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가 급증하며 2050년에는 약 1억 5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치매의 주요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알츠하이머병의 진단 패러다임은 환자의 증상 위주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같은 생물학적 바이오마커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병리 현상이 증상 발현보다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증상 단계에서의 조기 개입은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기회가 됩니다. 하지만 기존의 뇌척수액 검사나 PET 촬영은 높은 비용과 침습성이라는 한계가 있어, 대규모 선별을 위한 접근성 높은 지표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활용되는 다유전자 위험 점수(PRS)는 전장 유전체 연관성 분석(GWAS)을 통해 질병과 관련된 수천 개의 변이 효과를 하나의 숫자로 요약한 지표입니다. 이에 더해 새롭게 주목받는 전사체 위험 점수(TRS)는 유전 변이가 특정 유전자의 발현량을 조절하는 정보인 발현 양적 형질 유전자좌(eQTL)를 활용하여, 실제 RNA 시퀀싱으로 측정한 발현값들을 위험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합산한 점수입니다. 이러한 방법론은 유전적 감수성뿐만 아니라 실제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전사 조절의 이상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점수를 혈액 데이터 기반으로 산출하여 알츠하이머병의 복잡한 병인을 다각도에서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다유전자 위험 점수(PRS)가 타고난 평생의 유전적 감수성을 반영한다면, 전사체 위험 점수(TRS)는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포착하여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병리 과정을 잡아낼 수 있는 동적인 지표입니다.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백인 집단을 대상으로 다유전자 위험 점수(PRS)와 전사체 위험 점수(TRS)의 유용성을 입증해 왔습니다. 혈액 기반 전사체 위험 점수(TRS) 연구에서는 정상군에서 환자군으로 갈수록 점수가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패턴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해마 부피 감소나 아밀로이드 축적과 같은 실제 뇌 영상 지표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습니다. 또한 뇌 조직 기반 전사체 위험 점수(TRS) 분석에서도 유전적 위험도만을 활용했을 때보다 전사체 정보를 함께 고려했을 때 알츠하이머병 분류 성능이 최대 16%까지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선행 연구들은 전사체 위험 점수(TRS)가 단순히 질병의 유무를 넘어 병리의 진행 정도나 예후를 예측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통합적 지표의 가능성을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본 연구의 핵심은 백인 위주의 기존 연구 결과를 넘어 한국인 집단에서도 이러한 지표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ADNI 코호트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한국인 코호트를 비교 분석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다유전자 위험 점수(PRS)와 전사체 위험 점수(TRS)가 모두 높은 그룹에서 알츠하이머병 위험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공통적인 양상이 관찰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두 점수가 모두 높은 'High-High' 그룹은 저위험군에 비해 백인 집단에서는 약 2.5배, 한국인 집단에서는 약 3.4배가량 발병 위험이 높았습니다. 이는 서로 다른 인종 간에도 유전적 감수성과 전사체 조절 이상이 결합되었을 때 질병 발생 가능성이 극대화된다는 보편적인 메커니즘을 확인한 성과입니다.
결론적으로 정적인 유전체 정보와 동적인 전사체 정보를 통합한 모델은 단독 모델보다 뛰어난 분류 성능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머신러닝 기반의 다양한 분석에서도 일관되게 입증되었습니다. 직접 측정한 혈액 전사체를 활용함으로써 분석의 견고함을 더했으며, 인종적 차이를 극복한 일반화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향후 연구에서는 종단적 추적 관찰을 통해 전사체 위험 점수(TRS)가 시간에 따른 진단 변화를 어떻게 포착하는지 살피고, 단백질체나 후성유전체 같은 다양한 오믹스 데이터를 결합하여 더욱 정밀한 예측 모델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다각적인 접근은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