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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어디까지 읽어 봤니?|『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깊이 읽기 0편|이명현 × 이미영

(주)사이언스북스칼 세이건 살롱 2020
  • 지구환경과학
  • 천문학
  • 융합
영상요약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자연과학 분야의 부동의 베스트셀러이지만, 정작 끝까지 읽은 사람은 드문 책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른바 '호킹 지수'라 불리는 지표는 사람들이 책을 구매한 뒤 실제로 얼마나 완독했는지를 보여주는데, 『코스모스』 역시 이 지수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대중적인 인지도에 비해 완독률이 낮은 이유는 방대한 분량과 과학적 깊이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고전이 된 이 책을 다시 펼쳐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인류 문명과 우주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이 위대한 유산을 끝까지 읽어내는 과정은 우리 삶의 지평을 넓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1980년 칼 세이건이 발표한 『코스모스』는 전 세계적인 우주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그의 파트너이자 공동 제작자였던 앤 드루얀은 칼 세이건의 사상적 동반자로서 이 모든 과정을 함께했습니다. 세이건 서거 이후 앤 드루얀은 그의 유산을 계승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각을 더해 새로운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2020년에 출간된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앤 드루얀이 단독 저자로 참여하여, 1980년판의 정통성을 잇는 동시에 21세기적 감수성을 불어넣은 작품입니다. 이는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두 사람이 공유했던 우주적 비전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완성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80년의 『코스모스』가 당시 천문학의 경이로움과 핵무기 위협 등 냉전 시대의 인류적 과제를 다뤘다면, 2020년의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시선을 더욱 확장합니다. 앤 드루얀은 이전 시리즈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숨겨진 과학자들, 특히 여성 과학자들의 공헌을 수면 위로 끌어올립니다. 예를 들어 만유인력의 법칙을 설명할 때 아이작 뉴턴뿐만 아니라 그의 업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헌신했던 에드먼드 핼리의 노력을 강조하는 식입니다. 명성 뒤에 가려진 진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복원함으로써 과학의 역사를 더욱 입체적이고 인간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이 책의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앤 드루얀은 칼 세이건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이른바 '앤 이펙트'라는 말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차가운 지성의 엘리트 과학자였던 세이건은 앤 드루얀을 만나면서 더욱 따뜻하고 가족적인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그의 작품 세계에도 고스란히 투영되어, 과학이 단순히 수식과 이론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삶과 사랑, 공동체의 가치로 연결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앤 드루얀은 세이건의 소울메이트를 넘어 뛰어난 기획자이자 실행자로서 그가 꿈꿨던 미래를 현실로 옮기는 가교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녀의 시선이 담긴 새로운 『코스모스』가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칼 세이건의 시대를 지나 앤 드루얀의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이제 우리는 그가 가졌던 메시지를 21세기에 맞게 계승하고 재해석해야 합니다.

부제인 '가능한 세계들'은 인류가 과학적 통찰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 미래와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이 책은 『코스모스』와 『창백한 푸른 점』의 맥락을 이어가며, 우리가 지구라는 작은 행성을 넘어 우주로 나아갈 지도와 희망을 제시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저자의 매우 사적인 가족사와 경험들이 과학적 담론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것입니다. 우주를 향하던 거대한 시선이 결국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로 돌아오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감동을 줍니다. 이는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과학적 인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한국어판에는 특별히 한국 독자들만을 위한 앤 드루얀의 서문이 실려 있어 그 의미를 더합니다. 과거의 기록들에서 한국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국가로서 우주적 담론의 중심에 서게 된 것입니다. 앤 드루얀은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이 보여준 연대의 정신과 과학적 대응에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밝히며 한국의 어린이와 청년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전합니다. 이러한 특별한 서문은 우리나라 독자들이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에 새로운 자부심을 불어넣어 줍니다. 서문부터 꼼꼼히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충분히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두꺼운 과학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것은 분명 도전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가이드와 함께라면 그 여정은 훨씬 수월하고 즐거워질 수 있습니다. 이번 『코스모스』 읽기 프로젝트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타인과 소통하고 질문을 던지며 함께 성장하는 독서 경험을 지향합니다. 책의 핵심 키워드를 파악하고 인상 깊은 문장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이 꿈꿨던 '우주적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완독을 향한 이 여정이 여러분에게 지적인 해방감과 더불어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선사해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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