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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전염병에 맞서온 과학_by안광석 l 제 31회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_"세상을 바꾼 과학, 과학이 여는 미래" | 2강

바이러스는 크게 급성 감염과 만성 감염으로 나뉩니다. 코로나19나 독감 같은 급성 감염은 백신과 치료제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며,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결국 회복의 길로 들어섭니다. 반면 만성 감염 바이러스는 한 번 감염되면 평생을 인체와 함께하며 끊임없이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기에 치료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현대 과학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이러한 만성 감염 바이러스까지도 우리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전염병은 단순한 질병 이상의 역할을 하며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변수가 되어왔습니다. 나폴레옹이 황열병으로 인해 루이지애나 땅을 미국에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나,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 이후에야 아프리카 식민지화가 가속화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고 국가의 지형도를 바꾸는 등 인류 문명사에 거대한 흔적을 남겼으며, 때로는 제국의 몰락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과학적 사고가 정립되기 전 인류는 전염병 앞에서 무력했습니다. 하지만 1848년 런던의 존 스노는 콜레라 사망자들의 거주지를 분석하여 오염된 물 펌프가 원인임을 밝혀냈고, 이는 현대 역학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이후 코흐가 콜레라균을 실제로 발견하며 질병의 원인이 미생물임을 입증했습니다. 이러한 체계적인 분석과 발견은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는 과학적 대처 방식의 기틀을 마련해주었으며,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대 의학이 전염병과 싸워 이길 수 있게 된 데에는 세 명의 선구적인 과학자의 공로가 큽니다. 백신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너, 모든 질병이 미생물에 의해 발생함을 밝힌 파스퇴르, 그리고 방부 위생법을 고안한 리스터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의 발견 덕분에 인류의 평균 수명은 비약적으로 늘어났으며, 과거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던 감염병들은 이제 현대 과학의 관리 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는 과학이 인류의 생존에 기여한 가장 위대한 성과 중 하나입니다. 백신 제조 기술은 유정란을 이용한 전통적인 방식에서 생명공학의 발전과 함께 mRNA 플랫폼 기술로 진화했습니다. 과거에는 바이러스 사체를 직접 활용해야 했기에 위험성과 생산 속도의 한계가 있었으나, 이제는 항원 정보만을 담은 유전자를 주입하여 안전하고 신속하게 백신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생산 공정을 표준화하고 병원체의 종류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새로운 팬데믹 상황에서 인류가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팬데믹은 더욱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인한 인수공통 감염병의 증가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모기의 서식지가 넓어지고 인간과 동물의 접촉 빈도가 높아지면서, 동물의 몸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넘어올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환경적 위협이며, 과학자들은 이를 '회색 코뿔소'처럼 충분히 예견된 위기로 인식하고 철저한 기초 연구를 통해 다음 위기를 대비해야 합니다. 미래의 과학자들은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는 범용 백신과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점막 백신 개발에 힘써야 합니다. 하지만 기술적 성취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와 도전 정신입니다. '코이'라는 물고기가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듯, 우리도 독서와 여행을 통해 생각의 크기를 키워야 합니다. 과학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도구를 넘어, 인류와 미생물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지혜로운 길을 찾는 끊임없는 탐구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강연] 전염병에 맞서온 과학_by안광석 l 제 31회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_"세상을 바꾼 과학, 과학이 여는 미래"

안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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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제 31회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_'세상을 바꾼 과학, 과학이 여는 미래' (1) by 박건웅, 안광석 l 서울대학교&카오스재단 | 1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 공개 강연은 1994년부터 시작된 대표적인 과학 나눔 프로그램으로, 올해 31회를 맞이했습니다. 이번 강연의 주제인 '과학자의 꿈과 도전'은 세상을 바꾼 과거의 과학적 성취를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과학이 어떻게 열어갈지 탐구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인공지능부터 전염병, 탄소 중립, 초전도체에 이르기까지 현대 과학의 핵심 화두를 다루며 청중들에게 과학적 설렘을 전달합니다. 특히 이번 강연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과학적 사고가 우리 삶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깊이 있게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데이터는 현대 인공지능을 움직이는 핵심 원료입니다. 과거에는 실험을 통해 소수의 데이터를 얻었지만, 이제는 매분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지는 빅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스마트 팩토리의 생산성을 높이고 마케팅 전략을 최적화하며, 심지어 스포츠 경기에서 승리 확률이 높은 위치를 예측하는 데 활용됩니다. 농구 선수 스테픈 커리의 사례처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대 득점 분석은 현대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결국 데이터는 인공지능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기술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합니다. 자율 주차 프로그램이 수만 번의 사고를 겪으며 완벽한 주차 방법을 익히는 것처럼,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대체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시각과 청각을 넘어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을 정복하려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인류의 노동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현재의 인공지능은 데이터 편향성과 예측의 신뢰성이라는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정 지역이나 문화권에 치우친 데이터는 잘못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며, 복잡한 모델은 결과의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는 '블랙박스 문제'를 야기합니다. 단순히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사건의 인과관계를 추론하고 인간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제공하는 '해석 가능한 AI'의 개발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학과 통계학 같은 기초 과학의 발전이 필수적이며, 미래의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전해야 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의 끊임없는 전쟁이었습니다. 흑사병이나 천연두 같은 질병은 제국의 몰락을 가져오고 세계 지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과거에는 과학적 지식의 부재로 기도나 무속 신앙에 의존했지만, 존 스노의 콜레라 역학 조사와 코흐의 세균 발견을 기점으로 전염병 대처 방식은 과학적으로 변모했습니다. 제너의 백신과 파스퇴르의 미생물학 연구는 인류의 평균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는 기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학적 성취 덕분에 인류는 보이지 않는 적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현대 과학은 mRNA 기술을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인해 동물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협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학은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는 범용 백신과 코에 뿌리는 점막 백신 개발에 집중해야 합니다. 팬데믹은 더 이상 예기치 못한 사건이 아니라 충분히 예상 가능한 '회색 코뿔소'와 같습니다. 따라서 기초 과학 연구를 통해 새로운 병원체를 조기에 탐지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과학의 발전은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꿈과 도전의 과정입니다. 인공지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전염병에 맞서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초 과학 지식과 더불어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가 필요합니다. '코이'라는 물고기가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듯이, 과학자의 꿈의 크기가 곧 인류 미래의 한계를 결정합니다.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들이 기초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도전할 때, 과학이 여는 미래는 더욱 밝고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강연] 제 31회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_'세상을 바꾼 과학, 과학이 여는 미래' (1) by 박건웅, 안광석 l 서울대학교&카오스재단

박건웅, 안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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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mRNA, 차세대 건강 혁명의 주역_by 안광석 | 고등과학원&카오스재단 '2023 노벨상 해설강연' | 1강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인류를 구한 mRNA 백신 개발의 주역들에게 돌아갔습니다. 헝가리 출신의 카탈린 카리코와 미국의 드루 와이즈만 박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의 연구는 단순히 전염병에 대응하는 수단을 넘어, 현대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성과로 평가받습니다. 수많은 생명을 구한 이 기술의 이면에는 한 과학자의 끈질긴 집념과 열정이 숨어 있습니다. 이번 수상은 과학적 발견이 우리 삶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과거의 백신 제조 방식은 매우 노동 집약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바이러스를 증식시키기 위해 수많은 유정란에 주사기로 바이러스를 주입하고 다시 추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면서 병원체 전체가 아닌 특정 성분만을 활용하는 방식이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mRNA 기술은 생산 공정을 표준화할 수 있어 신속하고 비용이 저렴하며, 다양한 바이러스와 세균에 즉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mRNA 연구의 선구자인 카탈린 카리코 박사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헝가리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날 당시, 그녀는 전 재산인 1,000달러를 어린 딸의 테디베어 인형 속에 숨겨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미국에 도착한 후에도 비정규직 연구원으로서 불안정한 삶을 이어갔으며, mRNA 연구에 대한 학계의 냉대와 무관심을 견뎌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mRNA가 질병 치료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굽히지 않았고, 이러한 믿음은 훗날 인류를 구하는 거대한 발견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mRNA 기술의 가장 큰 난관은 인위적으로 만든 RNA를 체내에 주입했을 때 발생하는 강력한 염증 반응이었습니다. 카리코와 와이즈만 박사는 우리 몸의 천연 RNA인 tRNA에는 염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연구 결과, tRNA에 포함된 '슈도우리딘'이라는 변형 염기가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열쇠임을 밝혀냈습니다. 이 발견을 통해 염증 반응 없이 단백질 생산 효율을 수십 배 이상 높인 변형 mRNA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백신 상용화를 가능케 한 결정적인 돌파구가 되었습니다. 놀라운 발견에도 불구하고 카리코 박사는 소속 대학으로부터 교수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해고 통보를 받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연구비 수주 실패와 논문 거절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과학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며 연구를 지속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독일의 바이오엔테크로 자리를 옮겨 자신의 기술을 믿어주는 동료들을 만났고, 7년 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에 대항하는 화이자 백신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된 현대 학계에 인내와 기초 연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입니다. mRNA 기술의 잠재력은 코로나19 백신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 기술은 암 치료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특이 단백질 정보를 mRNA에 담아 주입하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미 30년 전부터 암 치료용으로 연구되어 온 이 플랫폼은 향후 심장 질환, 뇌 질환 등 다양한 난치병 치료제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제 우리는 mRNA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시대를 넘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새로운 의학적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천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내와 집념의 산물입니다. 카리코 박사는 과학 연구를 조정 경기에 비유하며, 결승선을 보지 못하더라도 동료를 믿고 노를 젓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수많은 거절과 무시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녀의 삶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진정한 혁신은 화려한 조명 아래서가 아니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실험실에서 묵묵히 흘린 땀방울을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그녀의 노벨상 수상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강연] mRNA, 차세대 건강 혁명의 주역_by 안광석 | 고등과학원&카오스재단 '2023 노벨상 해설강연'

안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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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2023 '노벨상 해설강연' by 안광석, 김경택, 이광렬 l 고등과학원&카오스재단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인류를 팬데믹의 공포에서 구원한 mRNA 백신 기술에 수여되었습니다. 카탈린 카리코와 드루 와이즈만 박사는 뉴클레오사이드 염기 변형이라는 획기적인 발견을 통해 외부 mRNA가 체내에서 일으키는 과도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코로나19 대응을 넘어 암 치료와 유전병 극복을 위한 차세대 의학 혁명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카탈린 카리코 박사의 여정은 과학적 집념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그녀는 연구비 중단과 해고라는 모진 시련 속에서도 mRNA 치료제에 대한 확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슈도우리딘을 이용한 염기 변형 기술은 당시 학계에서 외면받았으나, 결국 단백질 생산 효율을 높이고 면역 거부 반응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한 과학자의 끈질긴 인내심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 기적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물리학 분야에서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려는 인류의 도전이 결실을 맺었습니다. 아토초 펄스는 100경 분의 1초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짧은 시간 폭을 가진 빛입니다. 이는 원자 내부에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는 전자의 역학을 관찰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도구입니다. 아토초 과학의 등장은 정지된 사진처럼 전자의 움직임을 포착함으로써 물질의 근본적인 성질을 이해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아토초 펄스 생성의 핵심은 고차 조화파라는 현상에 있습니다. 초강력 레이저를 기체 원자에 쏘아 전자를 이온화시키고 다시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 빛은 기존 펨토초 레이저의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피에르 아고스티니, 페렌츠 크라우스, 안 릴리에 교수는 실험적 방법을 통해 단일 아토초 펄스를 측정하고 제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인류는 미시 세계의 초고속 현상을 직접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노벨 화학상은 나노 세계의 보석이라 불리는 양자점의 발견과 발전에 돌아갔습니다. 양자점은 크기에 따라 방출하는 빛의 색깔이 변하는 독특한 반도체 결정입니다. 이는 '물질의 색은 고유한 성질'이라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발견이었습니다. 입자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빨간색부터 파란색까지 모든 가시광선 영역의 색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양자 역학적 특성은 나노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양자점 기술이 실험실을 넘어 우리 삶에 들어오기까지는 정밀한 합성 기술의 발전이 필수적이었습니다. 문지 바웬디 교수는 유기 용매 내에서 균일한 크기의 양자점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확립했습니다. 이후 이 기술은 디스플레이 산업과 결합하여 QLED TV와 같은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기초 과학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연구가 기업의 기술력과 만나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2023년 노벨상 수상 업적들은 공통적으로 수십 년에 걸친 기초 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이나 가시적인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자연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순수한 열정이 혁신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과학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마라톤과 같습니다. 기초 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인내심 있는 지원만이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강연] 2023 '노벨상 해설강연' by 안광석, 김경택, 이광렬 l 고등과학원&카오스재단

김경택, 안광석, 이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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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기획전 연계 현장 강연] 알기 쉬운 백신 이야기

코로나19가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백신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지만, 감염병은 인류 역사와 늘 함께해 왔습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을 신뢰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태도여야 합니다. 근거 없는 음모론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현혹되기보다, 백신이 우리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개인의 건강을 넘어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첫걸음이 됩니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존재하며 백신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백신을 맞는 이유는 접종을 통해 얻는 이익이 잠재적인 위험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사고가 무서워 외출을 아예 포기할 수 없듯이, 백신 접종은 질병으로 인한 치명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감수해야 할 선택입니다. 예방률이 100%인 백신은 없지만, 감염 시 중증도를 낮추고 생명을 보호하는 데 있어 백신은 여전히 가장 강력하고 유효한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현대 의학이 가장 집중적으로 싸우고 있는 대상은 바이러스입니다. 세균은 항생제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지만, 바이러스는 세포 속으로 침투해 유전자를 조작하고 증식하기 때문에 치료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특히 바이러스는 복제 과정에서 변이가 빈번하게 일어나 치료제 개발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바이러스 질환은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시되며,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적을 미리 학습하도록 돕는 백신의 역할이 무엇보다 강조됩니다. 백신의 역사는 에드워드 제너의 우두법에서 시작되어 파스퇴르를 거치며 과학적 체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경험적인 관찰에 의존했다면, 현대의 백신은 병원체를 약독화하거나 유전 정보를 활용하는 등 정밀한 계산을 통해 제조됩니다. 소아마비를 종식시킨 소크와 세이빈의 사례처럼, 백신은 인류를 위협하던 치명적인 질병들을 하나씩 정복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성취는 백신이 단순한 의약품을 넘어 인류의 생존 도구임을 증명합니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으로 나뉩니다. 백신은 이 중 후천성 면역을 인위적으로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T세포와 B세포는 면역의 핵심으로, 병원체의 특징을 기억하고 항체를 만들어 적을 공격합니다. 백신을 통해 형성된 기억 세포들은 실제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병의 확산을 막습니다. 이러한 정교한 면역 반응 덕분에 우리는 질병에 직접 걸리지 않고도 강력한 방어막을 구축할 수 있게 됩니다. 최근에는 mRNA 백신과 바이러스 벡터 백신 같은 3세대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병원체 자체를 넣는 대신 유전 정보를 전달하여 우리 몸이 스스로 항원을 생산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백신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으며, 변이 바이러스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부작용을 줄인 유전자 재조합 백신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므로,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적절한 접종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감염병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새로운 팬데믹의 위협은 계속될 것입니다. 바이러스는 생존을 위해 독성을 낮추고 전파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지만, 여전히 고위험군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차세대 백신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의 정보를 신뢰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백신은 질병과 싸우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며,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입니다.

[브랜드기획전 연계 현장 강연] 알기 쉬운 백신 이야기
국립과천과학관👉기획·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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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어떻게 세계적인 연구를 할까? by 현택환 ㅣ기초과학연구원(IBS) x 카오스재단 기초과학 석학 강연 '새로운 발견을 위한 과학' | 2강

나노기술은 현대 과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결정적인 '도우미' 역할을 수행합니다. 21세기의 핵심 기반 기술인 나노기술은 우리 일상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퀀텀닷 TV는 반도체 나노입자인 양자점을 기초로 하며, 우리가 접한 mRNA 백신 역시 지질 나노입자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결과물입니다. 이처럼 나노기술은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에서 시작되어 인류의 건강과 기술적 진보를 이끄는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나노입자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입자의 크기를 균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나노 크기에서는 입자의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에너지 상태가 변하는 독특한 성질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나노입자는 크기에 따라 방출하는 빛의 색깔이 달라지는데, 입자들이 제각각이면 선명한 색을 얻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나노입자를 똑같은 크기로 정밀하게 합성하는 기술은 고성능 디스플레이나 정밀 의료 기기 구현을 위한 필수적인 토대가 됩니다. 과거에는 균일한 나노입자를 얻기 위해 뜨거운 용매에 반응물을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나, 이는 대량 생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승온법(Heat-up process)'은 상온에서부터 서서히 온도를 올려 입자를 합성하는 혁신적인 방법입니다. 이 공정은 별도의 분리 과정 없이도 균일한 입자를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전 세계 실험실의 표준 레시피가 되었으며, 대한민국 나노 연구가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존 연구의 흐름을 파악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핵심 이슈를 찾아내는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무(無)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최신 논문들을 깊이 있게 읽으며 타인의 기발한 생각을 자신의 연구에 적용해보는 과정에서 탄생합니다. 또한 떠오르는 영감을 즉시 기록하는 습관은 매우 중요합니다. 찰나의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고 메모하며 고민을 거듭하는 태도가 과학적 발견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과학자의 길은 항상 탄탄대로일 수 없으며, 때로는 수년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시련의 시기를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나무가 마디를 만들며 튼튼하게 자라듯, 연구에서의 실패와 고통은 과학자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됩니다. 극심한 슬럼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수많은 자료를 뒤적이며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던 시간은 결국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시련을 극복하는 끈기야말로 위대한 발견을 향한 필수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과학은 한 명의 천재가 이끄는 시대를 지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융합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복잡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자, 화학자, 공학자들이 서로의 지식을 나누고 부대끼며 연구해야 합니다. 따라서 연구자에게는 뛰어난 실력 못지않게 타인을 배려하고 소통하는 인성이 요구됩니다.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알고 동료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태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세상을 감동시킬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인 연구가 완성됩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같은 연구 기관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환경을 제공하며 대한민국 과학의 미래를 밝히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는 나노입자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젊은 과학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 우리 곁에서 노벨상 수상자에 버금가는 위대한 과학자들이 계속해서 배출될 것입니다.

[강연] 어떻게 세계적인 연구를 할까? by 현택환 ㅣ기초과학연구원(IBS) x 카오스재단 기초과학 석학 강연 '새로운 발견을 위한 과학'

현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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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주연_바이러스와의 공존, 어느날 일어나보니...? | 2021 가을 카오스강연 '과학의 희열'

과학자의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까칠하고 깐깐하다'는 평을 듣게 되곤 합니다. 이는 직업병이라기보다 사실에 기반한 사고를 지향하는 과학적 태도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주관적인 추정이나 근거 없는 가정을 철저히 경계하고, 오직 명확한 증거(Evidence)에 기반하여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연구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논리적인 행위를 피하려는 노력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결국 이는 현상을 왜곡 없이 바라보려는 과학자만의 정직한 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경계하며 질문을 던지는 태도야말로 진실에 다가가는 첫걸음이 됩니다. 처음부터 과학자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래 질병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었으나, 우연한 기회에 접한 유전학 수업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선천성 대사 이상'이라는 책과 겸상 적혈구 빈혈증에 대한 사례를 접하며 큰 전율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행위를 넘어, 특정 단백질의 아미노산 변이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지 그 근원적인 기전을 이해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생겨난 것입니다. 병이 왜 생기는지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찾은 깨달음은 지금까지 연구의 길을 걷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연구라는 긴 여정에서 '희열'의 순간은 아주 간헐적으로 찾아옵니다. 그 짧은 찰나를 위해 연구자는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열정으로 버텨내야 합니다. 하지만 열정은 가만히 둔다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식물처럼 정성껏 물을 주고 가꾸어야 하는 대상입니다. 특히 정신력은 체력 상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열정은 금방 시들기 마련이기에,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연구의 연장선이자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건강한 신체는 곧 창의적인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복잡한 연구 데이터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해답은 의외로 단순함에 있었습니다.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을 통해 깨달은 것은, 핵심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모든 데이터를 끌어안고 이해하려 하기보다, 생명 현상의 본질을 흐리는 군더더기를 솎아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버릴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연구실의 중요한 철학이 되었고, 이는 복잡한 현상을 명료한 법칙으로 설명해 내는 과학적 통찰력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비우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현상의 진정한 의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현재 우리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변이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입니다. mRNA 백신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를 기억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정교한 기술의 산물입니다. 궁극적으로 바이러스는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평화로운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마치 소설 '안드로메다 스트레인'의 결말처럼, 치명적이었던 존재가 어느 순간 우리와 공존 가능한 형태로 변모하기를 기대합니다. 연구의 즐거움을 잃지 않고 이 신비로운 생명 현상을 탐구하는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인터뷰] 유주연_바이러스와의 공존, 어느날 일어나보니...? | 2021 가을 카오스강연 '과학의 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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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나노의학 2.0 코로나에서 뇌과학까지 by 천진우ㅣIBS X KAOS 2021 '기초과학 석학강연'

나노의학은 10억 분의 1 미터라는 아주 미세한 나노 세계의 원리를 의학에 접목한 최첨단 융합 과학입니다. 과거의 나노 기술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전자 산업의 혁신을 이끌며 우리 삶을 바꾸어 놓았다면, 이제는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관찰하고 조절하는 나노의학이 새로운 의료 혁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보다 작은 영역에서 벌어지는 정교한 상호작용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진단과 치료법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노의학의 핵심 목표는 더 명확하게 보고 정밀하게 조절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는 진단과 예방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Seeing Better'와 질병의 치료 및 조직 재생을 가능케 하는 'Controlling with Precision'이라는 두 가지 가치로 요약됩니다. 약 60년 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예견했던 것처럼, 몸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질병을 찾아내고 치료하는 작은 기계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학문이 결합한 이 융합 과학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쓴 팬데믹 상황에서 나노의학은 mRNA 백신이라는 혁신적인 결과물을 내놓으며 그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mRNA는 단백질 설계도와 같아서 우리 몸이 스스로 항원을 만들게 유도하지만, 매우 불안정하여 세포까지 전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때 지질 나노입자(LNP)라는 나노캡슐이 보호막 역할을 하여 mRNA를 안전하게 표적 세포까지 운반하는 현금 수송차와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는 생물학적 발견과 나노 공학적 설계가 결합하여 수많은 생명을 구한 팀 사이언스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진단 분야에서도 나노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기존의 표준 검사법인 RT-PCR은 정확도는 높지만 장비가 크고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금 나노입자의 플라즈몬 현상을 이용하면 빛으로 아주 빠르고 균일하게 열을 발생시켜 유전자를 증폭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에 두 시간 가까이 걸리던 검사 시간을 15분 이내로 단축하면서도 높은 정확도를 유지하는 현장 진단(POC)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신속 진단 기술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는 이미징 기술 역시 나노 조영제를 통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기존 MRI는 해상도가 낮아 미세한 혈관의 이상을 초기 단계에 발견하기 어려웠지만, 자성 나노입자를 활용한 새로운 조영제는 신호 증강 효과를 통해 해상도를 10배 이상 높여줍니다. 이를 통해 뇌 속의 100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미세 혈관까지 선명하게 시각화할 수 있는 3차원 혈관 지도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정밀 이미징은 뇌졸중이나 치매 같은 혈관 관련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획기적인 도움을 줍니다. 나노의학의 가장 도전적인 영역 중 하나는 자기장을 이용해 뇌 신경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나노 자기 유전학'입니다. 특정 이온 채널에 나노 나침반 역할을 하는 자성 나노입자를 결합하면, 외부에서 자기장을 가해 신경 세포의 활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실험을 통해 자기장만으로 동물의 운동 신경을 활성화하여 움직임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무선으로 뇌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이 기술은 향후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증상을 완화하고 치료하는 새로운 의료 기술로 적용될 전망입니다. 나노의학은 이제 정밀 의학, 디지털 약, 그리고 재생 의학을 아우르는 차세대 의료의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나노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융합 연구는 인류가 직면한 난치병 문제에 새로운 과학적 해답을 제시할 것입니다. 나노 수준에서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이 놀라운 여정은 단순히 학술적 성과를 넘어, 미래 세대에게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선사하는 강력한 힘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과학이 세계의 표준이 되는 미래를 기대하며 나노의학의 혁신은 계속될 것입니다.

[강연] 나노의학 2.0 코로나에서 뇌과학까지 by 천진우ㅣIBS X KAOS 2021 '기초과학 석학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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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진우_나노의학과 자기유전학(Feat.연구주제 선정방법)ㅣIBS X KAOS 2021 '기초과학 석학강연'

나노과학은 아주 작은 크기의 세계를 다루는 학문으로, 현대의학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mRNA(메신저 RNA) 백신입니다. 불안정한 유전자 정보인 mRNA를 100나노미터 크기의 나노캡슐에 담아 인체에 안정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우리 몸이 스스로 항체를 형성할 수 있게 돕습니다. 이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진단과 생체 현상 관찰, 그리고 정밀한 자극 기술까지 아우르는 융합과학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과학 연구의 동력은 새로운 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됩니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영역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때 학문적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과거 1990년대 후반에는 나노입자 연구가 생소한 분야였으나, 수십 년간 지식이 축적되면서 이제는 더 정밀하고 고도화된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기존의 지식에 안주하지 않고, 양자점이나 새로운 나노물질을 바이오 분야에 접합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해 나갑니다. 뇌과학은 인류에게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자 가장 정복하기 어려운 분야 중 하나로 꼽힙니다. 최근 주목받는 자기유전학은 자기장을 이용해 뇌신경세포인 뉴런의 신호를 제어하는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이는 유전공학 기법과 나노과학이 결합한 융합과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전기적 자극이나 빛을 이용한 방식보다 훨씬 정교한 접근이 가능하며, 뇌의 깊은 곳까지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적 성과와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자기유전학이 광유전학보다 유리한 점은 뛰어난 생체 침투력에 있습니다. 빛은 인체 조직을 통과하는 힘이 약해 정밀한 관찰에는 용이하지만 깊은 곳까지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자기장은 몸속 깊숙한 곳까지 무선으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자성나노입자를 뉴런의 이온채널에 접합하여 '자기수용체'를 만들면, 외부 자기장에 반응해 이온채널이 열리고 닫히며 뇌 신호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무선 제어 방식은 뇌 질환 치료와 면역 시스템 활성화에 새로운 길을 열어줍니다. 하나의 가설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은 수많은 연구자의 인내와 협력이 필요한 긴 여정입니다. 자기유전학 연구 역시 나노물질 합성부터 유전공학, 뇌과학 실험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단계를 거쳐야 하기에 융합과학으로서의 체계가 필수적입니다. 화학자, 생명과학자, 소재공학자, 그리고 의사가 함께하는 '팀 사이언스'는 개별 연구로는 도달하기 힘든 거대한 과학적 성취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협력은 나노의학이 실질적으로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인터뷰] 천진우_나노의학과 자기유전학(Feat.연구주제 선정방법)ㅣIBS X KAOS 2021 '기초과학 석학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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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인터뷰] 장혜식_ 코로나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하다! | 2021 서울대 자연과학대 공개강연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전 세계 과학자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바이러스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뛰어난 성과를 낸 연구진 대부분이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수행하던 연구 주제를 코로나19로 전환했다는 사실입니다. RNA 전사체 분석이나 다른 바이러스 연구를 10년 이상 지속해온 전문가들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기초 과학 연구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의 속도에는 지리적 요인과 사회적 환경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초기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연구에 필요한 환자 검체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당시 중국은 강력한 봉쇄 조치로 인해 연구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연구 환경을 유지하며 분석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적 이점과 연구진의 노력이 결합되어 전사체 분석과 같은 정밀한 작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치료제나 백신 개발과 같은 제품화 단계에서는 기존 산업 기반의 중요성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생물학적 제제는 개발 자체보다 안전성 테스트와 각종 규제 해결에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며, 수많은 실패를 거쳐야 완성됩니다. 모더나나 화이자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mRNA 백신을 신속히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관련 플랫폼 기술을 완성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기초적인 기술은 보유하고 있었으나,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완성된 플랫폼의 부재로 인해 초기 개발 단계에서 다소 뒤처지는 한계를 경험했습니다. 유전체 정보가 생명체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생각은 일종의 오해일 수 있습니다. 따로 자란 일란성 쌍둥이 사례를 보면 유전자가 같은데도 성격이나 직업, 세부적인 신체 특징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이는 유전자가 생명의 설계도 역할을 하지만 환경적 요인 또한 무시할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인간의 유전자 수가 생쥐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더 복잡한 지능을 갖는 이유는 유전자 개수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조합하고 활용하느냐의 차이에 있습니다. 마치 한정된 단어로 얼마나 풍성한 소설을 써내느냐와 같은 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전체 분석 기술인 시퀀싱은 현재 정확도 향상을 넘어 산출량 증대와 휴대성 강화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분석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면 특정 질환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일상적으로 유전체 정보를 활용하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또한, 장비의 소형화는 연구실을 벗어나 오지나 극지방, 심지어 우주 공간에서도 즉석 분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스마트폰에 연결해 침 한 방울로 유전체를 해독하는 기술이 완성 단계에 이른 만큼, 미래에는 누구나 자신의 생물학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석학인터뷰] 장혜식_ 코로나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하다! | 2021 서울대 자연과학대 공개강연

장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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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과학] 건강과학(3) | 백신 : 천연두 정복사

에릭 시걸의 소설 <닥터스>에는 의학적으로 치료법이 입증된 질병이 단 26가지뿐이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비록 소설 속 허구일지라도, 이는 인류가 질병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인류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박멸했다고 선언한 감염병은 단 두 가지뿐입니다. 1979년 박멸된 인간의 천연두와 2011년 발표된 동물의 우역이 그 주인공입니다. '바이러스는 절대 박멸할 수 없다'는 오랜 통념을 깨고 인류가 거둔 이 위대한 승리는 의학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천연두는 인류 역사 내내 '죽음의 전령'으로 군림하며 수많은 문명을 위협해 왔습니다. 기원전 430년 아테네를 휩쓸어 전쟁의 판도를 바꾸기도 했으며, 16세기에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가져온 바이러스가 아즈텍과 잉카 제국을 멸망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의학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20세기에도 전 세계적으로 3억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그 위세는 대단했습니다. 이처럼 끈질기게 인류를 괴롭혀온 천연두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아주 오래전부터 민간요법의 형태로 시작되어 점차 과학적인 체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18세기 영국 귀족 메리 몬태규 부인은 오스만 제국에서 목격한 인두법을 유럽에 전파하며 천연두 예방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는 소의 천연두인 우두에 걸린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우두법'을 창시했습니다. 라틴어로 소를 뜻하는 '바카(vacca)'에서 유래한 이 방법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백신'이라는 용어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1840년 위험부담이 컸던 인두법 대신 백신이 공식 승인되면서 인류는 비로소 가장 강력하고 안전한 질병 방어 수단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백신은 크게 독성을 약화시킨 생백신과 병원체를 사멸시킨 사백신으로 나뉩니다. 생백신은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지만 살아있는 미생물을 다루기에 저온 유통 체계인 '콜드체인'이 필수적입니다. 반면 사백신은 안전성이 높지만 면역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해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백신의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투구게의 파란 피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투구게의 혈액 성분인 코아글로겐은 극미량의 세균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젤 형태로 변함으로써 백신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천연두는 1979년 공식적으로 박멸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실험실 사고로 인한 안타까운 희생도 있었습니다. 현재 천연두 바이러스는 미국의 CDC와 러시아의 벡터 연구소 두 곳에만 보관되어 있으며, 이는 인류에게 여전히 생물학적 재난의 위험이 잠재해 있음을 시사합니다. 인류가 이룩한 과학적 성취는 눈부시지만, 이를 관리하는 인간의 이성이 마비되는 순간 치명적인 팬데믹은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정복의 역사 뒤에 숨겨진 경고를 잊지 않고 철저한 대비와 윤리적 책임감을 갖추는 것이 다가올 미래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길입니다.

[술술과학] 건강과학(3) | 백신 : 천연두 정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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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뭐하지?] 김빛내리 교수_서울대학교 'RNA 생물학 연구실' | RNA의 모든 것을 연구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RNA 생물학 연구실은 유전자 조절의 핵심인 RNA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의 장입니다. 마이크로RNA와 mRNA, 그리고 바이러스 RNA가 어떻게 생성되고 기능하는지 그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복잡한 생명현상 속에 숨겨진 명확한 질서를 찾아내어, 궁극적으로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질병을 극복하고 생명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과학적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곳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질량 분석기를 포함한 최첨단 실험 설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생화학부터 세포 생물학까지 폭넓은 실험이 가능한 인프라는 연구원들이 RNA의 특성을 다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매년 모든 구성원이 국제 학회에 참석하여 세계적인 석학들과 토론하며 최신 지견을 나누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연구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동기를 부여받으며 스스로를 재충전합니다. RNA 생물학 연구실만의 특별한 점은 연구 대상인 RNA의 연약함을 배려하는 세심한 문화에 있습니다. RNA는 아주 작은 외부 자극이나 RNA 분해 효소에도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실험 중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를 자제하며 극도의 정숙을 유지합니다. 동료가 실험 중일 때는 뒤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도 되는지 먼저 물어봐야 할 정도로, RNA의 무결성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일상 속에서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연구실의 분위기는 이른바 '생물 덕후'라고 불릴 만큼 학문에 깊이 몰입하는 이들의 열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식사 시간조차 연구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질 정도로 구성원 간의 학술적 교류가 활발하며, 이는 단순한 업무를 넘어 진심으로 탐구를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결과를 함께 나누는 '생각의 놀이터'로서의 환경은 연구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치고 실험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됩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독립적인 연구자들에게 이곳은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교수님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실험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며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거대한 생명의 신비 중 작은 부분을 탐구하는 과정일지라도, RNA라는 핵심 고리를 통해 생명과학의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여정은 미래 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입니다.

[연구뭐하지?] 김빛내리 교수_서울대학교 'RNA 생물학 연구실'  |  RNA의 모든 것을 연구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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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리보핵산 : 최초의 생명물질로부터 메신저까지 (2) _ 김빛내리 교수 | 2017 봄 카오스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 3강 | 3강 ②

인간 유전체는 약 30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는 메신저 RNA(mRNA) 영역은 그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8%는 단백질을 직접 코딩하지 않는 '논코딩 DNA'로 불리며, 과거에는 특별한 기능이 없는 쓰레기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생물일수록 이러한 논코딩 DNA 영역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은 이 속에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중요한 정보가 숨겨져 있음을 시사합니다. 현대 생물학은 이 미지의 영역에서 새로운 유전적 가치를 찾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논코딩 DNA 영역에서 발견된 가장 흥미로운 존재 중 하나는 마이크로 RNA(microRNA)입니다. 이는 약 22개의 염기로 구성된 아주 작은 RNA로, 과거에는 분해 산물로 취급되어 버려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 마이크로 RNA(microRNA)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세포 속의 경찰관' 역할을 수행함이 밝혀졌습니다. 예를 들어 근육 성장을 조절하는 마이오스타틴 단백질의 억제 과정이 마이크로 RNA(microRNA)에 의해 조절되는데, 이 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비정상적으로 근육이 발달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RNA는 단순히 정보 전달자에 그치지 않고 효소나 구조적 지지대 역할도 수행합니다. 단백질 생산 공장인 리보솜의 핵심 부위는 단백질이 아닌 RNA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미노산을 연결하는 실제 촉매 작용도 RNA가 담당합니다. 또한 SRP 복합체처럼 단백질을 특정 위치로 운반할 때 거대한 지지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발견은 단백질만이 생화학 반응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꾸었으며, 생명 현상에서 RNA가 차지하는 독보적인 위상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RNA가 촉매 기능과 유전 정보 저장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은 'RNA 월드 가설'의 근거가 됩니다. 생명의 초기 단계에서는 RNA가 스스로를 복제하고 화학 반응을 이끄는 최초의 유전 물질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비록 현재는 정보 저장의 주역을 DNA에, 촉매 역할의 상당 부분을 단백질에 넘겨주었지만, 리보솜이나 일부 바이러스의 복제 기제 속에는 여전히 고대 RNA 세계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는 RNA가 생명의 기원을 풀 수 있는 열쇠이자 진화의 역사 그 자체임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RNA는 질병 치료를 위한 혁신적인 약물과 백신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RNA는 화학적으로 합성이 용이하고 설계가 자유로워 맞춤형 신약 개발에 유리합니다. 특히 메신저 RNA(mRNA) 백신은 항원을 직접 넣어주는 대신 항원 정보를 담은 RNA를 주입하여 우리 몸이 스스로 면역 반응을 일으키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염기 서열 정보만 있으면 단기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여, 지카 바이러스나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의료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진단 분야에서도 RNA 분석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세포의 상태에 따라 생성되는 RNA의 종류와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질병의 징후를 조기 발견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나노포어(Nanopore) 기술처럼 휴대용 염기 서열 분석 장비가 개발되어, 에볼라나 지카 바이러스 현장에서 1시간 이내에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복잡한 실험실 환경을 벗어나 언제 어디서든 정밀한 분자 진단을 수행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혈액 내 마이크로 RNA(microRNA) 패턴을 분석하여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맞춘 정밀 의료가 일상화될 것입니다. 과거 거대했던 휴대폰이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진화했듯, 복잡한 유전자 분석 기술도 조만간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RNA는 생명 현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해주는 학문적 대상인 동시에,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강력한 생명공학적 도구입니다. 유전자와 RNA가 일상적인 단어가 될 머지않은 미래를 준비하며, 우리는 생명의 설계도를 더욱 정교하게 읽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강연] 리보핵산 : 최초의 생명물질로부터 메신저까지 (2) _ 김빛내리 교수 | 2017 봄 카오스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 3강

김빛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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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리보핵산 : 최초의 생명물질로부터 메신저까지 (1) _ 김빛내리 교수 | 2017 봄 카오스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 3강 | 3강 ①

RNA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뿐만 아니라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생명체가 존재하는 모든 곳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흔히 생명의 설계도로 알려진 DNA가 가장 유명하지만, 사실 RNA는 생명의 기원부터 현재까지 모든 생명 현상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리보핵산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물질은 단순한 화학 분자를 넘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존하고 기능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구성 요소입니다. 우리 몸의 모든 활동은 결국 이 작은 분자의 움직임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DNA와 RNA는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두 분자 모두 당과 인산으로 이루어진 골격에 네 가지 염기가 결합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RNA는 DNA의 티민(T) 대신 우라실(U)이라는 염기를 사용합니다. 또한 RNA의 당 구조에는 DNA보다 산소 원자가 하나 더 포함되어 있는데, 이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생물학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기능을 가능하게 합니다. DNA가 이중나선 구조로 정보를 안정적으로 보관한다면, RNA는 단일 가닥으로서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입체 구조를 형성하며 활동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유연성은 RNA가 생명 현상에서 다재다능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합니다. 생명 정보가 발현되는 과정은 마치 붕어빵을 찍어내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DNA라는 거푸집을 바탕으로 필요한 만큼의 RNA를 복사해내는 과정을 '전사'라고 부르며, 이때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는 RNA 단위를 유전자라고 합니다. 인간은 약 3만 개 이상의 단백질 코딩 유전자를 포함해 총 10만 개에 달하는 유전적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수많은 틀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 RNA로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세포의 성격과 기능이 결정되며, 이는 생명체가 복잡한 구조를 유지하는 근간이 됩니다. 각기 다른 모양의 붕어빵 틀이 존재하듯, 유전자는 생명의 다양성을 빚어내는 원천입니다. RNA의 가장 대표적인 역할은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mRNA(메신저 RNA)로서의 기능입니다. mRNA는 DNA로부터 복사한 염기 서열 정보를 리보솜으로 전달하며, 이곳에서 세 개의 염기가 하나의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코돈' 암호를 통해 단백질이 합성됩니다. 우리 몸에는 수만 종류의 mRNA가 존재하지만, 모든 세포가 이를 동일하게 생산하지는 않습니다. 신경 세포는 신경에 필요한 정보를, 근육 세포는 근육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mRNA만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함으로써 각기 다른 조직의 특성을 갖추게 됩니다. 이러한 선택적 발현은 생명체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핵심 기제입니다. 단 하나의 수정란이 수조 개의 세포로 분열하여 정교한 신체를 형성하는 발생 과정은 RNA 조절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모든 세포가 동일한 DNA 정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뼈, 근육, 신경 등으로 분화할 수 있는 이유는 특정 시점에 필요한 RNA가 정밀하게 조절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조절 프로그램은 우리가 태어나 성장하고 노화하며 죽음에 이르는 생로병사의 전 과정을 관장합니다. 만약 이 정교한 RNA 발현 체계에 오류가 생긴다면 질병이 발생하거나 신체 구조에 심각한 변형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결국 RNA는 생명의 탄생부터 소멸까지를 이끄는 보이지 않는 지휘자와 같습니다.

[강연] 리보핵산 : 최초의 생명물질로부터 메신저까지 (1) _ 김빛내리 교수 | 2017 봄 카오스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 3강

김빛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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