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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과 인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깊이 읽기 6편|이명현 × 이미영

(주)사이언스북스칼 세이건 살롱 2021
  • 생명과학
영상요약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공저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는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며 우리 내면에 숨겨진 본성을 탐구합니다. 특히 14장은 독특하게도 SF 소설이나 콩트 같은 형식을 빌려 유인원의 시각에서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이는 단순히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진화론적 공통점 아래에 있는 인간 특유의 폭력성과 도구 사용 능력을 성찰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침팬지의 공격성과 잔인함을 통해 인간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발견하며,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라고 믿었던 목록들을 하나씩 재검토하게 됩니다.

침팬지 무리의 '빅 가이'로 상징되는 우두머리의 지배와 복종 관계는 인간 사회의 권력 구조를 떠올리게 합니다. 강한 존재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기묘한 안도감, 그리고 타 집단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성은 진화의 긴 여정 동안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끼를 지키려는 암컷의 강한 모성애와 그들 사이의 유대감은 생존을 위한 또 다른 핵심 전략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유인원의 사회적 역학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곧 인간 본성의 뿌리를 깊이 파헤치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다윈은 일찍이 개코원숭이를 이해하는 것이 철학자 존 로크의 형이상학보다 인류의 기원 입증에 더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제인 구달이나 프란스 드 발과 같은 과학자들의 헌신적인 연구는 이러한 통찰을 실증적인 자료로 뒷받침했습니다. 유인원을 우리와 분리된 존재가 아닌, 공동 조상을 공유하는 근연종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인간 보편성과 문화적 다양성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영장류의 모습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흔히 인간이 고도화된 지성과 언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는 침팬지와 공유하는 유전적 경향성이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침팬지는 우리의 조상이 아니지만 매우 가까운 친척으로서 본능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규칙에 옭아매인 평소의 모습에서 잠시 벗어나 가상의 공간에서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면, 세련된 형식 아래 요동치는 원초적 욕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본성을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필수적인 첫걸음이 됩니다.

법률과 문명, 언어와 감수성이라는 우아한 겉치레를 벗겨내면, 우리와 침팬지는 과연 얼마나 다를까요?

침팬지 사회에서도 집단 간 전쟁과 말살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인류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공격성이 유전적 본능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이를 은폐하기보다는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본능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사회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태풍의 경로를 예측하여 대비하듯, 우리 내면의 폭력적인 경향성을 정확히 인지함으로써 이를 어떻게 통제하고 완화할 것인지에 대한 지성적인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인간의 사회 구조는 유전적 형질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정치적 지위가 높고 사회적 평등이 실현된 문화권에서는 폭력적인 범죄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유전적 경향성이 존재하더라도 우리가 어떤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특정 형질은 억제되고 긍정적인 가치는 장려될 수 있습니다.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는 문명적 노력은, 우리가 진화의 굴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주체임을 증명합니다.

인류는 이제 단순한 생존을 넘어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과거의 관습이나 본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정과 정서적 유대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해야 할 시점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이 유도하는 공격성을 지혜롭게 다스리고,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게 주어진 숭고한 진화론적 도전입니다.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를 직시하면서도 그 그림자를 딛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야말로 과학이 우리 인류에게 주는 가장 큰 위안이자 희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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