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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연구장비 활용 캠페인] 11편 서울아산병원 백찬기 교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 생명과학
  • 공학·기술
영상요약

세포는 라틴어로 '방'을 뜻하며, 이는 로버트 훅이 현미경으로 코르크 마개를 관찰할 때 벌집 같은 작은 공간들을 발견하며 붙여진 이름입니다. 현미경의 발명은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없었던 미세한 세계를 열어 주었으며, 이는 미생물학의 비약적인 발달로 이어졌습니다. 과거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수많은 질병이 세균이나 미생물에 의한 감염임이 밝혀지면서 의학과 과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현미경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류의 지적 지평을 우주만큼이나 넓혀준 혁신적인 발명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망원경을 통해 우주의 지평을 확장하듯, 현미경 기술의 발달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을 더욱 심화하여 탐구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세포 소기관들은 사실 일반적인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매우 투명하게 보입니다. 빛을 대부분 투과시키며 굴절률의 차이가 미미하기 때문인데, 이를 시각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전통적으로는 염색법을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염색을 위해서는 세포를 고정하고 박제하는 전처리 과정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세포는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살아있는 세포가 약물에 반응하거나 다른 세포와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인 모습을 관찰하고 싶어 하는 연구자들에게 세포의 사멸은 연구의 결정적인 한계점으로 작용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기술이 바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광학 회절 단층 촬영(ODT) 현미경입니다. 이 장비는 엑스선을 사용하는 병원의 CT 촬영과 유사한 원리를 가시광선 영역에서 구현해 냈습니다. 세포의 아주 낮은 굴절률 차이를 정밀하게 계산하여 염색 없이도 살아있는 세포를 3D 홀로그램 이미지로 복원해 내는 것입니다. 전처리 과정 없이도 세포 소기관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됨으로써, 과학자들은 마침내 스트레스 없이 살아 움직이는 세포의 생생한 모습을 데이터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기술은 면역 세포인 호산구 연구와 천식 진단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염색 과정의 스트레스로 인해 호산구가 사멸하여 정확한 반응을 관찰하기 어려웠으나, 광학 회절 단층 촬영(ODT) 현미경을 활용하면 살아있는 상태에서 약물 반응과 거동 특성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습니다. 정상인과 환자의 호산구 기능을 3D 홀로그램 이미지로 비교 분석함으로써, 단순히 세포 수의 증감을 넘어 기능적 이상을 파악하는 새로운 진단 준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맞춤형 정밀 의료를 향한 중요한 발판이 됩니다.

이 혁신적인 현미경은 카이스트 연구진의 순수 기술로 탄생한 국산 장비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닙니다. 그동안 현미경 시장은 독일과 일본의 글로벌 기업들이 독점해 왔으나, 창의적인 틈새 기술을 통해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국내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이러한 국산 장비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적극 활용한다면, 장비 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국내 기초과학 생태계 전체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이 충분한 이 기술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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