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1982년 ETRI 공채 1기로 입사하여 대한민국 통신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전전자 교환기(TDX) 개발에 참여하며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이후 디지털 위성 방송 시대로 접어들면서 유료 방송 시청을 제어하는 ‘제한 수신 시스템(CAS)’ 개발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당시 보안 기술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우리만의 국산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연구비를 확보하고 표준화를 추진하며 정보보호 분야의 기틀을 닦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국내에는 정보보호 관련 교육 과정이나 전문가가 거의 없어 독학으로 보안 기술을 습득해야 했습니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의 전신인 보호기술부의 도움을 받으며 연구를 이어간 끝에, 전자상거래 서비스 도입에 맞춰 정보보호연구본부를 창설하고 조직을 확장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비록 연구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감사나 보직 해임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시간을 개인적인 연구 역량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 정보보호 분야의 기반을 굳건히 다질 수 있었습니다.
여성으로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소장에 취임하여 대한민국 정보보호를 책임지는 중책을 수행했습니다. 현재는 코드게이트 보안포럼 이사장으로서 여전히 이 분야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IT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보안의 난이도는 높아지기에, 젊은 인재들의 참신한 감각과 선배들의 정책적 경륜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보보호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고 적응해야 하는 고된 분야이지만, 그만큼 국가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연구개발 결과물이 기업으로 나가 국산화되고 상용화되어 해외로 진출할 때 연구원은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단순히 서류상의 성과로 남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때 기술의 가치는 진정으로 증명됩니다. 과거 전전자 교환기(TDX) 성공의 열쇠는 연구소가 시제품 제작 단계까지 깊이 관여하여 기업이 기술을 완벽히 흡수할 수 있도록 지원한 데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구 개발 주기와 상용화 사이의 간극이 벌어져 기업들이 기술을 이어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여주기식 연구가 아닌,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처절하고 밀도 높은 연구 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연구과제중심제도(PBS) 기반 연구 환경은 연구원들이 단기 성과에 매몰되게 만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니어 연구원들을 기업 현장에 파견하여 실제 시장의 요구사항을 체득하게 하는 등 연구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난 50년 동안 ETRI가 대한민국 IT 발전을 견인해 온 것처럼, 앞으로의 50년도 원천 기술 확보와 특허 자산화를 통해 세계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끊임없이 혁신할 때 우리 기술의 가치는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