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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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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유인원과 인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깊이 읽기 6편|이명현 × 이미영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공저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는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며 우리 내면에 숨겨진 본성을 탐구합니다. 특히 14장은 독특하게도 SF 소설이나 콩트 같은 형식을 빌려 유인원의 시각에서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이는 단순히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진화론적 공통점 아래에 있는 인간 특유의 폭력성과 도구 사용 능력을 성찰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침팬지의 공격성과 잔인함을 통해 인간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발견하며,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라고 믿었던 목록들을 하나씩 재검토하게 됩니다. 침팬지 무리의 '빅 가이'로 상징되는 우두머리의 지배와 복종 관계는 인간 사회의 권력 구조를 떠올리게 합니다. 강한 존재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기묘한 안도감, 그리고 타 집단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성은 진화의 긴 여정 동안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끼를 지키려는 암컷의 강한 모성애와 그들 사이의 유대감은 생존을 위한 또 다른 핵심 전략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유인원의 사회적 역학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곧 인간 본성의 뿌리를 깊이 파헤치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다윈은 일찍이 개코원숭이를 이해하는 것이 철학자 존 로크의 형이상학보다 인류의 기원 입증에 더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제인 구달이나 프란스 드 발과 같은 과학자들의 헌신적인 연구는 이러한 통찰을 실증적인 자료로 뒷받침했습니다. 유인원을 우리와 분리된 존재가 아닌, 공동 조상을 공유하는 근연종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인간 보편성과 문화적 다양성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영장류의 모습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흔히 인간이 고도화된 지성과 언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는 침팬지와 공유하는 유전적 경향성이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침팬지는 우리의 조상이 아니지만 매우 가까운 친척으로서 본능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규칙에 옭아매인 평소의 모습에서 잠시 벗어나 가상의 공간에서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면, 세련된 형식 아래 요동치는 원초적 욕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본성을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필수적인 첫걸음이 됩니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집단 간 전쟁과 말살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인류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공격성이 유전적 본능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이를 은폐하기보다는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본능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사회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태풍의 경로를 예측하여 대비하듯, 우리 내면의 폭력적인 경향성을 정확히 인지함으로써 이를 어떻게 통제하고 완화할 것인지에 대한 지성적인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인간의 사회 구조는 유전적 형질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정치적 지위가 높고 사회적 평등이 실현된 문화권에서는 폭력적인 범죄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유전적 경향성이 존재하더라도 우리가 어떤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특정 형질은 억제되고 긍정적인 가치는 장려될 수 있습니다.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는 문명적 노력은, 우리가 진화의 굴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주체임을 증명합니다. 인류는 이제 단순한 생존을 넘어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과거의 관습이나 본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정과 정서적 유대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해야 할 시점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이 유도하는 공격성을 지혜롭게 다스리고,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게 주어진 숭고한 진화론적 도전입니다.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를 직시하면서도 그 그림자를 딛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야말로 과학이 우리 인류에게 주는 가장 큰 위안이자 희망일 것입니다.

유인원과 인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깊이 읽기 6편|이명현 × 이미영
(주)사이언스북스칼 세이건 살롱 2021
  • 생명과학

성과 죽음이 존재하는 이유|『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깊이 읽기 4편|이명현 × 이미영

생물학적 관점에서 성의 등장은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입니다. 생명의 역사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무성 생식은 자기 복제를 통한 완벽한 효율성을 자랑했지만, 유성 생식은 막대한 에너지와 비용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생태계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체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복잡한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진화의 전략이었습니다. 성은 단순한 생식 행위를 넘어 개성과 인격을 형성하고 다채로운 생명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결정적인 토대가 되었습니다. 유성 생식의 가장 큰 이득은 바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는 다양성 확보에 있습니다. 부모와 똑같은 복제본을 만드는 무성 생식은 환경이 급변할 때 종 전체가 멸종할 위험이 크지만, 유성 생식은 유전자를 섞어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어냅니다. 부모를 닮으면서도 전혀 새로운 개체가 태어나는 과정은 일종의 도박과 같지만, 바로 그 다양성 덕분에 생명은 혹독한 기후 변화나 질병의 위협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성은 나와 너를 구분 짓고, 사랑과 구애뿐만 아니라 혐오와 차별이라는 복잡한 감정의 뿌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 짓는 경계는 사실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외계 생물학자에게 인간은 그저 결함을 감추고 약점을 변명하기 위해 언어라는 홍보 수단을 과도하게 발달시킨 자동기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만이 고유한 사고와 감정을 지녔다고 자부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보면 그 많은 행동이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본능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라 여겼던 도구 사용이나 소통 방식조차 다른 영장류와 비교했을 때 절대적인 차이가 아닌 정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인간의 특별함은 시간을 인식하고 미래를 끌어당겨 생각하는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단순히 현재의 찰나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를 회상하며 미래에 닥칠 위협을 미리 대비하거나 변명하는 능력을 언어를 통해 구현해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교한 언어 능력과 사고력조차 사실은 생존을 위해 발달한 생물학적 도구에 가깝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나약함을 숨기기 위해 복잡한 논리를 세우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사실 유구한 진화의 세월 동안 유전자에 새겨진 생존 전략이 현대적인 형태로 발현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의 탄생 과정을 들여다보면 격렬한 경쟁과 완벽한 협력이라는 모순된 두 요소가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억 개의 정자가 하나의 난자를 향해 달리는 과정은 치열한 경쟁처럼 보이지만, 거시적으로는 하나의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세포들의 거대한 협업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상반되는 본성은 인간 사회의 구조와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그대로 투영됩니다. 우리는 타인을 적으로 간주하여 경쟁하는 동시에, 공동의 목표를 위해 자신의 독자성을 포기하고 협력하는 기묘한 양면성을 지닌 존재로 진화해온 것입니다. 공격성 또한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 중 하나로 진화 과정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공격성은 무작정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고 종을 보존하기 위해 각인된 본능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공격성이 동정심, 이타주의, 새끼 돌보기와 같은 따뜻한 특성들과 공존한다는 사실입니다. 진화는 공격성을 촉발하는 장치와 억제하는 장치를 동시에 마련함으로써 생물계가 혼란 속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인간의 마음속 갈등은 바로 이러한 진화적 유산의 산물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연스럽게 내재된 본능이 곧 도덕적 올바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우리의 공격성이나 본능을 이해하는 것은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본능에만 충실한 행동은 도태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우리는 자연스러운 본성과 문명인으로서의 미덕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과거의 본능을 자각하고 현대적 삶의 전략을 세우는 지혜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의 경계를 넘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만드는 진정한 힘이 됩니다.

성과 죽음이 존재하는 이유|『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깊이 읽기 4편|이명현 × 이미영
(주)사이언스북스칼 세이건 살롱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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