세상을 구성합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케미'라는 표현이 사람 사이의 친화력을 뜻하는 것처럼, 화학의 어원에는 '섞다'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화학은 원소들이 만나 새로운 물질을 탄생시키는 합성의 미학을 보여주는 학문인 셈입니다. 현대 화학의 영역은 에너지와 엔트로피 같은 물리적 법칙부터 생명 현상의 근원인 단백질과 생체막에 이르기까지 매우 방대하게 뻗어 있습니다. 원자가 결합하여 분자가 되는 과정은 마치 전자와 양성자가 추는 우아한 왈츠와 같으며, 분자의 3차원 구조 속에 숨겨진 기능적 아름다움은 나노과학과 분자공학의 튼튼한 토대가 됩니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맛과 냄새 같은 감각의 영역조차도 결국은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상호작용의 결과입니다. 이처럼 화학은 만물의 근원을 이해하고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소중한 열쇠입니다.

[카오스 술술과학]  화학의 수수께끼, CheMys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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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인터뷰] 고재현 ─ 빛을 공부하는 이유 | 2018 카오스 마스터클래스 '물리'

하늘을 올려다보면 태양과 빛이 만들어내는 보석 같은 현상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무지개나 햇무리, 구름이 오색빛으로 물드는 채운과 같은 아름다운 풍경 이면에는 빛의 마술이 숨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분야가 바로 분광학입니다. 분광학은 빛을 파장이나 색깔별로 분류하여 그 안에 담긴 원자나 분자의 고유한 특성을 파악하는 학문입니다. 모든 원자와 분자는 자신만의 고유 진동수를 가지고 있으며, 분광학은 이를 통해 물질의 정체를 밝혀내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분광학은 단순히 이론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수만 광년 떨어진 항성이나 은하를 구성하는 원소의 조성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그 활용 범위는 우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증거를 포착하거나, 귀중한 예술 작품의 진위를 판별하는 정밀한 분석 도구로도 널리 쓰입니다. 이처럼 거대한 우주부터 미세한 사물까지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은 분광학만이 가진 독보적인 매력입니다. 물리학의 역사에서 빛은 이론적 발전을 이끌어온 핵심적인 존재였습니다. 뉴턴의 고전 역학부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그리고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빛의 속성은 언제나 연구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우주의 기원과 자연의 근원을 파헤치는 물리학은 결국 우리 존재의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빛은 그 길을 안내하는 가장 명확한 지표가 되어줍니다. 이러한 학문적 탐구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혀주고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삶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석학인터뷰] 고재현 ─ 빛을 공부하는 이유 | 2018 카오스 마스터클래스 '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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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

[강연] 리보핵산 : 최초의 생명물질로부터 메신저까지 (3) _ 김빛내리 교수 | 2017 봄 카오스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 3강 | 3강 ③

생명과학의 역사는 단백질과 DNA를 거쳐 이제 RNA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유전 정보의 단순한 전달자로만 여겨졌던 RNA가 현대 과학에서는 생명 현상의 핵심 조절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 유전체 사업 이후 우리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유전 정보의 극히 일부만이 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생명체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움직이는 RNA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현대 생물학의 최전선이 되었습니다. 우리 몸의 설계도인 DNA 중 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는 영역은 단 2%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8%는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논코딩 영역'으로, 여기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논코딩 RNA입니다. 여기에는 마이크로 RNA뿐만 아니라 크기가 큰 롱 논코딩 RNA 등 다양한 종류가 포함됩니다. 과거에는 이 영역을 쓸모없는 '정크 DNA'로 치부하기도 했으나, 최근 연구를 통해 이들이 유전자 발현을 정교하게 조절하며 질병의 발생과 치료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현재 인류가 파악한 인간 유전자는 약 4만 개에 달하며, 그중 절반에 가까운 1만 8,000여 개가 논코딩 RNA 유전자로 추정됩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우리가 이름을 붙이고 구체적인 기능을 알고 있는 것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우리 몸 안에는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90% 이상의 RNA가 존재하며, 이들의 역할을 규명하는 과정은 생명과학의 거대한 미개척지로 남아 있습니다. 이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것은 암을 비롯한 난치병 치료의 새로운 열쇠를 찾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생명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RNA 월드'라는 가설을 만나게 됩니다. 약 35억 년 전 원시 지구에서 DNA나 단백질보다 RNA가 먼저 등장했을 것이라는 이론입니다. RNA는 정보를 저장하는 유전 물질의 특성과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효소의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980년대에 RNA가 스스로를 자르는 효소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이 가설은 학계의 정설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RNA가 생명의 탄생과 진화 과정에서 일당백의 역할을 수행했음을 시사합니다. 생체 내 화학적 증거들 또한 RNA의 우선성을 뒷받침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ATP와 같은 RNA 소재를 직접 합성하지만, DNA의 소재는 반드시 RNA 소재에서 산소 원자 하나를 떼어내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즉, 현대의 복잡한 생명체 안에서도 DNA는 RNA로부터 파생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분자 수준의 선후 관계는 태초에 RNA가 먼저 존재했고, 이후 더 안정적인 정보 저장 매체인 DNA와 효율적인 기능 수행자인 단백질로 역할이 분담되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RNA 연구는 그 중요성만큼이나 까다로운 과정을 요구합니다. RNA는 화학 구조상 염기성 조건에서 쉽게 분해될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는 분해 효소인 RNase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실험 과정에서 RNA가 파괴되지 않도록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이러한 예민함은 RNA 연구의 높은 진입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정성은 역설적으로 RNA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생명 현상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역동적인 분자임을 증명하는 특성이기도 합니다. 20세기 후반이 DNA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RNA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DNA 분석은 기술의 발전으로 대중화되었으며, 과학자들의 시선은 유전 정보의 실행 단계인 RNA와 그 상호작용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미래에는 탄수화물이나 지질과 같이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분자들에 대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경쟁하며 생명을 유지하는지 밝혀내는 여정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강연] 리보핵산 : 최초의 생명물질로부터 메신저까지 (3) _ 김빛내리 교수 | 2017 봄 카오스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 3강

강창원, 김빛내리, 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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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과학

[강연] 멋진 세상을 만드는 빛 - 센 빛, 밝은 빛, 똑똑한 빛 (3) _이용희 교수 | 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7강 | 7강 ③

레이저는 단순한 빛의 증폭을 넘어 우리 실생활의 난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도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모기만을 정밀하게 타격하여 떨어뜨리는 레이저 사격 기계가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인류의 보건 위생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전선으로는 한계가 있는 고속 데이터 통신 분야에서도 광섬유를 이용한 광통신 기술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레이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삶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연결해 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레이저의 진정한 위력은 극도로 짧은 시간 동안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는 펄스 기술에서 나타납니다. 아주 짧은 순간에 빛을 비추는 스트로보 방식처럼, 레이저를 이용하면 분자나 원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초고속 현상의 관측은 화학과 생의학 분야에서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학문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눈으로 볼 수 없었던 미시 세계의 역동적인 변화를 포착함으로써 인류는 물질의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새로운 창을 얻게 되었습니다. 생물학적 연구에서 레이저는 '광학 집게'라는 독특한 도구로 활용됩니다. 레이저 빔을 특정 지점에 집속시키면 작은 입자가 그 중심으로 끌려 들어가는 성질을 이용해 DNA, RNA, 단백질과 같은 미세한 물질을 손상 없이 붙잡고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세포 단위의 정밀한 조작이 가능해지면서 뇌과학과 유전공학 분야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빛이라는 무형의 도구가 물리적인 힘을 발휘하여 생명의 신비를 밝히는 정교한 손가락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현대 레이저 기술은 현미경의 해상력을 기존보다 10배 이상 높여 초고해상도 이미징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형광 물질과 레이저를 결합하여 세포 내부의 복잡한 구조를 선명하게 관찰함으로써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법을 찾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합니다. 더 나아가 단일 광자를 제어하는 수준에 이르면 양자 역학적 성질을 이용한 보안 통신이 가능해집니다. 복제가 불가능한 양자의 특성을 활용한 비밀 통신은 도청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완벽한 보안 체계를 구축하는 미래 정보 통신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레이저는 때로는 정밀한 수술을 돕는 살리는 칼이 되고, 때로는 거리를 측정하는 가장 정확한 표준 자가 되기도 합니다. 1960년 첫 레이저가 탄생한 이후 지난 50여 년간 레이저는 반도체 공정, 3D 프린팅, 자율주행차의 라이다 등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스며들었습니다. 초기에는 '문제를 찾는 해결책'이라고 불릴 만큼 그 잠재력을 다 알지 못했지만, 이제 레이저는 인류의 상상력을 현실로 바꾸는 만능 도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빛을 향한 탐구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실현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강연] 멋진 세상을 만드는 빛 - 센 빛, 밝은 빛, 똑똑한 빛 (3) _이용희 교수 | 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7강

이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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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

[강연] 응답하라, 작은 것들의 세계여 - 현미경과 미시세계 (5) _김성근 교수 | 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5강 | 5강 ⑤

우리가 살아가는 거시 세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를 나누는 명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통 인간의 맨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원자나 분자의 영역을 미시 세계라고 부르며, 이곳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 물리학의 법칙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습니다. 미시 세계는 단순히 크기가 작은 영역을 넘어, 인간이 평생 쌓아온 시각적 경험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낯설고 새로운 물리적 법칙이 지배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편견을 버리고 자연 그 자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과학자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며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낍니다. 국가나 기업의 지원을 받아 정교한 장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인류 역사상 누구도 본 적 없는 단분자의 형광 이미지를 포착하는 과정은 마치 미지의 영역을 촬영하는 셀카와도 같습니다. 어두운 실험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빛나는 단분자를 마주할 때, 과학자들은 수십억 명의 인구가 수천 년 동안 세어야 할 만큼 방대한 존재들 속에서 단 하나의 본질을 찾아냈다는 희열을 느낍니다. 이러한 소소하면서도 거창한 즐거움이 바로 과학을 지속하게 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됩니다.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 기술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이유는 물리적인 회절 한계를 화학적 방법으로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성능이 좋은 기계를 만든 것을 넘어, 형광 물질의 성질을 이용해 빛을 조절함으로써 100년 넘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벽을 허물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는 기술적 진보가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처럼 화학적 원리를 통해 물리적 법칙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는 인류가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의학이나 생명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발전을 이끄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양자역학은 등장한 지 100년이 다 되어가며 이론적으로는 많은 정리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인간의 직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우리가 거시 세계에서의 경험에만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미시 세계의 현상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현대 과학에서 양자역학은 그 자체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이를 활용하여 다양한 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도구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존재의 유무를 묻는 인식론적 질문들은 여전히 학문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측정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끊임없는 시도들은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우주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습니다. 미시 세계를 탐구하는 것은 마치 우주선을 타고 전혀 다른 차원의 우주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대한 우주와는 또 다른 질서가 존재하는 이 작은 우주는 과학자들에게 무한한 영감과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씩 바꾸어 나갈 때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의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지며, 생각의 범주 또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것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은 결국 인간과 자연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줍니다. 이러한 탐구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우리를 더욱 놀라운 진리의 세계로 안내할 것입니다.

[강연] 응답하라, 작은 것들의 세계여 - 현미경과 미시세계 (5) _김성근 교수 | 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5강

김성근, 심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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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
  • 화학

[강연] 응답하라, 작은 것들의 세계여 - 현미경과 미시세계 (4) _김성근 교수 | 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5강 | 5강 ④

현미경의 발명은 인류가 생명의 근원을 바라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17세기 로버트 훅은 코르크 조각을 관찰하며 작은 방 모양의 구조에 '세포'라는 이름을 붙였고, 레벤후크는 직접 깎은 렌즈로 미생물의 존재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습니다. 이러한 발견은 질병이 신의 저주가 아닌 미세한 생명체에 의한 것임을 깨닫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를 시각화하려는 인간의 끊임없는 열망은 현대 생명 과학의 기초를 다지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관측 기술의 등장은 항상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예고합니다. 과학자들에게 혁신적인 기기는 단순히 도구를 넘어 인류의 지식 지평을 넓히는 열쇠와 같습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미시 세계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생명 현상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되었습니다. 첨단 현미경 기술은 보이지 않는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과학의 진보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으며, 이는 미래 과학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금의 황금색은 원자 하나가 가진 고유한 색이 아닙니다. 개별 원자는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방식이 달라 색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수많은 원자가 모여 상호작용을 시작하면 비로소 특정한 색을 띠게 됩니다. 금 원자가 약 1억 개 정도 모여 일정한 크기를 형성할 때 우리가 아는 찬란한 노란색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는 물질의 성질이 개별 단위가 아닌 집합체로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결정된다는 오묘한 과학적 원리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물질의 크기를 나노 단위로 쪼개면 우리가 알던 색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순금을 나노 입자로 만들면 붉은색 용액으로 변하는데, 이는 표면에서 일어나는 나노 효과인 플라스몬 현상 때문입니다. 귀금속의 가치는 그 영롱한 색에 있지만,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그 색조차 입자의 크기와 배열에 따라 변하는 가변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이러한 나노 세계의 특성은 물질을 바라보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려 주며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원자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거시 세계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원자는 대부분 텅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질량의 대부분은 아주 작은 원자핵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운동장 한가운데 놓인 모래알 하나가 원자핵이라면 나머지 공간은 전자가 헤엄치는 광활한 빈터와 같습니다. 하지만 이 텅 빈 공간은 전자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다른 물질이 쉽게 침범할 수 없는 견고한 경계를 형성합니다. 미시 세계는 이처럼 비어 있음과 가득 참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곳입니다. 현대 과학은 이제 인간의 의식과 정신 작용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영혼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생각과 감정조차 뇌 속 신경세포들의 복잡한 신호 전달 과정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뇌 회로를 정밀하게 매핑하는 프로젝트는 인간의 사고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과학적 기반 위에서 규명하고자 합니다. 비록 정신의 모든 비밀을 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인지 과학의 발전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영화 속 아이언맨처럼 새로운 원소를 창조하는 것은 물리 법칙상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분자의 세계는 여전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인류는 지난 수십 년간 수천만 개의 새로운 분자를 합성하며 물질의 진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과거에 절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광학적 한계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깨졌듯이, 오늘의 과학적 상식 또한 내일의 새로운 발견에 의해 뒤바뀔 수 있습니다. 과학은 고정된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며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여정입니다.

[강연] 응답하라, 작은 것들의 세계여 - 현미경과 미시세계 (4) _김성근 교수 | 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5강

김성근, 심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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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
  • 화학

[강연] 응답하라, 작은 것들의 세계여 - 현미경과 미시세계 (3) _김성근 교수 | 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5강 | 5강 ③

2014년 노벨 화학상은 백 년 넘게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광학 현미경의 회절 한계를 극복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전통적인 광학 현미경은 빛의 회절 현상 때문에 특정 크기보다 작은 바이러스나 세포 내부 구조를 선명하게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전자 현미경은 분해능이 높지만 시료를 절단하거나 손상시켜야 하는 단점이 있는 반면, 광학 현미경은 살아있는 시료 내부를 그대로 볼 수 있다는 독보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과학자들의 집념이 결국 초고분해능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윌리엄 모너는 세계 최초로 단일 분자를 실험적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하며 초고분해능 현미경의 개념적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그는 고체 결정 내의 아주 작은 농도로 존재하는 분자를 검출해냈을 뿐만 아니라, 특정 파장의 빛을 이용해 분자의 형광을 자유자재로 켜고 끄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분자가 형광을 내는 상태와 내지 않는 상태를 조절할 수 있게 된 이 기술은, 이후 등장하는 다양한 초고분해능 기술들의 핵심적인 원리가 되었습니다. 물리학적 기초를 바탕으로 화학적 한계를 극복한 그의 연구는 다학제적 연구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에릭 베치그는 분자들이 동시에 빛을 내어 이미지가 겹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차'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했습니다. 그는 모든 분자가 한꺼번에 형광을 내지 않도록 조절하여, 한 번에 아주 적은 수의 분자만 빛을 내게 한 뒤 그 위치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시간대에 측정된 개별 분자들의 위치 정보를 하나로 중첩함으로써, 기존에는 흐릿하게 뭉쳐 보였던 이미지를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재구성하는 PALM 기술을 완성했습니다. 이는 관찰 대상을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인식하려는 집요한 시도가 만들어낸 쾌거였습니다. 스테판 헬은 앞선 방식과는 전혀 다른 물리적 접근법인 STED 기술을 통해 분해능을 혁신했습니다. 그는 관찰하려는 면적을 연필 끝처럼 최대한 뾰족하게 줄여야 정확한 형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를 위해 유도 방출 원리를 이용해 도넛 모양의 레이저를 쏘아 주변부의 형광을 강제로 꺼 버리고, 오직 중심부의 좁은 영역에서만 빛이 나오도록 유도했습니다. 레이저의 강도를 높일수록 관찰 영역이 더욱 미세해지는 이 방식은, 기존 광학 현미경의 한계를 수십 배 이상 뛰어넘어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한 관찰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초고분해능 현미경 기술은 이제 치매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섬유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등 생명 과학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100년 넘은 난제에 도전하여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과학자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 분야에 매몰되지 않는 다학제적 시각과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굴하지 않는 끈기가 결합될 때 과학은 진보합니다. 살아있는 세포 내부의 움직임을 원자 수준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과학자들의 꿈은 이제 머지않은 미래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강연] 응답하라, 작은 것들의 세계여 - 현미경과 미시세계 (3) _김성근 교수 | 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5강

김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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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응답하라, 작은 것들의 세계여 - 현미경과 미시세계 (1) _김성근 교수 | 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5강 | 5강 ①

빛은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빛이 없는 공간에서는 사물이 존재하더라도 우리는 그 형태나 색을 전혀 인지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보는 빛은 사실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매우 넓은 진동수 영역 중 극히 일부인 400에서 700나노미터 사이의 가시광선 영역에 해당합니다. 인간은 이 좁은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만약 우리가 자외선이나 적외선을 볼 수 있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우주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사물이 특정한 색을 띠는 이유는 물질이 빛과 상호작용하며 특정 파장을 흡수하거나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식물의 잎이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은 엽록소가 푸른색과 붉은색 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초록색 파장을 주로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당근이 주황색으로 보이는 원리도 이와 같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보는 색은 물질 내부의 전자 상태가 빛의 에너지를 받아들여 들뜨는 과정에서 결정되는 과학적인 결과물이며, 이는 빛과 물질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줍니다. 근대 과학의 발전 과정에서 직접 눈으로 관찰하는 행위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20세기 초 물리학자 페랭은 콜로이드 입자의 분포를 직접 관찰하여 아보가드로 수를 유추해냈고, 밀리컨은 기름방울의 움직임을 통해 전하량을 측정했습니다. 하지만 관찰은 항상 완벽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빛의 굴절이나 렌즈의 특성으로 인해 착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며, 관찰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되어 실체와 다른 결론에 도달할 위험도 존재하기에 과학적 관찰에는 정교함이 요구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거시 세계의 물리 법칙은 미시 세계로 내려갈수록 그 힘을 잃게 됩니다. 원자나 분자 수준의 미시 세계는 우리의 오감으로 느끼는 상식과는 전혀 다른 양자역학적 원리에 의해 지배됩니다. 거시 세계에서는 관찰자가 대상을 바라보는 행위가 대상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미시 세계에서는 관찰을 위해 투입된 에너지가 피관찰체를 교란시킵니다. 이러한 차이는 우리가 미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기존의 경험적 근거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져야 함을 시사합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미시 세계의 본질적인 한계를 잘 보여줍니다.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기 위해 짧은 파장의 빛을 사용하면, 그 높은 에너지가 전자의 운동량을 크게 변화시킵니다. 반대로 운동량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낮은 에너지의 긴 파장을 사용하면 위치가 불분명해집니다. 즉, 미시 세계에서는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이는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실체를 변화시키는 미묘한 자연의 섭리를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분자의 세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작고 조밀합니다. 물 한 방울 속에 들어 있는 분자의 개수를 가늠해 보기 위해 전 세계 70억 인구가 매초 5개씩 쉬지 않고 센다고 가정하면, 무려 2,0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볼펜 끝의 작은 금속 공을 천만 배 확대하면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고도인 10km 크기가 될 정도입니다. 이처럼 거대한 수치와 극도로 작은 크기가 공존하는 미시 세계는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의 이면에 숨겨진 놀라운 정밀함을 보여줍니다. 우주는 가장 작은 소립자부터 거대한 은하계에 이르기까지 약 10의 40승 배에 달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차이를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빛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 광활한 세계의 단면을 관찰하며 지식의 지평을 넓혀갑니다. 미시 세계의 양자역학적 신비와 거시 세계의 천문학적 경이로움은 결국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이라는 하나의 줄기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과학적 통찰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며 우주의 본질에 다가서게 합니다.

[강연] 응답하라, 작은 것들의 세계여 - 현미경과 미시세계 (1) _김성근 교수 | 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5강

김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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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물질의 기원 by김성근 | 2015 여름 카오스 콘서트 '기원 Origin' 2강 | 2강

우주의 기원을 탐구하다 보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물질의 기원과 마주하게 됩니다. 138억 년 전 빅뱅의 순간, 현재 우리 몸을 구성하는 수소 원자핵들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경이로움을 자아냅니다. 우리는 단순히 수십 년을 산 존재가 아니라, 우주의 시작과 함께 태어난 유구한 역사의 산물인 셈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우주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물질은 질량을 가지고 있으며 더 작은 입자들로 이루어진 다층적인 구조를 지닙니다. 마치 러시아 인형(마트료시카)처럼, 물질을 쪼개면 분자가 나오고, 이를 다시 나누면 원자와 원자핵,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소립자인 쿼크에 도달하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이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의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하여 우리 눈에 보이는 거시적인 세상을 만들어내는지 연구하며, 우주의 내용물을 채우는 물질의 본질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우주에는 물질뿐만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반물질도 존재할 수 있다는 대칭성의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서로 소멸하며 거대한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방출하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인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로 설명됩니다.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는 대부분 일반적인 물질로 이루어져 있지만, 보이지 않는 우주 저편에는 반물질로 구성된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현대 물리학의 흥미로운 화두 중 하나입니다. 빅뱅 직후의 초기 우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겁고 에너지가 응축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급격히 낮아졌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는 입자로 응축되기 시작했습니다. 수증기가 식어 물방울이 맺히듯, 쿼크가 결합하여 양성자와 중성자가 되고, 다시 전자가 붙어 안정적인 원자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냉각과 응축의 과정은 우주가 단순히 팽창하는 것을 넘어, 생명으로 나아가는 물질적 토대를 마련한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원자들이 서로 결합하여 분자를 형성하는 과정은 마치 개인이 모여 가정을 이루는 것과 비슷합니다. 주기율표상의 100여 개 원소는 컴퓨터 키보드의 자판과 같아서, 이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수억 가지의 화학적 특성을 지닌 물질이 탄생합니다. 분자 상태가 되어서야 비로소 고유한 화학적 성질이 나타나며, 이러한 다양성은 우주가 단순한 원소의 집합을 넘어 복잡하고 정교한 화학적 진화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합니다. 생명의 설계도인 DNA를 구성하는 염기들이 특정 종류로 제한된 이유는 분자의 안정성 때문입니다. 아데닌과 같은 염기는 빛 에너지를 받아 들뜬 상태가 되어도 금방 평정심을 되찾아 원래의 안정된 상태로 돌아오는 성질이 있습니다. 만약 쉽게 흥분하고 변하는 분자가 유전 정보를 담았다면, 생명은 외부 자극에 의해 끊임없이 훼손되었을 것입니다. 자연은 가장 냉철하고 안정적인 분자를 선택함으로써 수억 년 동안 생명의 정보를 안전하게 보존해 왔습니다.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이 왜 모두 왼손잡이 형태인 'L-아미노산(왼손잡이형)'인지는 현대 과학의 거대한 수수께끼입니다. 실험실에서는 왼손과 오른손 형태가 똑같이 만들어지지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오직 한쪽 방향만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초기 우주에서 발생한 아주 미세한 대칭성의 파괴가 진화 과정을 거치며 증폭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물질의 기원에서 시작된 탐구는 생명의 독특한 비대칭성을 거쳐, 다시 우주의 근원적인 법칙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강연] 물질의 기원 by김성근 | 2015 여름 카오스 콘서트 '기원 Origin' 2강

김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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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학

[강연] 분자미개학론 _ 이동환 교수 | 2016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공개강연 '무질서에서 질서로' (2) | 1강

화학이라고 하면 흔히 복잡한 반응식과 원소 기호가 가득한 교과서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화학의 진정한 매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에서 원자들이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모양에 있습니다. 단순한 식의 나열을 넘어 분자 속에 감추어진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은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같습니다. 화학자는 이 복잡한 구조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고, 그 형태가 지닌 고유한 가치를 탐구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의 미학을 정립하는 사람입니다. 복잡함이란 무엇일까요? 수십 획에 달하는 한자처럼 단순히 얽혀 있는 상태를 넘어, 그 안에 숨겨진 규칙을 발견할 때 우리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됩니다. 네덜란드의 판화가 에셔의 작품처럼 단순한 단위 구조가 반복되며 평면을 가득 채우는 테셀레이션은 복잡함 속의 질서를 잘 보여줍니다. 대칭성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떤 물체를 회전시키거나 반사했을 때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 즉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구조는 분자 세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꼽히며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대칭적인 분자로 알려진 '풀러렌'은 탄소 60개가 모여 축구공 모양을 이루는 독특한 구조를 가집니다. 1985년 발견된 이 분자는 우주 공간의 성간 물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 존재가 드러났으며, 이후 노벨 화학상의 영예를 안겨주었습니다. 자연이 설계한 이 완벽한 구형 구조는 탄소 원자들이 가장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최적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가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고 미시 세계의 질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가장 경이로운 모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학자는 자연에 존재하는 분자를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만들어내는 건축가이기도 합니다. 육각형의 벤젠 고리를 이어 붙여 왕관 모양의 코로넨을 만들거나, 평면의 그래핀을 넘어 입체적인 구조를 구상합니다. 이 과정은 마치 정교한 설계도를 따라 건물을 짓거나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비록 당장의 실용적인 용도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합성 경로를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과학적 진보를 이끄는 핵심적인 동력이 됩니다. 평면적인 구조를 넘어 오목한 사발 모양의 '수마넨'과 같은 분자를 만드는 것은 화학자들에게 큰 도전입니다. 탄소 원자들은 본래 평평하게 배열되려는 성질이 있지만, 오각형 구조를 적절히 배치하면 전체적인 모양이 구부러지며 입체감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곡률을 완벽하게 제어하여 예쁜 그릇 모양의 분자를 합성하는 것은 고도의 정밀함이 요구되는 작업입니다. 이는 단순한 발견의 영역을 넘어 인간의 지성과 기술로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발명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화학의 창의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분자의 아름다움은 형태를 넘어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정교한 기능으로도 이어집니다. 우리 몸의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이온 통로 단백질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거대한 분자는 칼륨 이온과 나트륨 이온의 미세한 크기 차이를 감지하여 특정 이온만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킵니다. 단백질 내부의 산소 원자들이 물 분자의 역할을 대신하며 이온을 안내하는 과정은 자연이 설계한 정교한 밸브 시스템과 같습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분자의 구조가 곧 생명 활동의 핵심적인 기능임을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자연은 거대한 구조를 만들 때 효율적인 모듈화 방식을 선택합니다. 이온 통로 단백질이 네 개의 동일한 조각이 모여 완성되듯, 작은 단위체의 반복과 조합을 통해 복잡한 생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는 대량 생산과 유지 보수가 용이한 합리적인 설계 방식이기도 합니다. 결국 분자 세계의 복잡함 속에는 언제나 명확한 규칙과 질서가 숨어 있습니다. 그 규칙을 이해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조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과학자가 꿈꾸는 끊임없는 도전이자 미시 세계에서 찾아내는 진정한 아름다움입니다.

[강연] 분자미개학론 _ 이동환 교수 |  2016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공개강연 '무질서에서 질서로' (2)

이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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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현생인류와 한민족의 기원 (1) - 총론 : 어떻게 아는가? _ 이홍규 교수 | 2015 봄 카오스 강연 'ORIGIN' 7강 | 7강 ①

인류의 기원을 탐구하는 여정은 관찰과 기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학을 통해 주변 세계를 기록했고, 로마의 플리니우스는 박물학적 관점에서 방대한 지식을 정리했습니다. 이후 18세기 카를 린네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생물에 체계적인 이름을 붙이는 분류학을 창시했습니다. 그는 형태와 기능을 기준으로 생물을 계, 문, 강, 목, 과, 속, 종으로 나누었으며, 인간에게 '호모 사피엔스'라는 학명을 부여하여 인류를 자연의 체계 안에 편입시켰습니다. 린네가 생물의 체계를 세웠다면, 찰스 다윈은 그 체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원리를 제시했습니다.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며 변이하고 분화한다는 사실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모든 생명이 공통의 선조에서 유래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으며, 훗날 인류 역시 아프리카의 유인원과 공통의 조상을 가졌을 것이라고 추론하며 인류 기원 연구의 과학적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멘델의 유전 법칙과 만나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초기에는 유전자가 변하지 않고 보존된다는 점 때문에 진화론과 충돌하는 듯 보였으나,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진화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현대 종합 이론'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이는 생명체가 단순히 변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 변이 중 생존에 유리한 형질이 선택되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과정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며 생물학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생명의 역사를 한 그루의 나무로 시각화한 '생명의 나무'는 계통발생학의 핵심 개념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되어 가지를 치듯 분화해 왔으며, 과학자들은 통계학적 방법인 분기학을 동원해 생물 간의 친연관계를 분석합니다. 이는 우주의 시작인 빅뱅처럼 생명 역시 단일한 기원에서 출발해 복잡한 시스템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계통도는 현대 생물학 교과서의 근간을 이루며 생명의 연속성을 상징합니다. 현대 진화론은 세포 내 공생설을 통해 더욱 확장되었습니다. 린 마굴리스는 돌연변이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생명체의 융합이 진화의 중요한 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는 과거 독립적인 박테리아였으나 다른 세포와 합쳐져 에너지를 생성하는 공생체가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인류를 포함한 모든 진핵생물이 여러 생명체의 유전적 결합으로 탄생한 복합적인 존재임을 시사하며 진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21세기 유전학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류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과거에는 겉모습이나 뼈의 형태를 보고 인종과 종을 구분했지만, 이제는 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생명체의 정체성을 파악합니다. 유전체 분석 기술은 표현형 중심의 이해를 유전자형 중심으로 전환시켰으며, 아주 미세한 유전적 차이만으로도 해당 개체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어떤 경로로 이동하며 진화해 왔는지를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전학적 접근의 위력은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작은 뼈 조각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고고학적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었던 1cm 남짓한 손가락뼈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인류의 새로운 조상인 데니소바인의 존재가 확인되었습니다. 뼈의 형태가 아닌 유전 정보를 통해 고대 인류의 외형과 혈통을 복원해낸 이 사건은, 현대 과학이 과거의 흔적을 추적하여 인류와 민족의 기원을 밝히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음을 증명합니다.

[강연] 현생인류와 한민족의 기원 (1) - 총론 : 어떻게 아는가? _ 이홍규 교수 | 2015 봄 카오스 강연 'ORIGIN' 7강

이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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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물질의 기원 (4) - 패널토의 | 2015 봄 카오스 강연 'ORIGIN' 2강 | 2강 ④

우주의 시작은 거대한 에너지의 분출이었습니다. 빅뱅의 순간, 형체도 없던 순수한 에너지는 찰나의 시간 속에 물질과 빛으로 변모하며 우주의 역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기본 입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보는 모든 만물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초기 우주의 높은 온도와 밀도 속에서 에너지가 질량을 가진 입자로 응축되는 과정은 현대 과학이 밝혀낸 가장 경이로운 사건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물리적 현상을 넘어, 무(無)에서 유(有)가 창조되는 우주적 오케스트라의 서막과도 같았습니다. 물질의 최소 단위로 알려진 쿼크는 현대 물리학의 핵심적인 연구 대상입니다. 특히 업 쿼크와 다운 쿼크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이들의 조합에 따라 원자핵의 성질이 결정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쿼크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강력한 핵력에 의해 서로 묶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강한 에너지를 가해도 이들을 개별적으로 떼어낼 수 없다는 점은 자연이 설계한 정교한 질서를 보여줍니다. 이는 마치 원자핵이라는 견고한 성벽 안에 갇혀 외부로 나오지 못하는 입자들의 운명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동양 철학의 노자는 '도가 하나를 낳고, 하나가 둘을, 둘이 셋을 낳아 만물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도 놀라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빅뱅의 에너지가 빛과 물질로 나뉘고, 다시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세 가지 기본 요소로 조합되면서 비로소 우리가 아는 복잡한 세상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피자나 고양이, 그리고 우리 자신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모든 존재는 결국 이 세 가지 입자의 변주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요소가 결합하여 무한한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과학과 철학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우주 초기에는 물질과 반물질이 거의 같은 양으로 생성되었습니다. 만약 두 물질의 양이 완벽하게 일치했다면, 서로 충돌하여 빛으로 소멸하고 현재의 우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물질이 반물질보다 10억분의 1 정도 더 많이 살아남았고, 그 미세한 차이가 오늘날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물질 세계를 형성했습니다. 이 신비로운 비대칭성은 과학자들이 여전히 풀고자 노력하는 우주의 거대한 수수께끼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10억분의 1이라는 희박한 확률이 만들어낸 결과인 셈입니다. 우리가 단단한 물체를 만질 때 느끼는 감각은 사실 원자와 원자 사이의 직접적인 접촉이 아닙니다. 원자의 내부는 태양계처럼 대부분 텅 비어 있으며, 원자핵은 아주 작은 영역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만진다'고 느끼는 것은 손가락 끝의 전자와 물체 표면의 전자가 서로 밀어내는 전기적 반발력과 파울리 배타 원리 때문입니다. 즉, 우리는 우주의 텅 빈 공간 속에서 입자들의 힘이 만들어내는 정교한 상호작용을 촉각이라는 감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짐의 본질은 결국 전자 구름과 전자 구름이 만나는 보이지 않는 힘의 대결입니다. 과학은 끊임없이 더 작은 세계를 탐구하며 물질을 쪼개어 왔습니다. 쿼크와 렙톤이 현재로서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로 여겨지지만, 초끈 이론과 같은 현대 물리학은 그 너머의 세계를 수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비록 실험적으로 검증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지만, 과학자들은 자연의 법칙이 단순하고 아름다울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진리를 추구합니다. 복잡한 현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명쾌한 원리를 찾아내는 과정은 과학이 지닌 최고의 미학입니다. 인간의 지성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인지 묻는 과정 자체가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우주의 기원을 탐구하는 여정은 인간을 겸허하게 만듭니다. 138억 년 전의 뜨거운 가스 속에서 만들어진 입자들이 오늘날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우주와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과학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과정이 아니라, 자연이 남긴 정교한 설계도를 한 장씩 읽어 내려가는 인내의 과정입니다. 완성된 결과물보다 그 속에 담긴 원리와 진화의 과정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우주라는 거대한 무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과학적 탐구는 결국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찾아가는 끝없는 질문의 연속입니다.

[강연] 물질의 기원 (4) - 패널토의 | 2015 봄 카오스 강연 'ORIGIN' 2강

고계원, 김성근, 김희준, 정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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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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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물질의 기원 (3) - 별의 핵합성 _ 김희준 교수 | 2015 봄 카오스 강연 'ORIGIN' 2강 | 2강 ③

빅뱅 이후 약 38만 년이 지나 중성 원자가 형성된 뒤, 우주는 약 3억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별 하나 없는 고요한 팽창의 시기를 거쳤습니다. 이 시기를 흔히 '암흑기'라 부르는데, 물질들이 중력에 의해 서서히 뭉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첫 번째 별들이 탄생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기체가 압축되며 온도가 상승하는 과정을 통해 별의 내부 온도가 1,000만 도에 이르면, 비로소 수소 핵융합이 시작되며 우주에 빛이 밝혀집니다. 이 과정에서 전자가 다시 떨어져 나가는 재이온화 현상이 일어나며 별의 핵합성이라는 거대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별의 일생에서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하는 주계열성 단계에서는 중심부의 수소가 헬륨으로 변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때 별은 내부의 핵융합으로 밀어내는 복사압과 안으로 끌어당기는 중력이 정교한 균형을 이루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합니다. 우리 태양 역시 현재 이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앞으로도 수십억 년 동안 빛을 내며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심부의 수소 연료가 모두 고갈되면 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연료가 떨어지면 밖으로 밀어내던 힘이 사라지고, 다시 중력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별의 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옵니다. 수소가 고갈된 별의 중심부가 중력에 의해 압축되면 온도는 1억 도까지 치솟게 됩니다. 이 엄청난 고온과 고밀도의 환경에서는 헬륨 원자핵들이 서로 충돌하여 탄소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핵융합 반응이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별의 외곽부는 오히려 팽창하며 온도가 낮아져 붉게 빛나는 '적색거성'이 됩니다. 탄소의 생성은 생명체의 근간이 되는 원소가 우주에 등장했음을 의미하며, 이는 단순한 물리적 변화를 넘어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화학적 토대가 마련된 중요한 순간입니다. 별은 이처럼 자신의 몸을 태워 생명의 씨앗을 빚어내는 연금술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질량이 큰 별들은 탄소 이후에도 산소, 네온, 마그네슘을 거쳐 가장 안정적인 원소인 철에 이를 때까지 핵융합을 계속합니다. 하지만 철 단계에 도달하면 더 이상 에너지를 낼 수 없게 되어, 별은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순식간에 붕괴하며 초신성 폭발을 일으킵니다. 이 찰나의 폭발 순간에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는 철보다 무거운 우라늄까지의 원소들을 순식간에 합성해 냅니다. 즉,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무거운 원소들은 모두 과거 어느 거대한 별의 죽음과 폭발을 통해 우주로 흩뿌려진 유산인 셈입니다. 초신성 폭발은 우주 원소 지도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입니다. 우주의 역사는 기초 입자에서 시작하여 원자, 분자, 그리고 복잡한 생명체로 이어지는 거대한 진화의 과정입니다. 초기 우주의 정교한 물리 법칙은 수많은 우발적 사건들을 거쳐 우리를 필연적인 생명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별들이 만개하고 생명이 태동한 현재의 우주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과 같습니다. 물질의 기원을 찾아가는 여정은 결국 우리가 어디에서 왔니를 이해하는 과정이며, 우주가 결코 무질서하게 던져진 존재가 아니라 정교하고 아름다운 설계와 질서 속에 흐르고 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강연] 물질의 기원 (3) - 별의 핵합성 _ 김희준 교수 | 2015 봄 카오스 강연 'ORIGIN' 2강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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