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서울 을지로의 중심, 청계광장 인근에는 한국 근현대 산업의 역사를 간직한 세운상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노후 상가를 넘어 제조 기술자와 공학자, 그리고 예술가들이 모여 창의적인 실험을 이어가는 특별한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과거의 고철들이 이들의 손길을 거쳐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현장은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합니다. 기술과 예술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청계 시소 놀이터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만드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평형의 고정관념을 깬 독특한 시소입니다. 보통 두 명이 있어야 작동하는 기존 기구와 달리, 이 장치는 사용자가 직접 페달을 밟아 동력을 생성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V-벨트와 축을 통해 전달된 에너지는 내부의 나사를 회전시키며 연결된 부속품들을 정밀하게 이동시킵니다. 물리적 법칙이 복잡한 기계 장치 속에서 어떻게 놀이 기구로 구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 작품은 현장을 찾은 많은 시민에게 공학적 호기심과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습니다.
나사가 회전하며 너트에 연결된 무게추의 거리를 조절하는 방식은 지렛대의 원리를 활용하여 혼자서도 시소를 타는 특별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세운상가는 1968년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로 탄생하며 한때 종합 가전제품의 메카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강남 개발과 용산 전자상가의 부상으로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고, 한동안은 낡은 건물의 대명사로 남기도 했습니다. 변화의 전환점은 2014년 시작된 '다시 세운 프로젝트'였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이곳은 청년 메이커와 창업자들이 모여드는 거점으로 재탄생했으며, 기존 기술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새로운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을지로 기술 장인들의 노련함과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된 또 다른 시소는 비행기 날개의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항공 역학적 기술에 매료된 작가는 현장의 기술 장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기술력의 정수를 담아낸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세운교 위에서 청계천을 바라보며 시소를 타는 경험은 단순한 유희를 넘어 기술적 영감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됩니다. 이러한 협업은 고령의 기술 장인들이 가진 노하우가 현대적인 예술 감각과 만나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상상력이 현실로 구현되는 현장인 청계 시소 놀이터는 메이커 문화의 집약체라 불릴 만합니다. 카트를 제작하고 복잡한 기계 장치를 직접 조립하는 과정 속에서 참가자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창조자로서의 기쁨을 만끽합니다.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기술 장인들의 손끝에서 실체화되는 과정은 매년 이 프로젝트를 기다리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기술과 인간, 그리고 도시가 공존하는 이 놀이터가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에게 창의적 자극을 전달하며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