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2022 글로벌 기계기술 포럼은 인류의 최대 과제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열에너지'라는 화두를 제시했습니다. 기후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40% 감축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기계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열에너지는 탄소중립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입니다. 그동안 화석 연료에 의존해온 공급 체계를 무탄소 전기로 전환하는 기술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히트펌프 혁신과 에너지 로드맵 수립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맞닥뜨린 복합적인 위기 상황은 기존의 땜질식 처방이 아닌, 시대를 바꿀 정도의 변혁적인 해법과 시스템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곧 불과 열에너지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40만 년 전 불의 발견 이후 인류는 생존해왔으나, 불과 400년 전 시작된 화석 연료의 사용은 지구 온난화라는 비가역적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에너지 순환 과정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며 사용 가능한 유용한 에너지는 줄어들게 됩니다. 화석 연료 연소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비가역성을 심화시키는 주범입니다. 따라서 인류는 오랜 시간 의존해온 화석 연료로부터 탈피하여 열에너지 사용의 비가역성을 줄이는 새로운 도전의 시점에 도달해 있습니다.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 중 열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1%에 달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합니다. 유럽은 산업 에너지 소비의 81%가 열에너지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으며, 한국 역시 표면적인 통계보다 훨씬 큰 약 27% 이상의 에너지가 열에너지 형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 소비 비중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500도 이상의 고온 열 수요가 상당 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이를 무탄소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국가적 에너지 안보와 직결됩니다.
열에너지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전략은 효율 향상과 전기화, 수소화라는 세 가지 축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산업 공정의 미활용 열과 폐열을 회수하여 효율을 극대화하고, 건물의 단열 기준을 강화하여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전기 히터와 히트펌프를 활용한 전기화, 그리고 고온 산업 공정에서의 수소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이때 중요한 전제 조건은 열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전기와 수소를 생산할 때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무탄소 전원을 확보하는 것이며, 이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자립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히트펌프 기술이 보일러를 대체하는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럽은 2025년부터 신축 건물에 가스 라인 설치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또한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히트펌프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영하의 극한 환경에서도 고온의 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고압축비 압축기 개발이 핵심입니다. 또한, 대형 상용 건물에서는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수행하며 버려지는 열을 회수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어 에너지 효율을 두 배 이상 높이는 등 산업계의 적극적인 기술 적용이 요구됩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탄소중립 기계연구소를 중심으로 열에너지의 무탄소화와 네트워크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용 고온 히트펌프 기술 개발을 통해 300도 이상의 열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물이나 공기를 활용한 친환경 냉매 기술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해 대용량 액체 공기 에너지 저장 기술과 잉여 전력을 수소 및 액상 연료로 전환하는 이퓨얼(e-Fuel) 공정을 연구 중입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시간적 불일치를 해결하는 열 배터리 기술과 결합하여 미래 에너지 네트워크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결국 열에너지에 있어서 에너지 안보가 곧 탄소중립이며, 탄소중립이 곧 에너지 안보인 시대입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단순히 가스 비축량을 늘리는 임시방편을 넘어, 무탄소 전기화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연구기관, 산업계가 협력하여 가용한 기술의 실증을 확대하고 한계 돌파형 혁신 기술을 선행 확보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의 집단지성과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확보될 열에너지 초격차 기술력은 우리나라가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