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생성하는 원리와 유사하게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초고온에서 충돌하여 에너지를 방출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14.1 MeV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고속 중성자는 외부로 방출되는데, 블랭킷은 이러한 극한 환경과 직접 맞닿는 가장 핵심적인 장치입니다. 블랭킷 내부에 장착된 차폐 블록은 고속 중성자를 감속시켜 운동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하고, 이를 냉각수로 전달하여 열을 식히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ITER 블랭킷 차폐 블록은 가로 1미터, 세로 1.4미터 크기에 무게가 약 2.5톤에서 3톤에 달하는 거대한 특수 스테인리스강 구조물입니다. 진공 용기 내벽 전체에 총 440개의 모듈 형태로 장착되어 핵융합 반응 중 발생하는 거대한 열 부하와 고속 중성자로부터 초전도 자석 등 주요 주장치를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이 구조물은 플라즈마 가열 시스템과 다양한 진단 장치들이 안정적으로 설치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제공하며 시스템 전체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기반이 됩니다.
ITER 차폐 블록은 모든 가공 기술의 집약체이며, 누구나 할 수 있을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나 해낼 수 없는 고도의 전문성이 응집된 제품입니다.
차폐 블록 제작 공정은 초정밀도를 요구하는 엔지니어링의 정점입니다. 5축 가공을 활용하여 인터페이스 면의 평탄도를 극도로 낮추는 작업이 핵심이며, 내부의 수많은 통로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정확한 각도를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제작 과정 전반에 걸쳐 철저한 용접 검증과 고차원적 품질 관리가 이루어지며, 최종적으로 CMM 3차원 정밀 검사를 통과한 제품만이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됩니다. 설계 수치를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습니다.
핵심 기술 중 하나인 건드릴링 공정은 스테인리스강 316LN 소재에 약 220개의 구멍을 뚫어 복잡한 냉각 채널을 형성하는 고난도 작업입니다.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위치 및 표면 조도 공차를 완벽하게 만족시켜야 하며, 가공된 채널은 55개 이상의 커버 플레이트를 용접하여 밀봉됩니다. 용접 시 발생하는 변형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 절차가 적용되며,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내부 용접 부위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8가지 프로브를 활용한 고성능 초음파 비파괴 검사를 수행하여 품질을 관리합니다.
한국은 국가핵융합연구소를 중심으로 국내 산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지난 12년 동안 블랭킷 차폐 블록 설계와 제작에 필요한 기술력을 쌓아왔습니다. 오랜 연구 개발 끝에 지난해 모든 제반 기술과 생산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였으며, 현재는 국제 핵융합 실험로인 ITER에 공급할 본 제품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제작된 모든 블랭킷 모듈은 프랑스 카다라슈의 ITER 현장으로 조달될 예정이며, 이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력을 세계에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